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캐나다 진출로 새 기회 잡을까
국방산업지침...NSS 물량 조달시 자국 기술 고도화 명시
“국내 산업 한계...한국 기업 스마트 야드·쇄빙선 경쟁력”

|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로 인해 국내 조선업계 신시장 진출이 대부분 미국에 집중된 가운데 미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캐나다에 진출해 '새로운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6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발간한 '캐나다 조선산업 현황 및 우리 기업 진출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캐나다 조선산업 매출은 전년 대비 1.9% 증가한 30억캐나다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금리 인상,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 외부 요인에도 국방 계약 중심의 장기 프로젝트 특성에 힘입어 연평균 0.8%의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했다. 향후 5년간 매출 규모는 연평균 1.9%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오는 2030년이면 33억캐나다달러(약 3조6000억원)에 도달할 전망이다.
▲ 군수 선박 조달 시 자국 조선업 진흥 허들 높여
정부의 국가조선전략(NSS)에 따른 군수 부문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보이며 지난해 기준 함정 신조 및 수리 사업 부문 매출이 26억3000만캐나다달러(약 2조8000억원)로 87.5%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상선 신조 및 민간 수리 부문은 3억7000만캐나다달러(약 4000억원)로 12.5%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됐다.
캐나다 국방부는 올해 초 국방산업지침(DIS)을 통해 NSS 물량을 포함한 국방 조달 시 반드시 자국 내 부가가치 창출과 기술 고도화가 동반되도록 규정을 마련하는 등 국내 조선산업 진흥을 위한 허들을 높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미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영국 BAE 시스템즈 등 글로벌 메이저 방산기업이 캐나다 차세대 호위함 사업 및 함정 프로젝트에 진출하며 캐나다 조선산업의 부족한 부분을 공략하는 등 글로벌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 록히드마틴, CMS 현지화 성공...호위함 사업 주도
록히드마틴은 캐나다 해군의 차세대 호위함 사업의 핵심인 전투관리시스템(CMS 330)의 현지화 및 체계 통합 거점 구축에 성공했다. 우선 전투관리시스템 소스코드를 캐나다 법인으로 이전해 독자적 개량 권한을 부여하는 기술이전 과정을 거쳐 캐나다 200여개 소프트웨어 업체와 협업함으로써 현지화 비율(CCV)을 제고, 공급망 확장을 이뤄냈다.
이어 오타와, 핼리팩스 등 주요 도시에 대규모 테스트 시설을 짓고 현지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직접 고용까지 달성함으로써 캐나다 국방부가 중시하는 '기술 주권'을 확보하며 차세대 호위함 사업 내 주도적 지위를 선점하기에 이르렀다.
보고서는 캐나다 조선산업의 공급망 구조나 한계로 볼 때 국내 조선업체들이 NSS 프로젝트의 수주가 가능한 적기가 펼쳐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역시 다른 국가들처럼 NSS 생태계에서 자국의 어빙·시스팬·데이비 등 3대 조선소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려 하지만 숙련공 부족 및 건조 물량 포화 등 여건 미비로 기술 협력 등을 위한 시장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 "스마트 야드·쇄빙 선박 기자재·MRO 현실성 결여"
로봇 용접, 자동 절단 등 스마트 설비 도입이 가속화되고 증강현실(AR) 등을 통한 비대면·원격 정비 지원 솔루션이 부상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시장 진입 기회가 확보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캐나다의 지정학적 환경에 따라 수요가 있는 북극권 쇄빙에 특화된 고부가가치 기자재 공급 등의 경우 한국 기업들이 현지 기업과의 합작회사(JV) 설립을 통한 시장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쇄빙 화물선의 경우 조선3사 중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이 건조·인도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05년 러시아로부터 쇄빙 유조선을 3척 수주해 2009년까지 모두 인도한 바 있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도 2008년부터 북극항로에 대한 가능성을 내다보고 극지용 선박 개발을 시작하는 등 쇄빙선 건조 기술력을 쌓아왔다.
한화오션은 쇄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분야에서 2014년 15척, 2020년 6척 등 총 20척 이상을 건조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건조 실적을 갖고 있다. 한화오션은 현재 극지 환경 변화와 환경 규제 강화 등에 대응해 '아라온호'보다 규모·쇄빙 능력이 강화된 후속 쇄빙연구선 건조를 수행하고 있어 캐나다 정부의 친환경·쇄빙 통합 솔루션 수요에도 적극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조 사업 대비 높은 수익성과 안정성이 보장되는 유지·보수·개조(MRO) 시장 역시 한국 조선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현지 파트너사 통한 '현지 제조 라이센싱' 유리
다만 현재 국내 조선업계가 수행 중인 미 해군 함정 MRO와 유사하게 캐나다 정부 역시 국방·보안 규정 등에 따라 외국 기업의 직접 진출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지 파트너사를 통한 '현지 제조 라이센싱' 및 제조 설비 공동 구축을 통한 우회 진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국내 조선업계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서는 제언했다.
조선 전문가는 "스마트 야드, 자동화 설비 구축은 캐나다는 물론 국내 조선업계에도 필요한 분야"라며 "조선3사가 현재 일부 도입·운영 중이지만 중형조선사까지 인력난 심화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스마트 야드는 국내 수요 충족이 우선이며 캐나다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기엔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쇄빙 화물선 건조는 한국이 절대 우위인 것은 맞지만 관련 고부가 기자재 공급을 통한 진출은 캐나다, 러시아, 핀란드 등 극지 권역 국가들이 오히려 연구개발이 앞서 있다"며 "세계 조선 시장을 선점한 한·중·일 3국은 극지용 기자재의 수요가 극히 제한적인 만큼 현재 개발은 하고 있지만 캐나다 시장에 절대 우위를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캐나다 해군·해안경비대 함정 MRO 사업이 우리 기업들에 현실적인 기회지만 미 해군 함정의 작전 반경이 전 세계인 것에 비해 캐나다는 작전 수역이 대서양, 태평양 쪽 자국 영해에 국한돼 있어 시장이 한정적일 것"이라며 "캐나다 현지에도 MRO 사업을 하는 업체들이 존재하는 만큼 인력 부족 문제와 연계시킨다면 몰라도 미 해군처럼 함정을 국내 조선소에 맡겨 수리하는 경우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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