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뛰어든 '물고기 화가'의 해저 세계
대작 '푸른 탄소의 바다'와
고등어 세밀화 등 100여점 전시
스쿠버다이빙으로 탐사해 작업
"생물 본연 모습은 사람만 그려"

파도, 해안선, 항구, 범선….

바다는 화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주제 중 하나다. 동서고금의 수많은 거장들이 바다를 소재로 숱한 명화를 남겼다. 그런데 수면 아래의 세계, 즉 ‘바닷속’을 그린 명화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조광현 작가(67·사진)는 그 ‘블루 오션’을 20년 넘게 개척해온 사람이다.
조 작가는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물고기의 모습을 정확하게 그리겠다는 일념으로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따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해양생물공학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그가 한반도 주변 바다에 사는 물고기를 그린 1000점 넘는 세밀화는 그 정밀함으로 미술계와 해양학계의 인정을 함께 받고 있다.
비늘 한 장 한 장을 그리던 조 작가의 손이 바닷속 풍경과 그 속에 담긴 생명 전체를 캔버스에 옮기기 시작했다. 조 작가는 “지난 20여년간 봐 왔던 바닷속 세상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삼성동 포스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물의 정령들’은 그 결과물이다.
◇바다 전체와 생명체들의 대비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작품은 크기가 가로 7.8m, 세로 2.3m에 달하는 대형 유화 ‘윤회하는 행성’과 같은 크기의 ‘푸른 탄소의 바다’다. 가로 5.2m의 ‘푸른 탄소의 숲’도 함께 걸렸다. 어두운 조명 아래 걸린 신비로운 분위기의 수중 풍경화들에서는 소리 없이 약동하는 바다의 생명력을 체감할 수 있다. 조 작가는 “바다는 생명의 근원”이라며 “바다는 공기 중의 탄소를 저장하는 등 현재 우리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란 사실을 그림을 통해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대형 회화 사이사이에는 100점 넘는 세밀화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다. 고등어와 참돔 같은 친숙한 물고기부터 고래상어, 파랑쥐치 등 볼 일이 드문 어종까지 다양한 생물들이 지느러미 하나까지 정밀하게 그려져 있다. 미술관 관계자는 “바다 전체의 에너지를 담은 유화와 그 안에 사는 개별 생명체의 세밀화를 대비시켜서 바다의 거시와 미시를 한 공간에서 볼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블랙홀’ 시리즈도 눈길을 끈다. 물고기의 눈을 확대해 그린 연작이다. 조 작가는 “바닷속에 들어가면 물고기들이 ‘뭐 하는 놈이 들어온 거지?’ 하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다이버를 바라본다”며 “오랜 세월 그 시선을 마주쳐왔는데, 육지 생물을 마주한 바다 생물의 그 눈빛에 하나의 세계가 담겨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전시장 한켠에는 작가의 탐사 기록이 펼쳐져 있다. 수중 촬영 장비, 국내외 바다를 돌아다니며 직접 수집한 표본, 해양 탐사 과정의 아카이브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미술관이 위치한 포스코센터 로비의 원형 수족관과 어우러져 또다른 세상에 들어온 느낌을 주는 공간이다.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본질”
누구나 휴대폰으로 고화질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세상인데 왜 세밀화가 필요할까. 조 작가는 “순간을 포착하는 건 카메라가 잘 할지 몰라도, 살아서 움직이는 생물의 진짜 모습은 사람이 직접 보고 그리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상을 오래 관찰하고 구조와 생태를 이해한 뒤 그린 그림은 사진보다 그 생물의 본질을 훨씬 풍부하게 담고 있다는 뜻이다.
함께 열리고 있는 특별전 ‘자연의 기록자들’을 둘러보고 나면 그 말뜻을 체감하게 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밀화가 네 사람이 수만 번의 붓질을 통해 잎맥 하나, 곤충의 다리 마디 하나까지 그린 작품들이 나와 있다.
권혁도 작가가 그린 생동감 있는 꽃과 나비, 옥영관 작가가 그린 아름답고 화려한 딱정벌레들의 그림과 함께 이원우 작가가 그린 한반도 자생 약초와 식물, 이제호 작가가 그린 생명력 넘치는 나무와 열매 그림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는 포스코의 철강 기술을 활용해 작품을 입체적으로 재현한 촉각 체험 공간도 마련돼 있다. 물고기, 곤충, 식물의 형태를 손으로 만져볼 수 있어 시각장애인도 작품을 느껴볼 수 있다. 두 전시 모두 무료, 5월 3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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