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를 비켜간 흔적들, 흐르고 머물다 흐르다

일상의 익숙한 풍경이 회화적 변주를 통해 낯설게 다가온다.
광주예술의전당은 오는 5월3일까지 강동호 작가 개인전 ‘비껴간 서사’를 개최한다.
작가는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되는 완결된 이야기보다, 회화적 장면이 형성되는 방식과 그 장면을 바라보는 시선의 구조에 주목해왔다.
그는 사건의 중심을 비껴간 주변부 움직임과 이미지 사이 형성되는 틈과 간극을 회화로 끌어들인다.
작가의 회화는 서로 다른 시간과 시선, 감각의 층위가 교차하며 끊임없이 유동하는 역동적인 ‘장(Field)’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중심축인 ‘세 가지 변주 드로잉’ 연작은 작가의 세계관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다섯 개 패널로 나뉜 화면은 각각 독립된 구조를 지니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돼 분절과 연속이 동시에 일어나는 독특한 흐름을 형성한다. 각 패널 사이 물리적 간격은 이미지의 흐름이 잠시 끊기고 다시 이어지는 리듬을 만들어내며 관람자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작품 속 짙은 녹색 위로 휘감기듯 지나가는 곡선과 아래로 흘러내리는 물감의 흔적들은 중력의 방향을 드러내며, 정지된 상태에 머물지 않는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특히 붓과 캔버스가 맞닿기 전의 머뭇거림과 이후 이어지는 속도감 있는 운동감이 화면 전체에 배어들며, 변주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점이 작품의 특징이다.
한편 이번 공모에 선정된 강동호 작가는 조선대에서 조각설치미디어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25 김해문화재단 웰컴레지던시, 2017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창제작센터 오픈랩 프로그램 등에 참여했으며 현재까지 5회의 개인전 및 다수의 국내외 단체전에 참여하며 작품 활동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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