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옥 장터순대 대표 “연안부두 16년 지킨 뚝배기…손님 향한 진심 눌러담았죠”

강현서 수습기자 2026. 4. 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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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허드렛일하며 요리배워
정직한 재료·합리적인 가격
함께한 직원들 배려도 앞장
“훈훈한 정 나누고 살 것”
▲ 중구 연안부두에 위차한 '장터순대' 정명옥 대표.

"인천과 이곳 장터 순대는 저에게 아메리칸드림을 꿈꿀 수 있게 해준 곳입니다. 누구의 도움 없이 내 손으로 집을 사고 가정을 일구며,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게 해준 곳이에요.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의 삶은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인천 중구 연안부두에 즐비한 횟집 중에는 뚝배기마다 손님을 향한 애정과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주는 곳이 있다. 바로 '장터순대'다. 낡은 식탁들이 다닥다닥 붙어 손님 간의 어깨가 닿을 만큼 좁은 공간이지만, 이곳엔 여느 식당과는 다른 묘한 엄격함과 유쾌함이 공존한다. 정명옥(55) 대표는 39살에 장터순대를 열고 16년째 인천 시민들의 한 끼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장터순대는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총 13개의 메뉴로 하루 300여 명의 손님들을 맞이한다. 특이한 점은 여느 순댓집과는 달리, 이곳의 모든 메뉴가 손님들의 다양한 수요에 맞춰 정 대표가 직접 개발한 메뉴라는 것이다. 내장을 못 먹는 손님을 위해 순대만 넣는 것은 기본이오, 손님들의 선호 부위에 따라 곱창, 살코기 등 부위별로 메뉴를 세분화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정 대표는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는 생각에 어머니가 세를 주던 가게를 넘겨받으며 장사에 발을 들였다. "여기서 음식 장사를 할 거면 제대로 요리를 배워오라"는 어머니의 엄포에 정 대표는 1년 동안 식당의 파출 일을 하며 요리법을 익혔다.

그는 "처음엔 식당 바닥을 닦는 궂은일부터 시작했다. 요리법을 쉽게 가르쳐주지 않는 주방장 곁에서 곁눈질로 배웠다. 그저 미친 듯이 일에만 매달렸던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탄생한 장터순대의 무기는 '정직한 재료'와 '합리적인 가격'이다. 최상급 품질의 한우 육수와 당일 삶은 고기만을 고집하면서도 지난 16년간 올린 가격도 1500원에 불과했다.

가게 벽면에는 만취한 손님에게는 음식을 팔지 않는다는 독특한 '원칙'이 있다. '혀가 꼬부라진 사람', '다짜고짜 '어이'라고 부르는 사람', '술 가져오라며 반말로 직원을 부르는 사람' 등 나름의 기준도 명확하다. 비좁은 가게 특성상 발생하기 쉬운 손님 간의 시비를 방지하고, 오래 함께한 직원들인 전진영(42)씨와 박남재(56)씨의 근무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정 대표만의 세심한 배려이자 원칙이다.

원칙 뒤에는 손님을 향한 속 깊은 애정이 자리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정착한 연안부두에서 집을 사고 자식을 키워낸 그에게 인천과 가게의 손님들은 삶 그 자체다.

"단골손님이 90%예요. 뚝배기 한그릇에 저와 손님들의 인생이 담겨 있어요. 앞으로도 정성들인 뚝배기로 훈훈한 정을 나누며 살아갈 겁니다."

/글·사진 강현서 수습기자 tounou@inchoe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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