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시위’ 변호한 이란 인권 변호사…‘전쟁 비판’ 이후 체포 [플랫]
미국·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르는 이란 정부를 비판한 이란 저명 인권 변호사 나스린 소투데(63)가 당국에 체포됐다.
그의 딸 메흐라메 칸단은 2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통화에서 소투데가 전날 밤 수도 테헤란 자택에서 이란 정보당국에 의해 체포됐다고 밝혔다.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 소투데가 소지하고 있던 모든 전자 기기도 압수됐다. 현재 그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았다.

체포 당시 소투데는 자택에 혼자 있었으며, 그의 체포 소식은 중개인을 통해 뒤늦게 가족에게 전해졌다. 이란은 지난 1월 반정부 시위 이후 통신·인터넷이 통제돼 외부와의 연락이 어려운 상황이다.
체포 사유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칸단은 “우리가 아는 한 어머니가 최근 보안당국에 심문을 받거나 위협을 받은 바는 없다”면서도 최근 이란 정부를 비판한 소투데의 발언이 체포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소투데는 지난달 31일 영국 기반 독립 매체 이란와이어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과 관련해 “전력을 생산하겠다며 어리석게도 핵에너지를 고집한 정부로 인해 국가 전체 전력 체계가 붕괴할 위험에 처했다”며 “반세기 동안 ‘이 나라, 저 나라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쳐온 정부가 결국 우리를 죽음의 위험에 놓이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프랑스 주간지 르 푸앵 인터뷰에서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한 정부를 겨냥해 “어떻게 정부가 이토록 무차별적인 살인과 폭력을 저지를 수 있는지 자문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투데의 체포는 최근 이란 정부가 반체제 인사 및 시민사회를 향한 탄압을 강화하는 가운데 발생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인 ‘이란인권’에 따르면 지난 2월28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시작 이후 이란 시민 최소 2000명과 인권옹호자 및 활동가 38명이 체포됐다. 이란인권은 전쟁 중 “대규모 체포 위험”을 경고했다. 이날 이란 사법부는 지난 1월 반정부 시위에서 체포된 시위 참가자에 대한 사형을 집행하기도 했다.
이란저항국민회의 여성위원회는 소투데의 체포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이란의 정치범, 특히 여성 정치범의 석방을 위해 긴급 조치를 취할 것을 모든 인권 옹호자와 운동가, 변호사 및 법률가 협회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소투데는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된 여성과 반정부 인사 등을 변호해 온 이란 저명 인권 변호사다. 그는 청소년 사형수들을 대변한 공로로 2012년 유럽의회 인권상인 사하로프상을 수상했다. 2020년에는 ‘대안 노벨상’이라 불리는 바른생활상을 수상했다.
그는 2018년 최고지도자 모독, 인권단체 가입 등 7가지 혐의로 체포돼 징역 38년과 태형 148대를 선고받았다. 열악하기로 악명 높은 테헤란의 에빈교도소에 수감됐다가 2023년 건강상의 이유로 가석방됐다.
그의 남편인 레자 칸단은 히잡 착용 의무화에 반대하는 이미지를 배포한 혐의로 현재 에빈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 최경윤 기자 cky@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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