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운 채 출산이 당연? 고작 400년 된 얘기…쪼그려앉기보다 불리"

조가현 기자 2026. 4. 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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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 대부분은 병원 침대에 누워 아이를 낳는다.

당연하게 여겨온 이 방식이 실제로는 출산에 불리하다는 연구가 있는 가운데 누운 자세를 택한 것은 불과 300~400년 전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재닛 발라스카스 영국 액티브벌스센터 설립자는 "전 세계 여성들은 수천 년 동안 쪼그리거나 직립 자세로 진통을 겪고 출산했다"며 "대부분의 여성들이 병원에서 누운 자세를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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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출산하는 것이 오히려 출산에 불리하다는 연구가 잇따른 가운데 이 관행이 수천 년의 역사가 아닌 고작 300~400년 전 생겨났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산모 대부분은 병원 침대에 누워 아이를 낳는다. 당연하게 여겨온 이 방식이 실제로는 출산에 불리하다는 연구가 있는 가운데 누운 자세를 택한 것은 불과 300~400년 전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5일(현지시간) 영국 BBC의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인류가 누운 채로 출산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수백년 전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산모들이 병원에서 누운 자세를 강요받고 있다는 비판이다. 

보도에 따르면 재닛 발라스카스 영국 액티브벌스센터 설립자는 "전 세계 여성들은 수천 년 동안 쪼그리거나 직립 자세로 진통을 겪고 출산했다"며 "대부분의 여성들이 병원에서 누운 자세를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누운 자세 출산은 비논리적이며 자연스러운 과정을 의료적 사건으로, 진통 중인 여성을 수동적인 환자로 전락시킨다"고 주장했다.

2022년 국제 학술지 ‘진화, 의학 그리고 공중보건(Evolution, Medicine, and Public Health)’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쪼그려 앉는 자세는 누운 자세보다 골반 직경을 최소 2.5cm 넓히고 중력이 아기를 자연스럽게 아래로 이동시키도록 돕는다. 여성들은 출산 중 본능적으로 앞으로 몸을 기울이거나 손과 무릎을 바닥에 대는 자세를 취하려 한다.

누운 자세 출산은 언제 어디서 시작됐는지도 관심사다. 이와 관련 한나 달렌 호주 웨스턴시드니대 교수에 따르면 300~400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들은 무릎을 꿇거나 쪼그려 앉아 아이를 낳았다.

누운 자세 출산을 만든 데는 17세기 프랑스 의사 프랑수아 모리소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모리소는 임신을 질병으로 보고 1668년 저서 ‘임신 중 및 산욕기 여성의 질병(The Diseases of Women with Child and in Child-bed)’에서 침대 분만을 권고했다. 당시 산파 대신 남성 외과의가 분만실을 장악하던 흐름과 맞물려 이 방식이 퍼져나갔다.

루이 14세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있다. 로렌 던디스 맥대니얼칼리지 사회학 교수는 1987년 논문에서 루이 14세가 분만 의자가 시야를 가린다는 이유로 누운 자세를 선호했고 이것이 관행 변화에 기여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누운 자세의 문제는 연구로도 확인된다. 2013년 학술지 '코크란 체계적 검토 데이터베이스'에 실린 연구는 전 세계 5200명을 대상으로 25개 연구를 종합한 결과 쪼그려 앉거나 무릎을 꿇는 자세로 출산한 여성일수록 제왕절개 위험, 경막외 마취 사용, 신생아 집중치료실 입원 가능성이 모두 줄었다고 밝혔다. 진통 시간도 단축됐다. 

다만 분석한 연구 중 2007년 '국제산부인과학술지(BJOG)'에 실린 연구에서는 직립 자세에서 출혈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영국의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 가이드라인은 출산 중인 여성에게 가장 편안한 자세를 스스로 선택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발라스카스 설립자는 영국에서 "산모가 스스로 자세를 선택하는 '능동 분만(active birth)' 개념이 확산되면서 산모가 편한 자세로 출산할 수 있는 분만 센터가 생겨나는 등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제왕절개가 우려스러울 정도로 계속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일린 허튼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는 "대중 매체, TV, 영화 속 출산 묘사를 보면 출산 과정이 얼마나 잘못 표현되고 있는지 금세 알 수 있다”며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doi.org/10.1002/14651858.CD003934.pub3
doi.org/10.1111/j.1471-0528.2006.01210.x
doi.org/10.1093/emph/eoac017

[조가현 기자 ga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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