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까지 만들었건만’…해상풍력 해외기업 이탈 '비상'
외국계, 축소 및 투자 보류 잇따라
수익성 악화·인허가 지연 등 암초
"공공 개발 앞당길 수 있어" 분석도

최근 전남 해역을 비롯한 우리나라 해상풍력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철수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해상풍력 육성을 위해 특별법까지 만들었지만, 법 시행까지 시차가 있는데다 수익성 악화와 복잡한 인허가, 계통·입찰 제도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투자 이탈을 막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특별법에 따라 해풍 개발이 정부 주도 사업으로 재편되면서 이 같은 다국적 기업 이탈이 개발을 앞당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상풍력업계에 따르면 호주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인프라 자산운용사 맥쿼리(Macquarie)계열 코리오제너레이션이 한국 해상풍력 사업에서 사실상 완전 철수 수순에 들어갔다. 코리오는 2023년 윤석열 정부와 1조3천억 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전남에서는 진도 맹골도 인근에서 600㎿ 규모의 고정식 해상풍력을, 여수 거문도 인근에서 500㎿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 발전 허가를 받아 사업을 추진중이다.
코리오는 글로벌 종합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스(TotalEnergies)와 국내 대기업 SK에코플랜트와 함께 바다에너지(BadaEnergy)라는 이름의 합작법인을 꾸려 맹골도와 거문도, 울산 귀신고래 해상풍력 등에 투자해왔다.
맥쿼리는 그러나 지난달 말 코리오 한국 지사 전직원이 퇴사하는 등 해상풍력 사업에 대한 정리 수순을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진도와 여수 사업에 대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코리오 외에도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의 대표 사업으로 꼽혀온 노르웨이 국영 기업 에퀴노르 '반딧불이' 프로젝트도 지난 1월 REC 매매계약 체결에 실패하면서 사업이 중단 위기에 몰렸다. 앞서 영국계 에너지 대기업 셸도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문무바람'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발을 뺐고, 전남에서도 일부 외국계 기업들이 해상풍력 조직 축소와 신규 투자 보류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다국적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 등을 돌리는 가장 큰 원인은 수익성 악화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해상풍력 업황이 인플레이션에 따른 자재·건설비 상승, 고금리에 따른 자본조달 부담 확대, 공급망 불안으로 급속히 나빠졌다"고 전했다. 코리오가 진도나 여수 사업에 진출하던 7~8년 전 당시 풍력 1기당 50억 원 하던 사업개발비가 지금은 최소 80억 원에 이를 만큼 수익성이 악화했다.
한국 특유의 제도적 리스크도 외국계 기업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해상풍력은 주민 반발과 어업권 갈등, 군 작전구역과 항로 문제, 다수 부처에 걸친 인허가 절차로 사업 기간이 길어진다. 이 때문에 일부 사업은 허가를 받고도 실제 착공까지 6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지적돼 왔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 입장에서는 7~8년 전 한국 사업이 먼저 시작됐음에도 아직 착공조차하지 못하며 수익성은 계속 악화하고 있는 것과 달리 뒤에 시작했던 대만이나 일본 사업 등은 이미 가동되고 있는 현실을 이해하거나 감당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최근 해상풍력특별법을 제정해 사업 준비 기간 단축에 나섰지만, 외국계 기업들의 이탈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특별법이 공포 후 1년이 지나 시행되도록 설계돼 있고, 이미 허가·주민수용성·계통연계 문제에 묶여 있는 기존 사업장에는 즉각적인 구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더구나 특별법의 핵심은 신규 사업을 정부 주도 계획입지 체계로 재편하는 것이어서, 먼저 들어와 위험을 감수한 민간·외국계 사업자 입장에서는 당장 불확실성을 해소해 주는 카드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이처럼 다국적 기업들의 이탈이 오히려 공공주도의 해상풍력 개발을 앞당기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남도 박숙희 해상풍력산업과장은 "해상풍력특별법 제정에 따라 정부 주도로 해풍 단지를 개발하게 되는 상황에서, 이처럼 외국계 기업이 빠져 나간 해역을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 방식으로 전환하면 되기 때문에 큰 우려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아울러 "오히려 1~2GW규모로 대단위 개발하고 있는 외국계 기업들은 철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송전계통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공 개발을 선점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형주 기자 hispen@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