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서 커피 마셨더니…" 조회수 '300만' 대박 영상의 비밀 [현장+]
'개운 명당' 찾아나서는 2030
행운 소비 방식 '장소 방문'으로 변해
사주풀이와 엮어 부족한 기운 채워

"일복 기운 받으려고 왔어요. 여기가 특히 일복 맛집이라고 하더라고요."
지난 3일 오후 5시경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서울 로비 안. 도지안 씨(25)는 라운지 입장을 기다리면서 이같이 말했다. 도씨는 친구와 함께 이미 15분 이상을 대기했다. 도씨가 들어갈 라운지는 이미 방문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개운 명당'이 2030 사이에서 뜨고 있다. 네잎클로버나 부적 굿즈를 사는 등 행운을 비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기운이 좋은 곳을 찾아 개운을 하는 식이다. 자연 명당인 관악산부터 도시형 명당인 그랜드 하얏트 호텔까지 장소 범위도 넓어졌다. 전문가들은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청년층이 '운'과 같은 비가시적 요소를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얻으려는 경향이 강해진 것으로 봤다.
기운 받으러 움직이는 2030…행운 소비 방식 달라졌다

2030은 그랜드 하얏트 서울이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장소를 찾아왔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일복 인증 게시글이 올라왔다. 호텔 라운지에서 차 한 잔 마시면 일복이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호텔을 방문한 게시자는 실제로 일이 4개나 들어왔다는 영상을 올렸다. 해당 게시글은 조회수 300만회, 댓글 2000개 이상이 달릴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해당 게시글이 확산하면서 호텔 라운지를 방문하는 2030도 생겼다. 도씨는 "SNS에서 그런 내용을 봤다. 지금 저는 전직을 생각하고 있다"며 "취준 시장 자체가 막막한데 막연하게 서류 내고, 면접 보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그냥 쉬었음 청년으로 남는 게 아니라, 다른 카페에서 쉴 수 있는 것도 의미를 담아서 쉬는 날에도 취업하고 싶다는 젊은 세대들의 의지로 연결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복뿐만 아니라 좋은 정기 자체를 받기 위해 온 청년들도 있었다. 예비부부 이모 씨(31)와 안모 씨(31)는 "다음 주에 결혼을 앞두고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해 왔다"며 "신혼 운, 자녀 운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부부와 함께 온 황모 씨(31) 또한 "저도 SNS에서 하얏트 호텔이 기운이 좋다는 걸 봐서 알았다"며 "저는 이미 결혼해서 친구들이랑 같이 운을 받으려고 왔다"고 부연했다.

현장 직원 또한 최근 운을 목적으로 오는 고객들이 많이 보인다고 전했다. 호텔 입구 앞 데스크에서 일하는 A씨는 "최근 들어서 호텔 로비 곳곳의 돌의 기운 등을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며 "하루에 한두 명은 직접 물어보신다. 예전에는 이런 걸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어서 직원들도 신기해한다. 젊은 분들이 많이 온다"고 설명했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 관계자는 "호텔이 풍수지리적으로 좋다는 건 30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며 "돌, 물 등 기운을 받기 위해 라운지에서 업무 미팅하시는 분들도 많았다"고 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이 개운 명당으로 유명해지자 사주와 엮어서 호텔 라운지별 공략 콘텐츠도 올라오고 있다. 현재 SNS에는 '목(木) 많은 사주가 기운 풀리는 호텔 명당' , '수(水) 기운 부족한 사주가 가는 호텔 명당' 등의 콘텐츠가 게시돼 있다. 앞서 관악산 또한 불(火)의 기운이 많은 산으로 유명해졌다.
사주풀이 플랫폼 시장도 변화…"일종의 통제 환상, 믿음에 가까워"

이 같은 흐름은 사주풀이·운세 플랫폼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사주풀이 애플리케이션(앱)은 지난 2023년부터 2026년까지 계속해서 설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포스텔러는 2023년 3월 기준 149만9291명에서 지난달 347만9703명으로 132% 증가했다. 점신은 같은 기간 192만2476명에서 331만8937명으로 72.6% 늘어났다. 사주풀이를 기반으로 부족한 기운을 채우는 식으로 행운을 대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는 이러한 변화가 '통제 환상'과 '가용성 휴리스틱'에 기반한다고 분석했다. SNS 확산을 통해 개운하면 떠오르는 장소로 관악산, 그랜드 하얏트 호텔이 바로 생각나게 되고, 실제로 그곳을 방문하면 개운이 가능해진다고 믿게 되는 환상을 갖게 된다 의미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행동경제학적으로 보면 운은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취업, 투자, 인생 등 불확실한 미래를 특정 장소를 방문해 결과를 바꾸거나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다고 보는 건 통제 불가능한 것을 통제 가능한 행동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일종의 통제 환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런 운을 받았다는 사례가 SNS에 여러 번 반복해서 올라오면 계속해서 성공 사례에 노출되게 된다. 즉, 그곳을 가면 잘 된다는 이야기가 습관적으로 나오고, 운이 좋아진다는 착각을 만든다.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되는 현상은 가용성 휴리스틱 개념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용성 휴리스틱은 어떤 문제나 이슈에 대한 무엇인가를 찾기보다는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우선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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