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대교 뒤덮은 '2만 개의 삼각별'…벤츠, 질주 대신 '동행'을 택하다[르포]
선의의 러닝 통해 경쟁 대신 나눔의 가치 공유
참가비 전액 아동 위한 기부금으로 투명하게 전달

햇살 맑은 5일 오전, 부산 벡스코 앞 도로는 거대한 삼각별 물결로 출렁였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로고가 선명한 티셔츠를 입은 2만명의 참가자가 내뿜는 열기는 이른 아침의 서늘한 바닷바람을 단숨에 따뜻한 온기로 녹였다. 올해로 13회를 맞이한 '메르세데스-벤츠 기브앤레이스'는 단순한 마라톤 대회를 넘어 기업이 마련한 발판 위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기부 문화를 즐기는 나눔 축제로 뿌리 내렸다.
기자도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대열에 합류했다. 이번 레이스의 백미는 단연 광안대교였다. 평소 자동차 전용도로로서 사람의 보행이 철저히 금지된 이곳이 일 년 중 단 하루, 벤츠의 러너들에게만 문을 연다. 벤츠코리아는 부산광역시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교통 통제라는 난제를 해결하고 참가자들에게 자동차의 길을 직접 달린다는 상징적 경험을 선사했다.

현장에서 만난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접수 시작 15분 만에 2만명의 정원이 마감된 '광클' 전쟁은 행사의 인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올해로 2회째 참가한다는 한 시민은 "단순히 돈을 보내는 기부는 익숙하지만, 내 체력을 소모하며 직접 땀 흘려 기여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내가 낸 참가비가 아동 의료비나 교육비로 투명하게 쓰인다는 믿음이 재참여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벤츠코리아는 이번 대회를 통해 역대 최대 규모인 10억2000만원 기부금을 조성했다. 주목할 점은 운영 방식이다. 참가비 전액은 물론, 올해 신설된 '100인 스페셜 기부금' 등은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재단에 전달된다. 행사 기획부터 대규모 인력 배치, 안전 관리, 축제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은 벤츠코리아와 협력 업체 등이 부담한다. 기업이 생색내기식 홍보에 치중하기보다 '기부금 순도 100%'를 유지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인 대목이다.

결승선인 광안리 해수욕장에 다다르자 참가자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완주를 축하했다. 10km의 대장정을 마친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고단함보다 기부의 주체로서 느낀 성취감이 가득했다. 특히 도착 지점에 마련된 포토존은 자신의 이름과 완주 기록이 선명하게 각인된 패널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려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기록은 제각기 달랐지만 스마트폰 화면 속 참가자들의 표정만은 공통된 자부심으로 빛났다.
개개인의 완주가 모여 기부라는 공동의 목표로 수렴되는 모습은 이번 행사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현장임을 보여줬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 흘린 땀방울이 기록 패널 위의 숫자보다 값진 경험적 자산으로 남는 선순환 구조는 벤츠가 지난 10여 년간 구축해 온 기부 축제의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지난해 조성된 기브앤 레이스 기부금은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아동과 청소년을 지원하기 위해 사용됐다. 지난해 행사로 마련한 기부금 10억원 중 5억원은 경기도 과천시에 신규 아동보호전문기관 설치를 지원하는 데 사용됐고 나머지 5억원은 부산시에서 추진 중인 '당신처럼 애지중지 공공형 키즈카페 및 우리동네 ESG 센터' 조성 사업에 투입됐다. 두 사업 모두 하반기 개소를 목표로 민관 협력 체계 아래 추진되고 있다.
부산=권지용 기자 senna@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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