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일자리 소멸’보다 무서운 건 ‘적응 격차’”

김용훈 2026. 4. 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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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APEC 미래 일자리 포럼’
콜센터·제조업 등 직무 재편 이미 진행
AI 활용능력 따라 노동시장 양극화 우려
정부 “전직 지원·고용안전망 강화” 대응
고용노동부가 6일 서울 콘래드 호텔에서 ‘APEC 미래 일자리 포럼’을 개최했다. 안젤리카 살비 델 페로(왼쪽 네 번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임 자문관과 임영미(왼쪽 다섯 번째)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일자리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고 있지만 더 큰 위협은 ‘일자리 증발’이 아니라 AI에 적응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라는 지적이 나온다. 콜센터 상담사는 챗봇 설계자로, 위험 작업자는 원격 운영 전문가로 전환되는 등 일부 현장에서는 이미 직무 재편이 시작됐다.

고용노동부가 6일 서울 콘래드 호텔에서 개최한 ‘APEC 미래 일자리 포럼’에서는 AI와 인구구조 변화라는 이중 충격 속에서 사람 중심의 전환 전략을 모색하는 국제 논의가 진행됐다.

이번 포럼은 지난해 11월 APEC 노동장관 회의 공동성명에 따른 후속 조치로, AI와 인구구조 변화 속 노동시장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단순히 일자리 수를 지키는 차원을 넘어, 기존 직무를 AI 기반으로 재설계해 생산성과 고용 안정을 동시에 확보하는 사례들이 집중 조명됐다.

기조연설에 나선 안젤리카 살비 델 페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임 자문관은 “주요국의 약 3분의 1이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으며 사용자의 80% 이상이 생산성 향상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현재까지 AI 도입이 전면적인 고용 감소로 이어졌다는 명확한 증거는 제한적”이라면서도 “일부 직무는 자동화에 취약하며, 기술 접근성과 활용 능력에 따라 노동시장 내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충격의 본질이 감원보다 ‘적응 격차’의 확대에 있다는 의미다.

산업 현장에서는 변화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박진수 효성ITX 상무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교육을 실시하고 기존 상담원을 챗봇 설계와 품질 관리 인력으로 재배치한 사례를 소개했다. 단순 상담은 AI가 맡고 상담원은 설계·관리 역할로 이동하는 구조다. 사라질 것으로 여겨졌던 콜센터 일자리가 오히려 고숙련 AI 관리 직무로 재편된 셈이다.

제조업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나타난다. 이덕만 포스코 지능화연구센터장은 용광로 등 고위험 작업을 AI 기반 원격 운영으로 전환해 산업재해 위험을 줄인 사례를 발표했다. 이처럼 AI는 반복·저숙련 업무를 줄이고, 근로자는 분석·관리·창의 업무로 이동하는 구조로 노동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모든 근로자에게 동일하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디지털 역량이 낮은 근로자, 중소기업 종사자, 비정형 노동자일수록 기술 변화 충격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AI 활용 여부에 따른 격차가 노동시장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책 대응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임영미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AI 도입으로 일자리 감소가 예상되는 업종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전직 지원과 사회적 보호를 강화하겠다”며 ‘산업전환 고용안정 기본계획’을 소개했다.

이 계획은 ▷일자리 영향 관측 ▷이·전직 지원 ▷고용 안전망 강화 ▷AI 인재 양성 등을 핵심으로 한다. 산업 전환에 따른 고용 충격을 사전에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국제기구도 한국의 정책 방향에 공감했다. 사믹 애디카리 세계은행 선임 경제학자는 ‘AI+역량 업(Up) 프로젝트’를 우수 사례로 평가하며 평생학습 체계 구축과 노동 이동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산업 안전과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도 AI 활용은 확대되고 있다. 노동부는 ‘고용24’ 플랫폼과 AI 노동법 상담 서비스를 통해 행정 혁신을 추진 중이다.

노세리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AI 도입이 광범위한 일자리 대체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생산성 향상 혜택이 불균등하게 분배될 수 있다”며 “기술 격차가 노동시장 양극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번 포럼은 7일까지 이어지며 중국과 싱가포르 등 회원국이 AI 인재 양성과 노동시장 대응 전략을 공유할 예정이다.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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