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거지맵’ 타고 강남세무서까지... ‘런치플레이션’ 속 붐비는 가성비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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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낮 12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백반집.
지갑이 얇은 직장인과 대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저렴한 식당 정보를 공유하는 '거지맵'까지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식당은 낮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식자재를 구매한다.
이용자가 저렴한 식당을 제보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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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낮 12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백반집. 점심시간이 되자 좁은 식당 안은 금세 직장인들로 가득 찼다. 자리에 앉은 손님들 앞에 김치찌개와 반찬이 빠르게 놓였다. 가격은 7000원. 김치찌개에 큼직한 고기가 넉넉히 들어 있는 것을 본 직장인 박성득(32)씨는 “이 동네에서 이 가격이면 믿기지 않는다”며 웃었다.
같이 온 동료 황모(31)씨가 주문한 8000원짜리 제육쌈밥도 금세 나왔다. 제육볶음에 쌈 채소까지 푸짐하게 차려지자 황씨는 “와, 이 가격에?”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박씨는 “짬뽕 한 그릇도 1만3000원 하는 동네인데 이런 푸짐한 식사가 가능하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외식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이른바 ‘런치플레이션(점심 외식비 상승)’ 속에서도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 ‘초가성비 식당’이 주목받고 있다. 지갑이 얇은 직장인과 대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저렴한 식당 정보를 공유하는 ‘거지맵’까지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직접 재료 사와 비용 절감
삼성동 백반집은 13년째 영업 중이다. 김치찌개 가격은 개업 당시 5000원에서 현재 7000원으로 올랐다. 같은 지역 직장인의 평균 식사비가 1만5000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절반가량이다. NHN페이코가 모바일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이 식당은 낮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식자재를 구매한다. 주인이 서빙까지 맡으며 인건비도 줄였다. 식당 주인은 “싸고 푸짐해야 손님이 많이 오고, 그래야 가게 영업을 이어갈 수가 있다”며 “앞으로도 비용을 아껴 지금 가격을 지키고 싶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에는 대표 메뉴인 제육덮밥을 5500원에 파는 가게도 있다. 일대 평균 외식비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 2일 점심시간, 10석 남짓한 가게는 금세 만석이 됐고 바깥에는 대기 줄이 이어졌다.
7년째 가게를 운영 중인 김모(28)씨는 개업 이후 제육덮밥 가격을 600원만 올렸다. 김씨는 “가게가 좁아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대화가 생기고 단골도 늘었다”며 “운영이 빠듯하지만 자주 찾는 손님들을 생각하면서 지금 가격으로 버텨보려고 한다”고 했다.

◇가성비 식당 안내 ‘거지맵’ 인기
박리다매 전략의 식당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 기준 외식 물가는 올해 3월 기준 127.28이었다. 기준연도인 2020년 외식 물가를 100으로 하는 점을 고려하면 5년여 만에 30% 가까이 올랐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일정 가격 이하 식당만 지도에 표시해주는 ‘거지맵’ 서비스도 등장했다. 이용자가 저렴한 식당을 제보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구조다. 지난달 26일 공개 이후 열흘 만에 4만명 넘는 이용자가 접속했다.

◇외부인 이용 구내식당도 긴 줄
거지맵을 통해 외부인도 이용할 수 있는 공공기관 구내식당도 널리 알려지게 됐다. 서울 강남구의 삼성·서초·역삼세무서 지하 1층 구내식당이 대표적이다. 외부인도 매일 오후 12시 10분부터 이용할 수 있다. 식권은 6000원이다.
지난 3일 오후 12시쯤 구내식당 앞에선 이미 30명가량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근 들어 스마트폰을 보면서 찾아온 처음 보는 손님이 늘었다고 구내식당 측은 설명했다.
줄을 서고 있던 인근 직장인 박모(36)씨는 “1년 전부터 팀원들과 함께 이용 중”이라며 “아는 사람만 아는 가성비 맛집이었는데, 사람이 더 몰릴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물가가 지속해서 오르는 만큼 가성비 식당 운영도 빠듯해지고 있다. 가성비 식당을 운영하는 이들도 인건비, 재료비가 무섭게 오른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 음식점 수는 지난해 말 15만5150개로 1년 전보다 4571개 줄었다. 그만큼 창업보다 폐업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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