[현장] 삼천당제약, 주가 반토막 해명한다더니 시장 불신만 키웠다

최영찬 기자 2026. 4. 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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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제치고 마이크 잡은 '정체불명' 남성…과거 혈당기 사업 파트너사 대표로 밝혀져
[비즈한국] 그동안 언론과 일반 주주 앞에서 철저히 불통 행보를 보였던 삼천당제약이 주가가 반토막 나자 마이크 앞에 섰다. 자사의 경구용 약물 전달 기술 플랫폼 ‘S-PASS(에스패스)’의 글로벌 경쟁력과 상업화 성과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였지만 시장에서 제기한 의혹을 명확히 해명하지 못해 오히려 시장의 불신만 키울 것으로 보인다.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가 6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시장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사진=최영찬 기자

6일 서울 서초구 삼천당제약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언론을 상대로 한 사실상 첫 행사였던 만큼 100여 명의 기자가 몰려 시장의 높은 관심도를 대변했다. 최근 삼천당제약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주가를 보였다. 지난달 25일 알테오젠, 에코프로 등을 제치고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올랐지만 사업 실체에 대해 의구심이 잇따라 제기되며 지난달 30일 장중 123만 3000원이었던 주가가 이날 61만 8000원까지 무너져 내렸다.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는 이날 간담회 직전 지난달 24일 발표한 2500억 원 상당의 대주주 지분 매각(블록딜) 계획을 전격 철회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으로부터 ‘고점 먹튀’라는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이날 전 대표가 공개한 자료들은 그간의 의구심을 깨끗이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그동안 삼천당제약은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비만치료제 위고비의 주요 성분) 제품에 대해 수천억 원이 드는 엄격한 대규모 임상시험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입증하기 용이한, ​제네릭(복제약) 개발에 필요한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만 거치면 된다고 주장했다. 전 대표는 기자간담회 현장에 스크린을 띄워 미국 FDA(식품의약국)으로부터 수령했다는 서류를 보여주며 규제 기관의 인정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개된 자료를 뜯어보면 핵심 식별 번호나 후속 특허 출원번호 ‘WO2025OOOOOO’ 등은 보이지 않게 처리돼 있었다. 게다가 이 문서는 FDA가 삼천당제약의 제품을 제네릭으로 최종 허가하거나 확답을 준 것이 아니라, 사전 개발 미팅(Pre-ANDA Product Development Meeting) 요청을 수락한다는 의미의 행정적 통지서다.

문서에 적시된 제네릭이나 ‘SNAC-Free’ 등의 문구도 FDA의 결론이 아니라, 삼천당제약 측이 미팅을 위해 스스로 작성해 제출한 패키지 자료의 일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FDA로부터 제네릭 개발 절차를 따라도 되는지를 확인받았는지 묻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전 대표는 “까다로운 USP 가이드라인(미국약전)을 충족하는 데이터를 확보해 패키지로 서류를 제출했기 때문에 미국 FDA에서도 당사의 제네릭 개발 방향을 인정하고 사전 미팅(Pre-ANDA) 요청을 수락한 것”이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동일한 질문이 거듭되자 전 대표는 “당사는 지난 10년 동안 제네릭만 수차례 개발했던 기업이다”면서 “FDA에서 제네릭 개발 절차에 대해 확답을 받았다”고 항변했다.

사측이 미국 파트너사로부터 수익의 90%를 챙겨온다는 기형적인 수익 구조의 근거로 내세운 특허 방어력도 의문투성이다. 삼천당제약이 2019년 출원한 에스패스의 원천 특허(WO2021029467)가 진보성 결여로 사실상 철회된 상황에서, 회사는 이날 외부 특허법률사무소로부터 지난해 3월 수령한 자유실시 의견서(FTO)를 회심의 카드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오리지널 제약사인 노보노디스크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 원천 특허임을 뒷받침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의 발표가 끝난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회사 측 입장에서 발언한 인물. 당사자와 회사 측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취재 결과 이 인물은 삼천당제약과 2019년 ‘무채혈 혈당측정기’ 상용화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 파트너사 디오스파마의 석상제 대표로 확인됐다. 사진=최영찬 기자

이날 간담회의 하이라이트이자 의구심의 정점을 찍은 것은 전 대표의 설명이 끝난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Q&A) 시간이었다. 취재진의 날카로운 질문 공세에 답변을 한 것은 전 대표나 사측 기획담당 임원이 아닌 어떤 남성이었다. 그가 누군지를 묻는 질문이 거듭됐지만 남자는 끝내 자신을 밝히지 않았고 삼천당제약 또한 공개하기를 꺼렸다. 회사가 시장, 주주와 소통하기 위해 간담회를 개최했다는 취지를 단번에 무너뜨린 것이다.

취재 결과 이 인물은 삼천당제약의 공식 임원이 아니라 2019년 삼천당제약과 ‘무채혈 혈당측정기’ 상용화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 파트너사 디오스파마의 석상제 대표로 확인됐다. 수십조 원의 기업가치를 좌우할 핵심 글로벌 파이프라인과 특허 전략을 해명하는 공식적인 자리에 회사 내부 인물이 아닌 외부 파트너사 대표가 경영진을 제치고 공식 발언을 주도하는 황당한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게다가 삼천당제약과 디오스파마가 2020년 상용화하겠다던 무채혈 혈당측정기 사업은 지금까지 뚜렷한 매출 실적이나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석 대표의 등장은 오히려 해명의 신뢰도를 낮췄다는 평가다.

주가 반토막에 놀라 다급하게 열린 삼천당제약의 첫 기자간담회는 오히려 안 한 것만 못한 자충수가 됐다. 증명해야 할 특허의 실체와 파트너사의 정보는 공시 규정과 시장 장악을 위한 전략이라는 포장 아래 숨겼고, 핵심 문서의 알맹이는 블라인드 처리됐다. 여기에 공식 발언은 외부인이 담당했다.

시장이 원한 것은 화려한 수사로 포장된 청사진이 아니라, 증명 가능한 데이터와 명확한 계약의 실체였다. 하지만 이번 간담회로 인해 ‘실체가 없다’는 시장의 의구심이 오히려​ 확산될 전망이다.

 

최영찬 기자(chan111@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