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5개여도 ‘팀킬’ 꼬리표… 황대헌, 7년 만에 입 열었다

쇼트트랙 대표 황대헌(27)이 임효준과의 사건, 팀 동료에 대한 반칙 등 자신을 둘러싸고 장기간 이어져온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앞서 황대헌은 지난달 초 인스타그램에 “나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 중 사실이 아닌 부분들까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어 마음이 무거웠다. 나의 부족함이 오해를 키운 부분이 없는지 돌아보게 됐다”고 썼는데, 당시 언급한 ‘사실이 아닌 부분들’에 초점을 맞춰 입장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황대헌은 ①평창 동계올림픽 이듬해인 2019년 6월 선배 임효준이 자신의 바지를 벗긴 일, ②2023~2024년 박지원과 수차례 충돌한 사건, ③최근 동계올림픽에서 인터뷰 태도 문제 등에 대해 A4용지 6페이지 분량의 입장문에 자신의 주장을 담았다.

◇2019년 6월 임효준 사건
먼저 황대헌은 2019년 6월 진천선수촌에서 임효준과 있었던 일에 대해서 임효준이 사과를 위해 집에 찾아왔다 쫓겨난 것으로 알려진 ‘문전 박대’ 사건에 오해가 있다고 밝혔다.
당시 임효준이 암벽 등반 훈련 중이던 황대헌의 바지와 속옷을 벗기는 일이 있었다. 황대헌은 “이성이 있는 앞에서 바지와 속옷이 벗겨져 엉덩이가 다 노출된 사건을 단순한 장난이라고 느끼지 않았다”고 했다.
사건 후 황대헌은 임효준의 사과를 기대했으나 임효준이 춤을 추며 계속해서 황대헌을 놀렸다는 게 황대헌의 주장이다.
이후 ‘성기 노출’ 등의 제목으로 사건이 보도되자 황대헌의 어머니가 먼저 임효준 측과 만나는 자리를 요청했고, 이 자리에서 임효준이 황대헌에게 사과했다고 한다. 황대헌 측은 ‘성기 노출’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황대헌은 “그 자리에서 ‘형이 진심이라면 나도 괜찮아. 알겠어’라고 했는데, 말이 끝나자마자 프린트된 상태의 확인서에 서명을 요구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확인서에는 어떤 잘못으로 반성하고 사과한다는 내용이 생략됐고, 내가 사과를 수용하고 화해했다는 내용,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 사회적 물의를 야기해 깊이 반성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며 “이 날을 기점으로 나는 임효준 선수의 사과가 하나도 진심으로 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임효준 측은 당시 자신들도 확인서의 존재를 몰랐고 동석한 지도자가 벌인 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해 10월 임효준의 어머니가 황대헌의 집에 찾아가 만남을 요청했다고 한다. 황대헌은 “연락 없이 찾아왔고 만날 생각이 없었는데 1시간가량 큰 소리로 집 대문을 두드려 주민 항의가 들어왔고, 이에 어머니가 경찰을 불러서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임효준은 이 자리에 없었고, 황대헌도 집 안에 없었다고 한다. 어머니들끼리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황대헌은 앞서 그해 8월 강제 추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일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임효준 사건 당일, 그에 앞서 여성 대표 A가 황대헌의 만류에도 계속해서 그의 엉덩이를 때렸고, 이에 황대헌도 A의 엉덩이를 주먹으로 때린 일이 형사 사건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다만 상대로 지목된 A가 경찰에 ‘장난이었다’는 취지로 얘기해 혐의 없음으로 종결 처리됐다고 한다.

황대헌은 “당시 너무 수치스러웠고 감내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다”면서도 “이렇게까지 될 일이 아니었는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게 안타깝다”고도 했다.
임효준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버리고, 임효준은 이 일로 중국으로 귀화까지 하게 된 결과를 얘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황대헌은 “시간이 많이 지났고 임효준 선수가 최근 올림픽에서 저에게 나쁜 감정은 없다고 한 것처럼, 나 역시 이제 괜찮다. 언제든지 만나서 오해가 남았다면 또 풀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2024년 전후 박지원 팀킬 논란
박지원과의 이른바 ‘팀킬’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황대헌은 자신에 대해 ‘스피드와 파워를 기반으로 순간 가속을 활용해 추월을 시도하는 공격적 스타일’, 박지원에 대해선 ‘코스 마킹과 활용 능력이 뛰어나고 선두에서 레이스를 주도하는 안정적인 스타일’이라고 정의한 뒤, “둘의 장점이 극명하게 달라 치열한 순위 다툼 상황에서 부딪히는 일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2024년 세계선수권 대회 1500m 경기에 대해 황대헌은 “다소 무리한 장면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개인 종목인 만큼 우승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후반부 코너를 진입하면서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보고 스피드를 올려 파고들었는데,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지원이 형과 부딪혔고 페널티를 받았다”며 “박지원 선수에게 경기 후 한 번, 방에 찾아가서 또 한 번 사과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박지원도 “알겠다”고 했다는 게 황대헌의 얘기다.
이어 1000m에서는 박지원이 황대헌을 추월하는 상황에서 황대헌은 또 박지원과 충돌해 페널티를 받았다. 황대헌은 “1500m 일도 있고 해서 조심스럽게 플레이했고, 경기 중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별도로 사과를 안 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귀국 인터뷰에서 “직접 사과했느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그는 “1500m 때 부딪힌 건 사과를 했고, 1000m 경기는 사과를 안 했는데 사과했다고 해도 되는지 판단이 어려웠다”고 했다. 당시 박지원은 “사과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황대헌은 “이후 개인적으로 소속사를 통해 사과하고 싶다고 전해 직접 만나 사과할 수 있었다”며 “지원이 형의 마음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 한 번도 고의로 누군가를 방해하거나 해칠 생각으로 경기한 적이 없다”고 했다. “종목 특성상 접촉이나 충돌 없이 타는 걸 약속드린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그러나 오해 소지가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2026년 인터뷰 태도 사건
황대헌은 지난 2월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1500m에서 은메달을 딴 뒤 기자회견에서 있었던 인터뷰 태도 논란에 대해서는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그는 금메달리스트인 네덜란드 옌스 판트바우트가 “과거 황대헌의 전략을 벤치마킹해 좋은 성과를 냈다”고 말한 데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에 “훌륭한 선수와 경쟁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는 내용으로만 답한 뒤 입을 다물어 ‘답변 거부’ 논란이 일었다.
이후 제대로 답을 듣지 못했다고 생각한 기자가 질문을 반복했고, 이에 당황했다는 게 황대헌의 주장이다. 당시 마이크를 손으로 막는 듯한 모습이 보여 큰 비판을 받았다.
황대헌은 “인터뷰 중 마이크를 굽힌 행동 역시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했다. “마이크 소리가 너무 크게 느껴져 다음 질문을 받겠다는 목소리가 그대로 전달되는 게 민망해 순간적으로 그렇게 행동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 논란 또한 내 부족함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황대헌은 “이 입장문으로 인해 비난이 멈출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는다”며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고 승부욕이 앞서 종종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다가오는 2026-2027 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에는 불참한다. 국가대표 은퇴는 아니다. 황대헌은 “서른을 넘어 맞이할 다음 올림픽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입장문을 맺었다.
황대헌은 2018 평창에서 500m 은메달을 딴 걸 시작으로 올해 2022 베이징을 거쳐 밀라노 대회까지 올림픽 메달을 5개 획득했다.
한국 남자 선수 중 최초로 3회 연속으로 메달을 걸었고 최다 메달은 타이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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