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급 라이선스 있어도 국내선 무자격…탁상행정에 프로감독도 지휘봉 내려놓나 [이종호의 축생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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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계에서 지도자 자격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국제 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한 지도자일지라도 국내 축구팀을 지휘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의 가장 높은 등급의 지도자 자격증인 P급 라이선스를 따면 아시아 각국 최상위 리그는 물론 국가대표팀도 지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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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 지도자 등록 자격 유예 만료 앞두고 논란 커져
축구계 “국제 자격에도 국가 자격 따라는 건 ‘이중 자격’”
정부 “축구만 예외 인정해 달라는 건 형평성에 위배돼”
축구협회, 정부와 문제 놓고 이야기 중이지만 결론 안 나

축구계에서 지도자 자격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국제 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한 지도자일지라도 국내 축구팀을 지휘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6일 “국가 자격증 소지자에게만 체육 지도자 등록 자격을 주는 제도를 축구 분야에는 적용 유예를 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하고 있다”며 “세부적인 이야기는 모두 나눈 상태지만 아직 문체부의 정확한 답변이 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이미 축구 종목에는 3년의 유예기간을 적용했던 만큼 추가로 예외를 둘 수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2020년 5월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체육 지도자 등록 자격을 국가 자격증 소지자로 한정해 2023년 1월부터 적용해 오고 있다. 해외가 아닌 국내 자격증을 따야만 국내에서 체육 지도자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범죄경력자들을 국가대표팀 지도자에서 걸러내기 위해서다. 2019년 발생한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조모 코치의 성폭행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실제 자격증을 딴 뒤에도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르면 자격이 정지, 취소, 박탈된다.
당시 축구계는 강력히 반발했다. 축구 지도자들은 다른 종목과 달리 국제 축구계에서 통용되는 국제축구연맹(FIFA) 지도자 자격증을 주로 딴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의 가장 높은 등급의 지도자 자격증인 AFC Pro(P급) 라이선스를 따면 아시아 각국 최상위 리그는 물론 국가대표팀도 지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해외연수는 물론 논문까지 제출해야 할 정도로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 기간도 1년이 넘게 걸리고 1000만 원 이상의 비용까지 든다. 결국 문체부는 “국내팀 지도를 위해 국제 자격증 소유자가 국내 자격증을 추가로 취득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축구계의 입장을 반영해 2027년 1월 1일까지 축구계에는 3년간 유예 기간을 줬다.
이에 대해 축구 지도자들을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축구지도자와 축구인들이 겪고 있는 현행 체육지도자 자격증 제도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며 현행 규정의 개정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어 “국제 기준과 동떨어진 중복 규제일 뿐만 아니라 지도자 양성의 비효율성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내년부터 축구계에도 다른 종목과 동일한 규정이 적용되면 이영민 K리그1 부천FC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놓을 수도 있다. 이 감독은 P급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오랜 시간 K리그에서 경쟁했지만 국내 2급 이상의 전문 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이 없고, 현실적으로 따기 어려운 처지이기 때문이다.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가대표 선수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주최 대회에 참가했거나, 해당 종목 국제 연맹과 아시아 연맹이 여는 대회에 출전한 적 있는 사람은 구술과 폭력 예방 교육 3시간만 이수하면 2급 전문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딸 수 있다. 또 문체부 장관이 지정하는 프로스포츠단체에 속한 적 있는 사람도 3년 이상의 선수 경력이 있으면 구술과 특별 연수 과정만 거치면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감독은 국가대표는 커녕 프로 경력도 없다. 5과목의 필기시험을 비롯해 실기, 구술, 연수 등 4단계를 모두 거쳐야 한다. K리그 팀을 이끌면서 이 과정을 마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축구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축구인들만 피해를 보게 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다른 종목과 축구계가 함께 웃을 수 있는 ‘운영의 묘’가 도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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