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신라왕경 ‘면 단위 복원’ 전환…1500년 고도, 도시로 다시 잇다

황기환 기자 2026. 4. 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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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수계·옛길 연결해 역사문화 벨트 구축
디지털 복원·세계유산 평가 도입…체류형 관광도시로 확장
▲ 국가유산청이 6일 '황룡사 9층 목탑'을 디지털 복원하는 등 신라 왕경의 역사적 정체성을 회복하고 국가유산의 진정성을 미래 세대에게 전승하기 위해 '2026~2030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종합계획'을 수립·발표했다. 사진은 신라왕경도. 경주시

천년고도 경주 신라 왕경이 단순한 유적지 발굴을 넘어, 1500년 전 거대 도시의 맥락을 입체적으로 회복하는 '메가 히스토리컬 시티'로 재탄생한다. 점 단위로 흩어져 있던 월성과 황룡사지, 동궁과 월지가 물길과 옛길로 연결되며 국민이 일상에서 신라의 숨결을 체험하는 지속 가능한 역사문화도시의 청사진이 공개됐다.

국가유산청은 최근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 차기 5개년(2026~2030년) 로드맵인 '제2차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1차 계획(2021~2025년)이 개별 유적의 학술 조사와 발굴에 치중했다면, 이번 2차 계획의 핵심은 '연결'과 '체감'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면(面) 단위 공간 정비'로의 전환이다. 그동안 도로 개발과 도심 확장으로 단절됐던 핵심 유적들을 신라 시대의 수계(발천 등)와 녹지축, 옛길을 통해 하나의 맥락으로 잇는다. 이를 통해 월성에서 황룡사지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역사문화 벨트를 조성, 관람객들이 끊김 없이 신라 왕경의 실체를 걸으며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주 지역 문화재 전문가는 "과거의 복원이 특정 건물을 다시 세우는 데 급급했다면, 이제는 도시 전체의 골격과 생태계를 복원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라며 "유적 간의 서사를 연결해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역사적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실물 복원이 어려운 황룡사 9층 목탑이나 월성의 핵심 건물군 등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복원'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최신 고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콘텐츠는 유물의 원형 훼손 우려를 불식시키면서도, 대중에게는 압도적인 몰입감을 제공하는 미래형 복원의 표준이 될 전망이다.

또한,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정비를 위해 세계유산영향평가(HIA)를 전면 실시한다. 이는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무분별한 개발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기후 위기 등 외부 위협으로부터 유산을 선제적으로 보호하는 예방적 보전 체계도 강화된다.

이번 계획이 지역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국가유산이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의 상징'이 아니라,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살아있는 세계유산'으로 기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경주는 그동안 문화재 보호 구역 설정으로 인한 사유권 제한 등 주민 갈등이 적지 않았다. 이번 계획은 동궁과 월지 홍보관, 첨성대 전시관 등 관람 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야간 경관을 개선해 정비 성과가 실제 지역 상권 활성화와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목표로 한다.

결국 2차 종합계획의 성패는 '고증의 정밀함'과 '주민의 수용성' 사이의 균형에 달려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철저한 고증과 첨단 기술을 결합해 신라왕경을 세계적 역사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며 "국민이 일상에서 유산의 가치를 향유하는 지속 가능한 도시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