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 '천재 첼리스트' 장한나, 마흔세살에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이르면 오는 24일 임명장 수여...역대 최연소
문체부 “풍부한 현장 경험과 리더십 지녀”
장한나 “결코 가볍지 않은 책임”
경영난과 클래식 음악 시장 성장 정체는 과제
“100% 루머인 줄 알았다.”
장한나(43)의 예술의전당 사장 선임 소식에 공연계에서 나온 반응이다. 40대 초반에 불과한 1982년생 지휘자 장한나가 예술의전당의 수장으로 내정됐다. 1988년 개관한 이 공연장의 사장으론 역대 최연소이자 첫 음악인 출신 여성이다. 유럽 악단을 이끌던 첼리스트 출신 지휘자가 한국 대표 공연장을 책임져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장한나 “32년간 쌓은 세계 공연 경험 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술의전당 사장에 지휘자 장한나를 임명하기로 했다”고 6일 발표했다. 임기는 3년이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임명 배경에 대해 “장한나 지휘자는 세계적 연주자와 지휘자로서 32년간 축적한 풍부한 현장 경험과 리더십, 세계적 음악 단체 및 음악인들과의 교류망을 토대로 공연예술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력을 겸비했다”고 설명했다. “K컬처가 세계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시점에 장한나가 예술의전당의 새로운 예술적 비전을 제시할 것”이란 기대도 드러냈다.
이번 인사는 여러 모로 파격적이다. 예술의전당 사장직은 이사장을 겸하면서 예술·공연 경험이 쌓인 남성 원로가 주로 맡던 자리다. 장한나를 뺀 역대 사장 17명 중 여성은 노태우 정부 시기 언론인이자 수필가였던 고(故) 조경희가 유일했다.
예술의전당 사장 자리는 지난해 6월 장형준 전 사장의 임기가 끝난 이후 약 10개월간 비어있었다. 사장 선임이 늦어지자 공연계 안팎에선 “기관장 부재로 예술의전당 사업이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장한나는 임명 소감으로 “결코 가볍지 않은 책임”이라며 “이 역할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며 지난 32년간 세계 공연계에서 쌓아온 경험을 한국 문화예술에 더 깊고 넓게 기여하는 일에 보태겠다”고 말했다.
공연 대중화에 대한 뜻도 내비쳤다. 그는 “예술의전당이 더 많은 분께 더 가까이 열려 있는, 이 시대를 품는 문화예술의 중심이 되도록 제게 주어진 역할을 성실하고 충실하게 해내겠다”고 덧붙였다.
장한나는 9세에 처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올랐다. 이어 11세에 ‘제5회 로스트로포비치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세계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베를린 필하모닉과 같은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다가 2007년 지휘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6월엔 세계 3대 공연장으로 불리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에서 지휘봉을 잡기도 했다.
해외 지휘 활동 공존 가능할까
해외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장한나는 미국 뉴욕이나 유럽 등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장 임명장 수여도 한국 입국 일정을 문체부와 협의한 뒤 이르면 오는 24일에야 가능하다.
이후 유럽으로 건너가 다음달 초 이탈리아 레지오에밀리아에서 지휘봉을 잡는다. 올 9월 열릴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새 시즌 개막 공연도 지휘할 예정이다. “국내 공연장 사장이 해외 공연을 동시에 벌이다가는 경영 집중도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장한나가 경영인으로서 마주할 지표도 녹록지 않다. 예술의전당의 당기순이익은 2023년 65억여원 흑자에서 2024년 76억여원 적자로 돌아섰다. 총 관람객 수는 2021년부터 증가세지만 2024년 206만9099명으로 역대 최대치인 2013년 293만2968명과 비교하면 71%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유행기 이전인 252만여명에도 못 미친다.
이번 인사를 두고, 예술의전당 내부에서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현 재정 상황에선 경영의 최우선순위가 적자를 만회하고 내부 살림을 알차게 꾸리는데 둬야한다는 의견도 많다.
시장 환경도 여의치 않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공연장의 클래식 음악 티켓 판매액이 836억원으로 전년보다 17.2% 줄었다. 신임 사장으로선 문체부와 소통하면서 380여 명에 달하는 예술의전당 임직원을 이끌어야 할 뿐 아니라 약 120만명에 달하는 회원에게 공연장의 매력을 전달해야 하는 기획력도 보여줘야 한다.

관건은 풍부한 해외 현장 경험을 어떻게 살리느냐다. 전임자였던 장형준 17대 사장은 현대 공연단체를 초청하면서 미학적 트렌드를 발 빠르게 반영하는 데에, 유인택 16대 사장은 코로나19 유행 중 예술의 공공성을 지키는 데 집중했다. 무대에서 관객과 호흡하면서 해외 예술계 인맥까지 겸비한 장한나로선 공연장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추진하는 일에 더 유리하다.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은 그에 대해 “로테르담 지휘 콩쿠르의 심사위원도 맡으면서 국제적인 네트워크 역량을 보여줬다”며 “음악을 잘 알면서 소통에도 능한 점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6일 다른 예술기관의 수장들도 새로 선임했다. 모두 여성 인사다.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으론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이던 박혜진 단국대 성악과 교수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로는 유미정 단국대 피아노과 교수를 각각 임명했다. 임기는 모두 3년. 지난달 30일 대전예술의전당의 신임 관장으로 임명된 이영신 목원대 공연콘텐츠학부 특임교수도 소프라노로 활동했던 여성 음악인이다.
이주현/조민선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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