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이전트 결제 선점 나선 카카오페이…인프라경쟁 한창인데 입법은 하세월
네이버+두나무·다날 등과 AI에이전트 결제 인프라 경쟁
원화 스테이블코인 입법은 하세월, 달러기반 표준 잠식 우려
[이데일리 서민지 기자]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결제시장 주도권 쟁탈전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카카오페이가 핵심 인프라로 떠오른 ‘x402 재단’ 초기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4900만명에 이르는 카카오톡 메신저 사용자를 등에 업고 AI에이전트 결제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입법이 지연되면서 국내 시장이 달러 기반 결제 표준에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x402는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개발한 AI 에이전트 결제 프로토콜로, 현재는 리눅스 재단이 관리한다. AI 에이전트가 사람 개입 없이 초소액·고빈도 결제를 자동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유료 데이터 요청 시 ‘HTTP 402’ 응답을 받으면 약 2초 내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가 완료된다. 기존 금융망의 로그인, 카드 인증, 결제 승인 등 복잡한 고객 신원확인(KYC)을 거칠 필요 없이 거래 한건 한건마다 즉시 처리 가능하다.
리눅스 재단은 x402를 특정 기업에 종속되지 않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운영할 방침이다. 짐 젬린 리눅스 재단 최고경영자(CEO)는 “x402 재단은 투명성, 상호운용성, 광범위한 생태계 참여를 보장하는 개방적이고 커뮤니티 중심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들은 x402를 중심으로 빠르게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구글은 자체 AI 에이전트 결제 표준인 AP2 프로토콜에 x402를 연동해 구글 클라우드 환경에 적용했고, 비자는 AI 에이전트와 가맹점 간 통신을 지원하는 ‘트러스트 에이전트 프로토콜’과 x402의 결합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도 한국은행이 LG CNS와 함께 x402를 활용해 디지털화폐 자동결제 시스템을 실증했다. 다날은 자회사 다날핀테크가 개발 중인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플랫폼(SaaS)에 x402를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카카오페이의 합류는 AI 결제 인프라 주도권 확보를 위한 선제적 행보로 해석된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약 4890만명이며, 카카오페이는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 42.4%로 월간 활성 사용자 2400만명을 확보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2월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를 기반으로 AI에이전트와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결합하면 ‘에이전틱 커머스’의 대규모 상용화가 가능해진다. 특히 카카오맵·선물하기·예약하기·멜론 등 카카오 자체 서비스와 연계할 경우 x402의 한계로 지적되는 실사용처 부족 문제도 보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합병 움직임과 맞물려 국내 핀테크 간 AI에이전트 결제 주도권 경쟁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지난해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3사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x402’를 거론하며 “AI와 블록체인이 결합한 차세대 금융 인프라를 설계하고, 생활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며 “두나무와 네이버가 힘을 합치게 된 계기가 바로 이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경쟁 활발한데 韓 제도 준비는 하세월
다만 국내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을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 처리가 지연되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가이드라인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국내 AI에이전트 결제 시장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중심으로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카오페이가 서둘러 x402에 합류한 배경도 입법 지연 리스크와 무관치 않다. 글로벌 표준을 선제적으로 내재화해 향후 규제 정비 이후 즉시 시장 대응이 가능한 인프라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단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5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해외에서는 이미 스테이블코인과 카드, API, AI 에이전트를 결합한 결제 표준이 빠르게 구체화되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여전히 원화 스테이블코인, 디지털자산기본법, 결제 규제 이슈가 전혀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은 목적물이 아닌 수단”이라며 “국내 역시 발행 주도권 논쟁을 넘어 인프라 구축과 개념검증(PoC) 경쟁으로 시선을 옮겨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페이를 시작으로 국내 기업들의 단순 표준참여뿐만 아니라 B2B, B2C AI에이전트의 결제 수단을 제공하는 서비스의 실증 사례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민지 (mildor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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