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불통에 금융위로 향한 귀금속업계…“금시장 밀실개방 반대”

[대한경제=김관주 기자]한국거래소가 일방적으로해외 업체의 금 공급을 허용하기로 하자 이에반발한 국내 귀금속업계가 오늘금융위원회 앞에서 단체행동에 돌입한다.
한국주얼리산업단체총연합회는 6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금융위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서 이들은 지난달 31일부터 4월2일까지 사흘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사옥 앞에서 KRX금시장 제도 개편 반대 집회를 연 바 있다. 여기에 금융위와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 정책에 대한 결사 반대 입장을 담은 민원도 공식 제기했다. 그럼에도 한국거래소가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자 상급 기관인 금융위의 직접적인 개입을 촉구하며 투쟁 반경을 넓힌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회 관계자는 “국민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 전략자산 시장의 개방임에도 불구하고 상위 기관인 금융위의 심의나 승인 절차 없이 한국거래소 내부 심의와 의결 절차만으로 모든 과정이 종결되는 구조적 맹점을 드러냈다”며“의견 수렴 과정도 사실상 전무했다. 업계의 거센 항의가 빗발치자 한국거래소는 규정 공표 후인 지난달 31일에야 뒤늦게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전형적인 밀실·졸속 행정을 보였다”고지적했다. 연합회 측은 지난3월3일 관련 논의를 처음으로 한 시점부터 3월16일 개정안 공표까지 채 2주가 걸리지 않았는데 그 과정에서의견 수렴 절차는 찬반 의견을 묻는이메일 한 통이 전부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는 18일 시행될 KRX 운영규정 개정안의 핵심은 해외 금 생산업자의 진입 장벽을 사실상 전면 철폐한 것이다.폭발하는 금 수요에 대비해부족한 국내 공급망의 빈자리를 해외 제련소로 채워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조치다.실제로 지난해 국내 금 시장에서는 공급난 여파로 국제 시세와 최대 20%까지 가격 격차가 벌어지는김치 프리미엄 현상을 겪기도 했다.
개정안을 보면 런던귀금속시장협회(LBMA)가 인정하는 외국 법인 등에게 회원 자격이 부여되며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 1억원 이상 요건이나 운영세칙이 정하는 사회적 신용 충분 요건 적용이 배제된다. 또한 3년 이상 제련업 계속 및 최근 3개년 평균 금 생산량 1000kg이상이라는 외형·기술 요건은 물론 생산 능력, 생산 공정, 품질 관리 및 순도·중량의 적정성 요건마저 적용을 받지 않는다. 시행세칙에서도 LBMA가 인정하는 인수도 적격 금지금 해외 생산 법인에 대해 3년 이상 수입 유통 영업 계속 요건과 최근 매출액 100억원 기준 등을 모두 면제했다.
이를 두고 연합회 측은 “개정 규정이 예정대로 시행돼대규모 자본과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춘 해외 업체가 직접 공급을 시작한다면 국내 금 산업의 붕괴는 명약관화”라며“가격 경쟁 자체가 안 되는 국내 정·제련 업체는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밖에 없으며 저렴한 해외 금지금의 대량 유입은 고금에 기반을 둔 국내 소규모 정련 사업자의 소멸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비판했다.
국내 업체는 제조 비용이 높은 민트바(보는 각도에 따라 글자가 달라지는 위변조 방지 기술인 잠상기법 적용)를 공급해야 하지만 해외 업체는 제조가 단순한 주물바 형태로 공급이 가능해 원가 경쟁에서부터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입 금의 경우 국내 업체는 3%의 관세를 부과 받지만 해외 업체는 무관세 혜택을 누리게 된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준에 따라 재생금(스크랩) 사용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 기반 붕괴는 산업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연합회 관계자는 “단순한 의견 개진 수준을 넘어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며 “정책이 철회될 때까지 지속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주 기자 p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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