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론직설] “중동전쟁 끝나도 호르무즈해협 위기 지속…통항권 획득 나서야”
트럼프 거래동맹 공세…연방·지방정부와 다층협상해야
反트럼프정서 아닌 對트럼프기술로 동맹조건 재설계를
북러밀착·미중갈등·남북단절 등 북미협상 환경 악화돼
내달 미중 정상회담 충돌 억제하는 관리 장치 가능성 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경제안보와 동맹 구조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중동발 위기는 에너지·공급망·해상 안전 등 경제안보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거래적 동맹’ 기조는 더욱 선명해지며 동맹국에 실질적 기여와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북미 관계 역시 북러 밀착, 미중 경쟁 심화, 남북 단절이라는 구조적 제약 속에서 과거와는 다른 환경에 놓여 있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전 외교부 1차관)는 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계의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해 연방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까지 활용하는 다층적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집중된 주(州)정부의 이해관계를 지렛대로 삼으면 백악관의 압박을 완화하고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복합 위기 국면에서 한국은 수동적 대응을 넘어 동맹과 지역 네트워크를 동시에 활용하는 전략적 외교로 국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어떻게 끝날 것으로 보나.
△문재인 정부 때 내가 참여한 이란 동결 자금 협상의 카운터파트가 현 외교부 장관인 아바스 아라그치였다. 그와의 여러 인연을 고려할 때 현 상황은 안타깝다.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목적이 달성됐다고 판단하는 시점에서 종료가 선언될 것이다. 그러나 이란도 승리를 주장할 것이다. 하루빨리 우리는 이란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호르무즈해협의 통항권을 획득할 필요가 있다.
-외교 전략도 변화가 필요해 보이는데.
△호르무즈해협의 위기는 전쟁 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우리의 입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또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협력을 잘 활용해야 한다. 외교적으로 피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미국의 군사행동을 외교적으로 추인하는 듯한 모습은 중동과 국내 여론의 비용만 키운다. 둘째, 트럼프를 공개 비난하는 도덕적 우월성은 거래 조건을 거칠게 만들 뿐이다.
-이란과의 관계 재설정도 필요하지 않나.
△단절도, 과거와 같은 복원도 어렵다. 감정적 거리 두기나 도덕적 제스처가 아니라 위기관리, 에너지 안보, 해양 안전 중심의 제한적 관리 체계로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 중동 지역과의 관계도 국가별로 기능을 나눠 다시 설계해야 한다. 중동 외교는 더 이상 ‘건설 수주’나 ‘정상 방문’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물류, 교민 보호, 방산, 외교적 완충장치를 함께 묶는 국가 안보 문제다.
-이란 전쟁이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은.
△세 가지 변화가 예상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현실화, 남북 관계 주도권 확보 필요성, 거래적 동맹 관리다. 무엇보다 과거 ‘혈맹’이라는 수사보다 거래에 기반한 동맹관리 설정이 중요하다.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마스가(MASGA) 프로젝트 등을 통해 레버리지를 극대화해야 주한미군 자산 이동에 대해서도 발언권을 확보할 수 있다. 방위비 분담금을 지급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전력 이동은 사전 협의가 전제돼야 한다. 자강의 중요성도 한층 커졌다.
-‘전쟁 청구서’에 대한 우려가 크다.
△강경한 발언과 실제 협상은 구분해야 한다. 미국이 필요한 만큼 우리 역시 미국에 중요한 존재다. 청구서를 우려하기보다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 유럽과의 관계가 악화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을 동시에 압박하기는 쉽지 않다. 추가적인 무역 압박에도 한계가 있다. 한미 무역 협상으로 우리의 실질 관세 부담은 이미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 공개된 자리에서는 관계를 관리하되 비공개 협상에서는 더욱 매몰차게 미국의 요구에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 전략을 조언한다면.
△백악관이 한국을 무임승차로 규정하더라도 국무부와 국방부는 한미 관계를 전략적으로 중시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입장도 다르다. 우리에게 우호적인 축과의 접점을 확대해 백악관과 트럼프 행정부를 움직여야 한다.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구금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방정부와의 외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 투자가 집중된 조지아뿐 아니라 텍사스·앨라배마·오하이오·미시간·캘리포니아 등에서도 우호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반트럼프 정서가 아니라 대트럼프 기술이 필요하다.

-전쟁이 북미 관계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북한의 전략은 명확하다. 전쟁과 무관하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재래식 전력 강화를 지속할 것이다. 북한은 미국에 대해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지는 않되 핵 문제를 전면에 둔 협상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난처한 상황이다. 이란에는 핵 개발 가능성을 이유로 군사행동을 하면서 북한과는 핵 문제를 배제한 채 관계 개선을 추진할 경우 국제적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쉽지 않다는 의미인가.
△정상회담 자체는 언제든 정치적 결단으로 성사될 수 있다. 문제는 의제다. 비핵화 논의가 배제된 회담은 외교적 성과로 인정받기 어렵다. 현실적인 접근은 기존 합의를 활용하는 것이다. “싱가포르 합의와 하노이 회담의 미완 과제를 논의한다”는 식으로 비핵화 의제를 외교적 언어로 재구성해 이어가는 방식이라면 국제사회에서도 수용 가능할 것이다.
-트럼프 1기와 2기의 다른 점은.
△과거에는 이슈를 분리해 접근하는 경향이 있었다. 방위비 분담과 북핵 문제를 별도로 다루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현안을 하나의 테이블에 올리는 ‘패키지 딜’ 성향이 강해졌다.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성과 없이 교착상태를 초래할 가능성도 크다.
-북미 관계를 둘러싼 구조적 변화는.
△가장 큰 변화는 북한의 전략적 방향 전환이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며 밀착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 유인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게다가 미중 갈등 심화, 미러 관계 악화, 남북 단절 등으로 상황이 나빠졌다. 2018년과 비교할 때 ‘중간 매개 구조’가 사실상 붕괴된 점이 결정적이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정부의 역할은.
△이재명 대통령이 ‘페이스 메이커’를 자임했지만 메시지는 제한적이다. 페이스 메이커라면 더 적극적인 신호와 행동이 필요하다. 남북 군사합의 복원을 언급했지만 실질적 조치가 보이지 않는다. 북한을 향한 지속적이고 혁신적인 제안도 부족하다. 외교안보 라인의 내부 갈등 노출도 바람직하지 않다. 자주파·동맹파 구분은 이미 유효하지 않은 프레임이다.
-이 대통령의 3단계 북핵 해법에 대한 평가는.
△현실성 논쟁과 별개로 어떤 형태의 해법이든 필요하다. 단절된 남북 관계를 단계적으로 복원하고 지속 가능한 협상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작은 진전이라도 누적되면 방향은 달라진다. 보다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
-다음 달 14일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 전망은.
△이번 회담은 관계 전환보다는 관리 성격이 강하다. 미중 관계는 이미 전략적 경쟁 국면에 진입했다. 과거와 같은 협력적 전환이나 대규모 합의 도출은 어려운 환경이다. 정상회담은 충돌을 억제하는 관리 장치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 정상회담이 북미 관계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이란 전쟁이 없었다면 여지가 더 컸을 수 있었는데 아쉽다. 미중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중국도 북한을 협상장으로 유도할 유인이 크지 않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 변수도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북미 대화를 지원할 동기가 부족하다. 결국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북미 대화를 지지하고 환경을 조성하는 적극적 역할이 요구된다.
-핵추진잠수함 협력 등 한미 합의가 한중 관계에 미칠 영향은.
△한미 관계 강화가 곧 한중 관계 약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두 관계는 병행 관리가 가능하다. 핵추진잠수함 문제에 대해 중국이 반발하더라도 안보에 필요한 조치를 주저할 필요는 없다. 다만 중국 정부와 투명하고 일관된 소통이 필요하다. 중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중국과의 외교 강화를 추진하면서도 시장과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과도한 의존을 줄여야 한다.
-정부의 한일 관계 관리에 대한 평가는.
△일본 내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를 ‘비즈니스 컨서버티브’로 평가한다. 정치적 선택으로 아베 신조 노선을 계승했을 뿐 이념적 경직성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경제와 과거사를 분리해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도 사안별로 구분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정부 외교정책에 대한 조언은.
△현재 한반도 정세는 미중 경쟁, 북러 밀착, 남북 단절이 중첩된 복합 위기 구조다. 기존의 수동적·관료적 접근으로는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 명확한 전략 메시지를 설정하고 외교적 이벤트를 주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동맹과 주변국을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 관건은 한국의 적극성이다.
He is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호주 올세인츠컬리지고를 거쳐 미국 로체스터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정치학 석사, 미 오하이오주립대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북한대학원대와 연세대 교수 등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때 안보실 평화군비통제비서관·평화기획비서관, 외교부 제1차관으로 일하면서 2018년 판문점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과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이행에 참여했다. 저서로 ‘평화의 힘’ ‘헌법의 힘, 외교의 길’, 문재인 전 대통령과 공동 집필한 ‘변방에서 중심으로’ 등이 있다.
김현수 논설위원 hs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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