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무소속 강행… 윤상현, 장동혁 면전서 “비상체제 전환해야”
후보들 지도부 이슈 잠식에 피로… 2018 어게인 불안감 엄습

국민의힘 중진인 윤상현 의원이 6·3 지방선거를 50여일 앞두고 공개 석상에서 패배 위기감을 드러냈다.
인천에 지역구를 둔 5선의 윤 의원은 현장 행보를 시작한 장동혁 대표를 향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을 해야 할 때”라고 당을 위한 결단을 촉구했다. 장 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 등의 비상체제 전환 요구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경선 과정에서 장동혁 지도부의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논란과 공천 배제(컷오프)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한국갤럽 등의 여론조사에서 역대 최다 격차를 보일 정도로 지지율이 하락했다. 최근 조사에서 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에 30%포인트(p)를 뒤졌다.
특히 대구·경북(TK)마저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며 당의 존립 자체에 대한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판해 중도층 표심을 흔들며 국민의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여기에 컷오프된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무소속 출마를 시사하며 최소 3파전 또는 4파전으로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대두되며 패배 가능성이 커지는 양상이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이날 인천시당에서 진행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의원과 배준영 의원, 지역 당협위원장들이 장동혁 지도부를 향한 쓴소리를 했다.
윤 의원은 최고위 모두발언을 통해 “지금 인천 민심은 처참하고 수도권 민심은 빙하기 그 자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당 후보들이 처절하게 뛰면서 각자도생하고 당은 좋은 공약을 많이 내야 한다”면서도 “(우리에게 등을 돌린 민심에 유권자들이) 들으려 하지 않아 백약이 무효”라고 토로했다. 그는 “지도부가 뭔가 결단을 해야 할 때”라며 “후보자들은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혁신하는 ‘비상 체제’로의 전환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당 내홍으로 인천 민심이 차갑다는 지역 당협위원장의 목소리도 나왔다. 정승연 인천 연수구갑 당협위원장은 “많은 주민의 공통적인 얘기가 ‘싸우지 말라, 왜 이렇게 분열하느냐’는 것”이라 했고, 손범규 인천 남동구갑 당협위원장은 “오늘이 지방선거 D-58인데 공천 갈등 문제만 연일 보도된다”고 우려했다. 장 대표는 이같은 성토에 “인천 국회의원님들과 당협위원장님들께 발언할 기회를 드린 것인데 이 귀한 시간을 당내 얘기로 보내는 것은 너무 아깝다”며 “지금 말씀 주실 것들은 비공개 (회의) 때 말씀하셔도 된다”고 불편함 심경을 드러냈다.
특히 윤 의원의 작심 발언은 그동안 후보들 사이에서 누적된 극도의 피로감을 대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충북·대구 등 공천 파동 사태가 잇달아 터지며 지역 후보들은 ‘정책 이슈를 모두 덮었다’고 불만을 터뜨릴 정도였다. 급기야 영남 지역에서는 각자도생하려는 후보들이 당의 상징인 빨간색 대신 하얀색 점퍼를 입고 거리에 나서기도 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장 대표가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윤 어게인’를 비호하며 ‘2018년 지방선거 어게인’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2018년 지방선거는 올해 지방 선거와 유사했다. 당시 선거는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선거였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TK 지역 2곳만 겨우 지켜내며 참패했다.
이번 지선은 1곳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민주당은 이번 지선에도 압승을 자신하며 대구 지역에 김 전 총리를 내세웠다. 김 전 총리는 험지인 대구에서 국회의원 뱃지를 얻어냈던 만큼 또 한 번 이변을 일으킬 것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구시장 컷오프 수렁에 빠졌다. 주 의원은 법원의 컷오프 가처분 기각에도 항고와 함께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놨다. 주 의원은 향후 대응 방침에 대해선 주변 의견을 들어보며 8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입장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 전 위원장도 ‘시민 경선’을 강조하며 무소속 출마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장 대표가 공개적으로 재·보궐선거 출마를 제안했음에도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장 대표는 전날 매일신문 유튜브에 출연해 “이 전 위워장은 우리 당의 큰 정치적 자산으로 국회에 와서 싸워달라”라고 언급했다.
이 전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기차는 떠났다”, “대구 시민의 뜻에 따라 시민의 판단을 받고 시민들의 선택을 받겠다”며 무소속 출마 입장을 고수했다. 당이 컷오프 재심 요청을 기각한 이후에도 하얀색 점퍼를 입고 대구를 누비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장 대표는 여전히 이 전 위원장에 손을 내밀고 있다. 이날 장 대표는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전 위원장과) 언제든지 만날 용의가 있다”며 대구시장 공천 수습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장 대표가 그동안 제대로 된 해결사 역할을 하지 못하며 이 전 위원장의 표현처럼 뒤늦은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내에선 ‘2선 후퇴’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기대감도 떨어졌다는 것을 반증한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 이후에도 사퇴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만큼 ‘강대강’ 모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전날 유튜브에서 지난해 8월 당 대표 취임 후 중단한 정강·정책 개정, 당명 변경 등을 지방선거 이후에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임성원 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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