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에 유리한 ‘고도 전쟁’…월드컵 첫 상대 체코, 저지대 베이스캠프 배정에 고지대 적응 사실상 포기

박효재 기자 2026. 4. 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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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대표팀 파트리크 쉬크(오른쪽)가 지난달 28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아일랜드와 2026 북중미월드컵 유럽지역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프라하|로이터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한국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상대 체코가 고지대 적응이라는 악재를 안고 대회에 임하게 됐기 때문이다.

체코는 유럽 플레이오프를 거쳐 20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 늦은 진출 탓에 베이스캠프를 직접 고를 수 없었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배정한 곳은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맨스필드다. 해발 190m의 저지대다.

문제는 체코의 조별리그 3경기 중 2경기가 멕시코 고지대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한국과의 1차전이 펼쳐지는 멕시코 과달라하라는 해발 1570m, 멕시코와의 3차전이 열리는 멕시코 멕시코시티는 해발 2200m다. 베이스캠프와 경기장 사이 고도 차이가 최대 2000m에 달한다.

베이스캠프는 대회 기간 선수단이 머물며 훈련하는 거점이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캠프에서 훈련과 회복을 하고, 경기가 열리는 도시로는 통상 2~3일 전에 이동한다. 체코는 맨스필드에서 훈련하다가 경기 직전에야 멕시코 고지대로 올라가는 구조다. 스포츠 의학계에서는 고지대 적응에 최소 1~2주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2~3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체코의 고지대 적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체코 현지 매체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뤘다. 체코 선수들은 조별리그 기간 맨스필드에서 멕시코로 두 차례 이동하고, 남아공과의 2차전을 위해 미국 애틀랜타로도 한 차례 이동해야 한다. 총 이동 거리는 약 8200km, 비행시간만 약 15시간에 이른다. 체코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해발 수백 미터 이하의 저지대에 경기장이 있어 소속 리그에서 고지대 경기를 경험할 기회가 거의 없다. 체코 선수들에게는 그만큼 낯선 환경이다.

고지대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은 뚜렷하다. 해발 고도가 높아지면 대기압이 낮아지면서 공기 중 산소 농도가 떨어진다. 선수들의 최대 산소 섭취량은 12~16% 감소하고, 심박수가 올라가면서 피로가 빨리 쌓인다. 두통, 메스꺼움, 현기증 같은 고산병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공기 밀도가 낮아지면 공의 공기저항이 줄어 비거리가 늘고 스핀이 덜 걸리는 등 볼 궤적까지 달라진다.

고지대에 익숙한 팀이 그렇지 않은 팀을 상대할 때 실제 경기 결과에도 차이가 나타난다. 스포츠 과학 분야 연구에 따르면 고도 1000m 차이당 고지대 적응 팀이 약 0.5골의 득점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적응 여부가 전술이나 기량 못지않은 변수가 되는 셈이다.

같은 조 상대인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베이스캠프 선정에서 이미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한국은 1차전 경기장이 있는 멕시코 과달라하라(해발 1570m)를 베이스캠프로 확정했다. 경기장과 같은 고도에서 미리 몸을 적응시킬 수 있다. 남아공은 멕시코 파추카(해발 2430m)에 캠프를 차린다. 멕시코시티보다 높은 곳이라 고지대 적응에 더욱 유리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과달라하라 베이스캠프에서 충분히 고지대에 적응한 뒤 같은 도시에서 체코와 첫 경기를 치르게 된다. 체코는 저지대 캠프에서 급하게 고지대로 올라와야 하지만, 한국은 이미 적응을 마친 상태로 경기에 나선다. 조별리그 첫 경기 결과가 16강 진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고지대 적응 격차는 한국에 실질적인 이점이 될 수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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