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Note] 심리학으로 보는 ‘왕사남’ 흥행 비법…‘운’과 ‘가벼움’으로 얻은 성취

2026. 4. 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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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의 인기가 오래 간다. 개봉 한 달 만에(3월 7일) 천만 관객을 돌파, 지난 4월 5일 누적 관객 수 1,600만 명을 기록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3위 자리에 등극했다고 하니 말이다.
(사진 (주)쇼박스)
운 - 자기초월, 가벼움 - 인지적 유연성
‘왕사남’의 흥행 돌풍을 분석한 글들이 많다. 주로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감동’, ‘배우들의 연기’, ‘SNS 입소문’, ‘체험 문화(유배지) 결합’ 등이 거론된다. 여기에 심리적 요인까지 덧대자면 ‘운’과 ‘가벼움’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운’을 보자. 만약 ‘왕사남’이 2월 설 연휴 때가 아니라 학교에선 새 학기, 직장에선 1분기 실적을 내야 하는 3월 한참 때 개봉을 했더라면, 게다가 전체 관람가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과연 연휴를 맞아 온 가족이 편히 즐기자는 취지에 부합했을까?

‘가벼움’도 살펴보자. 영화의 주요분위기로 ‘진중함’이 두드러졌다면 어땠을까? 가뜩이나 현실도 피곤한데 영화까지 딥(Deep)한 걸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OTT의 편리함마저 버리고) 과연 이 영화를 택했을까? 그야말로 타이밍 좋게 개봉을 잘했고(운), 너무 진지하지 않은 적당한 감동과 재미로(가벼움) 1,600만 명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항준적 사고’도 뒷받침한 인기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이는 보통의 천만 영화들과 달리, 감독에 대한 인기몰이가 계속되는 점으로도 확인된다. ‘항준적 사고’란 말이 생길 정도인 장항준 감독의 어록만 봐도 그렇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운이다. 근데 그 운을 잡으려면 일단 즐겁게 버티고 있어야 한다”, “장항준처럼 산다는 것은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님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말에서 비치듯, 그는 평소에도 점잔을 빼거나 있어 보이려 하지 않고 때론 가볍게 자신마저 솔직히 드러낸다. 게다가, 영화 제작현장 비하인드를 살펴보면 통상 감독의 밥을 가장 먼저 퍼주는 권위적 관행을 깨고, ‘선착순 달리기’로 밥을 타 먹는 규칙을 만들어 본인이 가장 먼저 달려간다는 방정스러운 모습으로 재미까지 주니 입소문 주체인 젊은 세대를 사로잡을 만하지 않은가?

사실 장 감독이야말로 ‘찐 고수’일 수 있다. 고단한 인생살이를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멘탈 비법이 바로 ‘운’과 ‘가벼움’이니 말이다. 특히 우리가 맞닥뜨리게 되는 여러 고난과 고통이 그렇다. 내가 뭘 딱히 잘못해서 오는 결과가 아니다. 그만큼 인생은 인과관계로 예측하고 통제될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되지 않는다. 거기에 매사 너무 진지하면 힘들기 마련이다. 과도한 의미 부여나 책임감이 소진을 불러일으키는 법. 법륜 스님도 직장인들에게 이렇게 조언한 바 있다.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그냥 심심한데 가서 일이나 좀 해볼까?’ 이렇게 마음먹어 보세요.”

운, 그리고 가벼움. 그래도 뭔가 전문 용어로 설명되길 바라는 분들을 위해 바꿔보자면, ‘운’은 ‘자기초월(Self-transcendence), ‘가벼움’은 ‘인지적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라 하겠다.

[ 변시영(상담심리전문가(Ph.D), 『참 괜찮은 나』 외 다수 저서) 사진 및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쇼박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24호(26.04.0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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