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봄의 원망

봄은 일년 사계절 중에 가장 아름답고 생동감 있는 계절이다. 그래서 누구나 봄을 기다리고 봄을 즐기며 봄이 가는 것을 아쉬워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사람을 가장 외롭게 하는 것도 봄이다. 좋은 계절을 좋은 사람과 함께 즐기지 못하는 것은 큰 고통이다. 당(唐)의 시인 유방평(劉方平)은 봄을 원망하는 사람의 심리와 행태를 시로 읊었다.
봄의 원망(春怨)
紗窗日落漸黃昏(사창일락점황혼) 비단 창에 해가 지고, 황혼 차츰 깃드는데
金屋無人見淚痕(금옥무인견루흔)
황금 저택에는 눈물 흔적을 볼 사람이 없구나
寂寞空庭春欲晚(적막공정춘욕만)
적막한 빈 뜰에, 봄은 저물어 가려 하고
梨花滿地不開門(이화만지불개문)
배꽃이 땅에 가득하건만, 문은 열지 않네
이 시는 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 시인은 관찰자이면서 전달자일 뿐이고, 시의 주인공은 따로 있다. 이 시에서는 비단 휘장을 두른 창이 달린 방 안에서 봄 날을 홀로 지내는 젊은 여인이다. 꽃이 피고 새싹이 돋고 새가 우는 호시절이건만 주인공은 즐겁지 않다. 이 이유는 봄을 함께 즐길 사람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더 절망적인 것은 봄이 다 가도록 올 기약이 없다는 점이다. 비단 휘장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기 위해 주인공 여인이 꾸며 놓은 것이다. 방을 분위기 있게 꾸며 놓고, 그 안에 꼼짝없이 있으면서 님을 기다리고 있다. 창 너머로 해가 지고 황혼이 깃드는 모습이 보인다. 또 하루가 속절없이 흘러 가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주인공이 기다리는 사람은 고급 저택 즉 황금 집에 사는 사람인데, 지금은 그 집에 있지 않고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주인공은 날마다 눈물을 흘려서 눈 가에 눈물 자국이 마를 날 없었는데, 그 모습을 보아 줄 사람이 아예 보이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님이 찾지 않은 주인공의 뜰은 적막할 수 밖에 없다.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고 이윽고 호시절인 봄이 다 지나가도록 님은 오지 않는다. 늦봄에 피는 배 꽃이 마당에 떨어져 있건만, 주인공 집의 대문은 열 일이 없다는 표현은 참으로 운치가 넘친다.
봄은 활기 넘치고 사람을 들뜨게 하지만, 그 때문에 도리어 마음을 다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계절의 좋은 면에 대비되어 개인의 나쁜 처지가 부각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봄에 더 외로움을 타기도 하고 상사병에 괴롭기까지 한 것이다. 그래도 봄은 봄이다. 비록 자신의 처지가 좋지 않다 하더라도, 봄 자체를 바라보다 보면, 힐링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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