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서방, 자네 여기 VIP인가?”…수천만원짜리 여행 공들이는 백화점들

방영덕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byd@mk.co.kr) 2026. 4. 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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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의 통합 큐레이션 전문몰 ‘더현대 하이(Hi)’에서 판매 중인 여행상품. [더현대 하이]
‘가장 사치스러운 이탈리아 여행’

‘베르사유 궁전의 프라이빗 투어까지’

‘카네기홀 1층 좌석에서 임윤찬 공연 감상’

전문 여행사들이 내세운 광고문구가 아니다. 6박 7일간 일정에 6200만원(2인 기준) 상당의 여행 상품들이 즐비한 곳은 다름 아닌 백화점의 온라인 플랫폼이다.

신세계·현대 등 주요 백화점들이 최근 명품과 식품을 넘어 ‘초고가 여행상품’까지 손을 적극 뻗고 있다. 기존 백화점의 핵심 고객층인 VIP 뿐 아니라 VIP가 되길 원하는 일반 고객들까지 겨냥해 쇼핑에서 여행·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까지 판매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다.

6일 백화점업계 따르면 이날 현대백화점은 통합 큐레이션 전문몰 ‘더현대 하이(Hi)’를 정식으로 오픈한 가운데 고가의 여행상품 판매에 뛰어들었다. 기존 백화점 온라인몰이었던 더현대닷컴에서 여행 카테고리로 가야 볼 수 있던 여행 상품들을 더 현대 하이에서는 전면 배치한 것이다.

비아 신세계. [신세계백화점]
현재 주력으로 판매 중인 상품은 5박6일 일정의 ‘파리 베르사유 및 명품 헤리티지 프라이빗 투어’와 6박7일 간의 여행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로 만나는 이탈리아’ 등이 있다. 이들 상품은 모두 일반 패키지 여행과 차별화 된 ‘초프리미엄’ 콘셉트가 특징이다. 실제 각각의 상품 가격은 2인 기준 3040만원, 6140만원에 이른다.

현대백화점 측은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최우선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초프리미엄 여행 상품도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백화점 공식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신세계만의 여행 플랫폼 ‘비아신세계’를 운영하고 있다. 미식·와인·예술 뿐 아니라 골프, 모터스포츠를 비롯해 북극 탐사까지 특정 테마를 중심으로 전문가가 동행하는 방식의 상품들이 많다. 일정 역시 소규모 인원으로 운영되는 ‘프라이빗 여행’ 형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이 직접 기획하고 여행 상품을 운영하는 것은 업계에서 처음인데 반응이 좋다”며 “특별한 체험을 원하는 이들 사이 수요가 높고, 인센티브 성격의 여행이나 최근엔 프라이빗한 신혼여행 문의도 늘어나는 추세다”고 말했다.

특히 신세계는 비아신세계를 이용하는 이들을 위해 여행 전후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들 사이 만족도를 크게 높이고 있다.

비아 신세계. [신세계백화점]
예컨대 여행 전 프리뷰 아카데미에서 여행에 대한 사전 강의를 듣게 하거나 체험을 하는 식이다. 여행 당일에는 자택에서 공항까지 대형 고급세단을 타고 이동하고, 여행 후 한국에 돌아와서도 미식을 함께 즐기거나 전시회를 관람하는 등의 풀 패키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아무래도 긴 여행을 함께 다녀오면 패키지 멤버들끼리 더 친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다보니 그와 같은 교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백화점에서 여행상품을 파는 것은 단순 판매를 넘어 백화점 VIP 관리 전략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일부 여행 상품의 경우 이용 금액이 VIP 등급 산정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신세계백화점은 연간 한도금액 없이, 여행 상품 구매액의 최대 100%를 백화점 VIP 등급 산정에 반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여행 상품 구매액의 50%가 VIP 등급 선정 매출로 반영되고, 연 최대 3000만원 한도를 설정해 놓았다. 초프리미엄 상품의 여행을 1~2번 다녀오면 백화점 VIP로 손쉽게 등극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여행상품은 일단 객단가가 높고 고객 충성도를 끌어올리기 쉬운 상품”이라며 “또 한 번 이용한 고객이 반복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다, 이용 금액을 통해 (백화점의) VIP까지 되면 장기간 백화점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 백화점 VIP고객들은 단순히 명품 쇼핑 뿐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다양한 ‘경험’을 소비하는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럭셔리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이점은 더욱 커진다. 다양한 문화 체험은 물론 VIP들만의 커뮤니티까지 묶어 관리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한 백화점 관계자는 “실제 여행객들 중엔 백화점 VIP들이 많은데 이 분들끼리 따로 친교 모임을 갖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아예 VIP들의 부모님이나 가족 동반 모임으로 팀을 꾸려 프라이빗한 여행을 문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백화점의 경우 현재 초고가 여행상품을 백화점 차원에서 따로 판매하고 있지 않다. 다만, 백화점 VIP들을 대상으로 문화·미식·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경험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에비뉴엘 큐레이션을 운영 중에 있다.

에비뉴엘은 롯데백화점의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우수고객 프로그램이다. 이에 따라 VIP들은 등급별 차등 지급되는 포인트를 활용해 국내외 럭셔리 호텔, 파인다이닝, 골프·레저, 쇼핑 등 다양한 하이엔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롯데백화점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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