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봉투 허용한다더니… 기후부, ‘쓰봉 대란’에 "대책 아직"

"종량제 봉투가 없으면 일반 봉투에 버릴 수 있게 한다고 해서 정부만 믿고 있었더니 동네 편의점에는 (종량제 봉투가) 없지, 일반 비닐에도 버릴 수 없지, 대체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A씨는 지난 5일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사러 집 근처 편의점에 갔다가 허탕만 쳤다. 이제 남은 종량제 봉투는 단 한 장. A씨는 "은평쪽 대형 마트로 가보거나 급한대로 동네 지인한테 구해봐야겠다"고 했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사는 B씨는 지난 주말 집 앞 마트에서 장을 보고 종량제 봉투에 담아가려 했지만, 직원은 종량제 봉투 재고가 바닥났다며 일반 봉투를 건넸다. B씨는 "일반봉투 배출 이야기도 있고 해서 별일 아니겠다 싶었는데, 막상 재고가 없다는 소리를 듣고 나니 나만 뒷통수 맞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쓰봉'(쓰레기봉투) 대란이 곳곳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주무부처인 기후환경에너지부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중동전쟁 여파에 따른 나프타 수급 불안정으로 종량제 봉투 수급난이 지자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기후부의 사태 대응이 무디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주 "일반 봉투에 버리는 방안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김성환 기후부 장관의 '국민 안심용' 메시지는 검토도 들어가지 않았다.
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기후부는 장관 메시지가 나간 이후 종량제 봉투 수급난을 대체할 일반봉투 배출과 관련한 후속 대책에 대해선 내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종량제 봉투 사재기를 막기 위해 나선 장관의 대국민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이 된 셈이다. 당장 내일 나올 쓰레기를 담을 봉투가 없어 시민들이 발만 동동 구르는 사례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최악의 상황'이 닥치면 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일반비닐에 쓰레기를 배출하려면, 허용 규격을 어떻게 정할지, 쓰레기 배출 수수료는 어떻게 책정할지부터 준비작업이 이뤄져야 하지만 기후부 내부에선 이와 관련된 기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기후부 관계자는 "일반봉투로 종량제 봉투를 대체하려면 배출 수수료 등 세부 논의가 선행돼야 하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잡힌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종량제 봉투 수급난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온도차가 극심하다는 것이다. 이미 다수 가정이 쓰레기 처리에 최악인 상황을 겪고 있지만, 정부는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이미 제작된 종량제 봉투가 완전히 소진되고, 봉투를 만들 원료도 공급이 안 돼 추가 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을 '최악의 상황'으로 보고 있다"며 "지금은 봉투 수급이 원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국 228개 지차제에서 종량제 봉투를 평균 3개월분 정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일반봉투 배출을 고민할 단계는 아직 아니다"고 했다.
국민과 정부 간 현실 인식 괴리는 중앙정부의 행정 안일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디는 여유가 있고, 또 어디는 없어서 못 구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평균 데이터만을 근거로 수급이 원활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전주시와 군포시는 종량제 봉투 공급부족으로 일반봉투를 허용하겠다고 시민들에게 공지까지 했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확인한 기후부가 부랴부랴 두 지자체에 종량제 봉투 공급 업체를 소개해줘 일반봉투를 쓰게 되는 상황을 겨우 막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종량제 봉투가 없어 집에 쓰레기가 넘쳐나는 상황을 결코 가벼이 볼 문제가 아니다"며 "정부는 이를 국민 위생과 직결되는 문제로 봐야 하며, 지금 같은 비상 시기에는 중앙 정부가 지자체의 수급 상황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쓰레기 봉투 대란의 원인인 중동전쟁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가 느긋하게 지켜볼 것이 아니라 일반봉투 배출을 포함해 서둘러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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