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아니면 실패”…게임 신작 시장, 생존 경쟁

김채린 기자 2026. 4. 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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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비 급등 속 흥행 실패 사례 증가…투자 부담 확대
글로벌 경쟁·유저 눈높이 상승…‘검증된 IP’ 쏠림 심화
[출처= 구글]

게임업계의 신작 경쟁이 '대작 중심 생존 경쟁'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막대한 자본과 기술이 투입되는 구조 속에서 수천억 원 규모의 개발비가 투입된 대작 게임만이 흥행에 성공하고, 나머지는 시장에서 빠르게 도태되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 산업은 최근 대작 중심의 생존 경쟁으로 변모했다. 주요 게임사 실적과 출시 흐름을 보면 같은 회사 안에서도 신작 성과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출처= 넷마블]

넷마블은 지난해 '세븐나이츠 리버스', '뱀피르', 'RF 온라인 넥스트' 등의 성과에 힘입어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세븐나이츠 리버스'는 지난해 10월 말 기준 약 430만 다운로드, 1억4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반면 '아스달 연대기'는 2024년 출시 당시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며 IP 흥행이 결코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엔씨소프트는 더 극명한 성적표를 거뒀다. '리니지M', '리니지W' 등 기존 라이브 서비스가 실적의 중심축이지만, 최근 신작 성과는 시장 기대를 밑돌았다는 평가가 지속되고 있다. 엔씨는 신작 부진 속에서 지난해 매출 1조5069억원, 영업이익 161억원을 기록했다. '호연' 등 최근 신작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쳐서다. 올해 실적 반등 여부는 '아이온2'에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기존 흥행작은 버티고 있지만, 새 성장 동력 확보에는 아직 성공하지 못한 셈이다.  

넥슨은 성공과 부진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룹 전체는 선방했지만 개별 스튜디오 단위에서는 히트작의 수명 단축이 실적에 충격을 줬다. 넥슨은 지난해 '마비노기 모바일', '퍼스트 버서커: 카잔', '데이브 더 다이버' DLC, '메이플' 계열 타이틀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카잔'은 대형 글로벌 메가히트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서구권 시장에서 던전앤파이터 IP 확장 가능성을 입증한 성공적인 첫 진입 사례다. 다만 2024년 흥행했던 '퍼스트 디센던트'의 열기가 지난해 빠르게 식었고, '블루 아카이브' 매출도 감소해 실적이 악화됐다.  

위메이드는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경험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2024년 '나이트 크로우' 흥행으로 실적이 급증했지만 지난해 역기저 효과에 성장세가 둔화됐다. 올해 신작 '레전드 오브 이미르'도 기대만큼의 실적 견인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출처= 펄어비스]

펄어비스는 대작 한 방의 위력을 보여줬다. 신작 부재와 '붉은사막'의 출시 지연 등으로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실적 압박을 받았지만 올해 3월 붉은사막 출시 이후 반전 시나리오를 썼다. 출시 직후 12일 만에 400만장 판매를 돌파하면서 흥행 대열에 올랐다.

카카오게임즈는 흥행에 실패했다. 지난해 하반기 반등 카드였던 '가디스오더'는 출시 후 매출과 이용자 수가 빠르게 감소했고, 결국 지난 1월 서비스 종료가 결정됐다. 

최근 몇 년간 게임 개발비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고해상도 그래픽, 대규모 오픈월드, 실시간 서비스 운영 등 기술적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AAA급 게임 한 편에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구조가 일반화됐다. 문제는 대규모 투자가 곧바로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갖추지 못할 경우 출시 직후 이용자 이탈이 빠르게 발생하며 사실상 '실패'로 분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시장에서는 성공과 실패의 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장기 흥행 IP는 꾸준한 수익을 창출하며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신작이 초기 흥행에 실패하면 빠르게 서비스 축소나 종료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이용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콘텐츠 소비 속도가 빨라진 결과로 풀이된다.

게임사들이 검증된 IP에 집중하는 흐름도 이러한 양극화 구조와 맞물려 있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마비노기' 등 기존 인기 IP를 기반으로 후속작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넷마블 역시 '일곱 개의 대죄' 등 검증된 IP를 활용한 신작을 준비 중이다. 완전히 새로운 IP보다는 이미 시장에서 성공을 입증한 콘텐츠를 확장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경쟁 환경도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게임사들은 북미, 유럽, 일본 등 해외 시장을 겨냥한 대형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개발비 규모가 커지고, 글로벌 기준에 맞는 품질 확보가 필수 조건으로 자리잡았다. 중소형 프로젝트는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러한 구조 변화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인 흐름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아이디어와 기획력만으로도 성공 사례가 나올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기술력과 자본, 글로벌 경쟁력까지 모두 갖춰야 한다"며 "결국 대형 프로젝트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양극화 구조가 지속될 경우 산업 전반의 다양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개발사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창의적인 시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실패 리스크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보수적으로 변할 경우 새로운 IP 발굴이 위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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