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임윤찬 전에 백건우 있었다..데뷔70년 춘천行

함영훈 2026. 4. 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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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봄을 상징하는 대표 도시 춘천에서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준다.

조성진·임윤찬 이전에 백건우가 있었다. 지금의 4080 세대들은 유럽인들이 한국을 모르던 시절, 백건우 만큼을 잘 알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백건우를 기억하고 있다.

1946년 5월 10일 생인 그는 올해 만 80세, 데뷔한 지는 70주년을 맞는다. 1968년 미국 줄리어드음악학교 학부(피아노전공)를 졸업하고 1971년엔 대학원을 나왔다.

대학원을 졸업한 직후 뉴욕앨리스튤리홀서 첫 미국 독주회를 가졌고, 이듬해 美카네기홀서 뉴욕오케스트라와 협연(지휘 제임스 콜론)한다. 미국 팬들의 열화 같은 성원에 1979년 국립관현악단과 함께 순회공연을 마쳤다. 1980년 이후 파리에 거주했다.

1993년 ‘92누벨 아카데미 뒤 디스크’에 선정됐고, 부조니콩쿠르 금상, 발티나움버그 콩쿠르 1위에 올랐으며, 프랑스 황금디아파종상을 받았다.

그는 앞서 1976년 당대 톱 배우 윤정희씨와 결혼해 더욱 유명해졌다.

백건우 윤정희 부부 [2013년 헤럴드DB]

춘천문화재단은 그의 80세 생일 한달 전, 오는 10일 ‘백건우&슈베르트’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슈베르트 신보 발매와 함께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제13번과 제20번, 브람스의 네 개의 발라드를 선보인다.

데뷔 70년의 세월 동안 건반 앞에서 끊임없는 사유와 탐구를 이어온 백건우에게 이번 무대는 단순한 리사이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슈베르트를 통해 인간과 음악의 본질을 마주하는 시간으로, 슈베르트가 남긴 순수와 고백, 생의 마지막에 도달한 깊은 명상은 오랜 시간 예술의 의미를 탐색해 온 그의 삶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이번 공연은 백건우가 오롯이 ‘슈베르트의 언어’로 청중과 대화하며 음악이 품은 진실한 침묵과 울림을 들려주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재단측은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제13번과 제20번을 중심으로, 그의 청년기와 말기를 잇는 ‘삶의 두 장면’을 한 무대에 담는다.

제13번의 투명한 서정은 젊은 슈베르트가 바라본 순수와 생의 찬란함을, 제20번의 장대한 구조와 명상적 울림은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낸 내면의 평화를 그려낸다. 백건우는 이 두 작품을 하나의 호흡으로 엮어내, 슈베르트의 음악 안에 담긴 인간 존재의 여정을 들려준다.

이번 리사이틀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백건우가 슈베르트의 음악을 대하는 태도이다. 그는 작품을 ‘연주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긴 시간 음악과 함께 살아온 예술가만이 도달할 수 있는 고요한 집중 속에서 작품의 본질을 다시 여는 방식을 택한다.

슈베르트의 선율은 그의 손끝에서 과장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으로 흐르며, 악보 너머의 침묵과 숨결까지 드러낸다. 백건우의 해석은 강렬한 표현이나 외적 장식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음과 음 사이의 공간, 여백의 호흡, 그리고 건반 위에서 조용히 깨어나는 감정의 미세한 결들이 중심이 된다. 이 절제된 표현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더욱 깊어진 그의 음악적 언어이며, 바로 이 무대가 ‘회고’가 아닌 ‘현재형의 예술’로 존재하는 이유다.

데뷔 70주년을 맞이하는 백건우의 음악적 여정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춘천문화재단 백건우 연주회 알림 포스터

그의 발걸음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회고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 조용히 확장되고 있다.

그런 그가 슈베르트의 세계 앞에 서는 일은 단순한 레퍼토리 선택이 아니라, 인생의 후반부에 다다른 예술가가 다시금 스스로를 비추는 고백의 순간에 가깝다.

이번 리사이틀은 2026년 발매되는 슈베르트 신보와도 맞물리며, 백건우가 새로운 시대에 어떤 음악 세계를 남기고자 하는지 방향을 제시한다.

모차르트 3부작을 통해 구조와 투명성의 미학을 탐구했던 그는 다시 슈베르트로 시선을 돌려, 보다 깊고 내밀한 고백의 세계로 들어선다. 슈베르트의 음악 속에 스며 있는 고독과 순수, 그리고 말로 표현되지 않는 감정의 층위는 백건우가 평생 추구해 온 예술적 철학과 깊이 맞닿아 있다.

슈베르트와 브람스라는 두 개의 내적 풍경을 통해, 백건우는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묻고 관객에게 답한다. 무엇이 음악을 움직이게 하는가? 그리고 예술가는 어디로 나아가는가? 이 질문의 여정에 관객도 함께 동행하게 될 것이다.

이번 공연을 주최한 춘천문화재단 박종훈 이사장은 “데뷔 70주년을 맞이하는 백건우의 음악은 지나간 세월을 회고하지 않는다. 이번 무대는 거장의 현재를 비추는 등불이자, 아직 쓰이지 않은 다음 장을 향해 열려 있는 문과도 같다. 춘천 관객들과 함께 그 문 너머에서 또 어떤 음악이 태어날지, 다시 한번 그의 발걸음을 따라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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