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영공 제한에 미군 장거리 비행 부담···조종사 각성제 의존”

미국 공군 조종사들이 이란 공습을 위한 초장거리 비행에서 각성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와 스페인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이 영공 통과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면서 비행시간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영국 더타임스는 5일(현지시간) “현재 미군 조종사들에게 모다피닐 정제가 지급되고 있다”며 “이는 영공 제한으로 인해 비행거리가 수백마일 증가하고 공중급유 횟수가 늘어나면서 작전 시간이 최대 18시간까지 길어진 데 따른 조치”라고 보도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과 미국의 폭격기 조종사들은 장시간 비행에 따른 피로를 줄이기 위해 암페타민 계열 각성제인 벤제드린을 복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미군이 사용하는 모다피닐은 이러한 각성제의 계보를 잇는 약물로 평가된다. 미국에서는 약물 의존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모다피닐을 규제 물질 4등급으로 분류해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이처럼 약물까지 동원되는 배경에는 유럽 국가들의 영공 제한 조치가 있다. 지난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에 반대하는 유럽 국가들은 미군 항공기에 대한 영공 제한을 이어오고 있다. 스페인의 전면적인 비행 금지와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스위스, 오스트리아의 부분적 제한은 미군 지휘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군은 군용기를 유럽 북동쪽으로 우회시키거나, 대서양 남쪽으로 내려가 지브롤터 해협과 북아프리카를 거치는 장거리 경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 작전 시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B-1B 랜서와 B-52 폭격기가 이번 전쟁에서 미군의 주요 출격 기지로 사용되는 영국 페어퍼드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뒤 프랑스·이탈리아·그리스 영공을 통과해 이란으로 직항하면 왕복 약 10.5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현재 우회 항로는 약 18시간이 걸린다. 특히 남쪽 우회 경로에서는 공중급유기와 최대 8차례에 달하는 정밀 도킹이 필요해 조종사들의 피로도가 높다.
장거리 작전의 부담은 전략폭격기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기지에서 출격하는 B-2 스텔스 폭격기의 경우 우회 항로로 인해 작전 시간이 기존 약 32시간에서 최대 40시간까지 늘어났다. 조종사 2명은 박쥐 모양의 좁은 조종석 내부에서 간이침대와 조리 시설에 의존하며 초장거리 비행을 견디고 있다.
장시간 비행과 반복되는 공중급유는 전투기 조종사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12일 이라크 상공에서 발생해 6명이 사망한 미 공군 KC-135 급유기 충돌 사고 역시 과도한 작전 밀도와 승무원 피로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군 지휘부 내부에서는 작전 효율성보다 영공 통과를 위한 외교 협상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현 상황에 대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3130906011#ENT
https://www.khan.co.kr/article/202604022100025#ENT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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