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 나오면 어쩌나’...정유사들, 1분기 발표 앞두고 속앓이

김남일 기자 2026. 4. 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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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정유사 임원은 6일 "정유 4사 전체 1분기 영업이익을 3조원 정도로 예상한다. 다만 이 가운데 80%는 현금 흐름이 따르지 않는 재고 효과"라고 했다.

다른 정유사 관계자도 "원유 구매 시기와 석유제품 판매 시기 간 유가 변동에 따른 반짝 시차 이익이 1분기에 예상되지만, 이는 일시적 회계 효과다. 중동 사태가 안정되고 유가가 하락하면 고스란히 재고 관련 손실로 반영되는 구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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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당분간 최고가격제 유지 방침에 다른 목소리 내기 힘들어져
중동사태 여파로 연일 유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6일 오후 제주시의 한 주유소 가격안내판이 휘발유 2040원, 경유 1999원, 등유 1650원을 표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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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지 4주차로 접어든 가운데 국내 정유사들의 속내가 복잡하다. 국제 유가에 한참 못 미치는 가격으로 기름을 공급하는 손해가 상당한데, 이와 반대로 조만간 나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역대급으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중동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당분간 최고가격제를 유지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다른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정유업계에서는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 1분기 때와 마찬가지로 초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와 석유제품 가격 급등으로 전례 없이 높은 정제마진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 수익성은 정제마진이 결정한다. 휘발유·경유·등유·항공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도입가, 운영비, 물류비 등을 뺀 것이 정제마진이다. 보통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는데, 중동 사태 이후 복합 정제마진이 40달러 정도로 급등한 상태다. 최근 일부 증권사는 구조적 고유가에 따른 정유사 영업이익 증가를 전망하는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수출용·산업용 제품 정제마진이 상당해 국내 판매에 발생하는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한 정유사 임원은 6일 “정유 4사 전체 1분기 영업이익을 3조원 정도로 예상한다. 다만 이 가운데 80%는 현금 흐름이 따르지 않는 재고 효과”라고 했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기 전 싼값에 사들인 원유로 제품을 만들어 팔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시적 이익이라는 것이다. 전쟁 전과 비교해 항공유 가격은 200%, 디젤유는 70% 올랐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배럴당 60달러에 샀던 원유인데, 지금은 110달러를 주고도 구하지 못한다. 종전 뒤 유가가 급락하면 반대로 지금 비싸게 사들인 원유로 제품을 만들어 싸게 팔아야 한다”고 했다. 다른 정유사 관계자도 “원유 구매 시기와 석유제품 판매 시기 간 유가 변동에 따른 반짝 시차 이익이 1분기에 예상되지만, 이는 일시적 회계 효과다. 중동 사태가 안정되고 유가가 하락하면 고스란히 재고 관련 손실로 반영되는 구조”라고 했다.

실제 2022년 러-우 전쟁 당시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지에스(GS)칼텍스, 에쓰오일, 에이치디(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분기당 회사별로 각각 1조원 안팎의 역대 최대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다시 유가가 빠지자 이듬해 손익분기점 밑으로 물건을 파는 냉·온탕을 오갔다.

정유업계에서는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현재 국내 기름값 수준을 휘발유는 리터당 2500원, 경유 3000원 정도로 보고 있다. 현재 공급가에서 500~1000원 정도 밑지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손실 보전을 약속했지만, 당장 1·2분기 영업이익이 조 단위로 나올 경우 향후 손실보전액을 정산할 때 ‘고통 분담’ 여론이 높아질 수 있다. 일부 외국계 주주의 경우 보전액이 기대에 못 미치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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