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때린 트럼프의 빅픽처…‘中견제’ 세계물류 패권 장악 [Deep Spot]

서지연 2026. 4. 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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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빌어먹을 호르무즈 열어라” 총공세 위협
中 ‘일대일로’ 정면충돌…미중 ‘물류 패권전쟁’
“이란, 美주도 IMEC 최대걸림돌” 파괴 승부수
이란戰, ‘경제인프라 갈등→군사충돌’ 사례
이란 공격에 中 4000억달러 투자축 ‘흔들’
韓기업, 유럽 수출·에너지 전략 재점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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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지배하는 자, 패권을 잡는다.”

고대 실크로드부터 대항해시대 해상로, 수에즈 운하까지 인류 역사는 ‘길’이 곧 ‘패권’이었다. 지금 세계가 주목하는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역시 단순한 물류 인프라 프로젝트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과 질서를 재편하는 ‘현대판 패권 경쟁’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이란 군사 작전을 두고 단순한 안보 대응을 넘어, 이 회랑을 둘러싼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인도와 유럽 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시장을 먼저 연결한 뒤, IMEC를 통해 물리적 운송 경로까지 구축하는 ‘시장+물류’ 결합 구조를 완성하려는 구상이다.

IMEC는 인도에서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회랑으로, 미국 본토를 직접 통과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미국이 이 프로젝트를 밀어붙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어디를 지나느냐’보다 ‘누가 길을 설계하고 통제하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구상 속에서 미국의 대이란 압박도 한층 노골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빌어먹을 (호르무즈) 해협을 열어라. 미친 놈들아, 그렇지 않으면 지옥에서 살게 될 것”이라며 비속어까지 사용하며 원색적으로 이란을 압박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 시한을 당초 6일 오후 8시에서 오는 7일 오후 8시(한국시간 8일 오전 9시)로 하루 연기하면서 “만약 그들이 화요일(7일) 저녁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발전소는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고 다리도 하나도 서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대국민 연설에서도 “이란 전쟁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종전후 미국은 더 번영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일대일로(BRI·아시아-유럽-아프리카 연결 육상 및 해상 경제 네트워크 구축 프로젝트)’가 이란과 중앙아시아를 축으로 유라시아 물류를 장악해온 만큼, 미국은 이를 우회하는 새로운 루트를 구축해 영향력을 재편하려는 전략이다. 인도·사우디·이스라엘 등 미국과 가까운 국가들을 하나의 회랑으로 묶어 공급망을 다시 짜고, 그 위에서 물류와 에너지, 나아가 결제와 금융 흐름까지 주도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 과정에서 이란은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힌다. 중국의 일대일로 핵심 축에 위치한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과 중동 전반의 에너지·물류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지정학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IMEC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관리하거나 약화시켜야 할 변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로이터는 “이번 충돌이 글로벌 교역 경로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면서 전후 물류 지형 변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짚었다. 물류 경로 선택이 곧 글로벌 영향력 경쟁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전쟁을 계기로 지정학적 안보를 확보하고 세계 경제와 정치 권력을 동시에 장악하겠다는 포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합동기지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

IMEC로 재편되는 글로벌 공급망 …“이란, 최대 장애물”

지난 1월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인도-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며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를 아우르는 거대 경제권이 형성됐다. 그러나 합의 직후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이 이어지면서, 겉으로는 무관해 보이던 두 사건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는 분위기다. 허드슨연구소, 스페셜유라시아, 소파이센터 등은 이번 전쟁을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이란 군사작전의 목표로 이란의 핵무기 보유 차단, 군사기지 파괴 등을 들었지만, 이들 기관은 “IMEC 구축과 지정학적 충돌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경제 인프라 경쟁이 군사적 충돌로 확장된 사례”라고 분석했다.

그 교차점에 있는 것이 바로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이다.

IMEC는 2023년 주요 20개국(G20) 뉴델리 정상회의를 계기로 공식화된 프로젝트다. 인도에서 출발한 화물이 아랍에미리트를 거쳐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을 통과하는 철도망을 통해 이스라엘 하이파 항으로 이동한 뒤 다시 유럽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여기에 수소·전력 파이프라인과 해저 데이터 케이블까지 결합해 단순 물류를 넘어 에너지와 디지털까지 아우르는 복합 네트워크로 설계됐다.

IMEC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물류 인프라를 넘어 경제·정치·군사 권력을 동시에 재편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경제적 측면에서 회랑 구축은 곧 비용 경쟁력이다. 인도에서 유럽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루트가 완성되면 운송 시간과 물류비가 크게 줄어들고, 이는 곧 무역 확대와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진다. 동시에 철도·항만·에너지 인프라 투자에 참여한 국가들은 자연스럽게 해당 지역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확보하게 된다.

정치적으로는 ‘길을 설계한 국가가 규칙을 만든다’는 점이 핵심이다. 물류 표준과 통관 체계, 결제 구조까지 설계하는 국가가 글로벌 교역 질서를 주도하게 된다. IMEC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해 미국과 인도, 유럽이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군사·안보 측면에서도 의미는 크다. 항만과 철도, 도로는 평시에는 물류 인프라이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병력과 장비 이동 경로로 활용될 수 있다. 특정 회랑을 통제하는 국가는 필요 시 에너지와 물자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는 전략적 수단까지 확보하게 된다.

스페셜유라시아는 “FTA와 인프라 구축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유라시아 경제 지형이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고, 소파이센터 역시 “IMEC는 중국 일대일로에 대응하는 새로운 공급망 축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생산·물류 체계의 중심축을 인도 중심으로 이동시키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란은 결정적인 변수였다. 이란은 중국 일대일로와 연결된 핵심 거점이자, 동시에 IMEC 경로에서는 배제된 국가다.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를 통해 해상 물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회랑 안정성에 직접적인 리스크로 작용해 왔다. 허드슨연구소는 “이란은 IMEC의 최대 지정학적 장애물 중 하나”라며 “이번 군사 충돌은 해당 리스크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2021년 이란과 4000억달러 규모의 투자 협정을 체결하는 등 이란을 중동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삼아왔다. 사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전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AP]

“4000억달러 걸었는데”…흔들린 중국의 이란 베팅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쪽은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 10여 년간 이란을 중동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삼아왔다. 중국은 2021년 체결된 4000억달러 규모 투자 협정과 에너지 협력을 통해 이란을 일대일로의 핵심 연결 축으로 편입시켰다. 이란은 페르시아만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위치 덕분에 해상과 육상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 역할을 해왔다.

미국 허드슨연구소의 마일스 유 선임연구원은 최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중국은 지난 10여 년간 이란을 중동 전략의 중심으로 삼아왔다”며 “그러나 이번 전쟁은 그 전략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자신감 있고 공격적인 이란에 기대를 걸었지만, 결과적으로 상처 입은 파트너만 남게 됐다고 평가했다.

에너지 측면에서도 양국 관계는 긴밀했다. 이란은 원유 수출의 약 90%를 중국에 의존했고, 중국은 이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해 왔다. 다만 중국 전체 수입에서 이란산 비중은 약 12% 수준에 그쳐 상호 의존 구조는 비대칭적이었다. 다시 말해, 이란 경제는 중국에 더 절박했지만 중국은 이란 외에도 대체 공급처를 찾을 수 있는 구조였다는 뜻이다.

문제는 전쟁 이후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으로 이란의 핵·군사 인프라가 타격을 입고 정치·안보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중국이 기대했던 전략적 가치도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란이 중동 내 긴장을 유지하며 미국의 전략적 자원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 기능이 약해질 경우 중국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태는 중국이 주도해온 반미 축의 취약성도 드러냈다. 중국·러시아·이란·북한으로 이어지는 협력 구도 속에서, 정작 이란이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중국은 실질적인 개입에 나서지 않았다. 경제 협력 중심 관계의 한계가 노출된 것이다. 중국은 이번 군사 작전을 불법적 행위라고 비판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세력의 공격에 대해서는 일관된 비판을 내놓지 않아 ‘선택적 원칙’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동시에 중국의 중동 전략 전반도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은 그동안 이란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들과의 관계를 동시에 확대하는 ‘균형 전략’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란의 약화로 중동 내 세력 구도가 재편될 경우, 이 같은 전략적 모호성을 지속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이번 전쟁은 중국의 중동 전략이 경제적 영향력에 비해 군사·안보 측면에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중동·중앙아시아까지 번진 공급망 재편 흐름

전쟁의 충격은 중앙아시아에서도 직접적으로 나타나며 공급망 재편 분위기에 힘을 싣고 있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식량 수출을 전면 중단했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까지 겹치며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에서 필수 식품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 우려를 키우고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그동안 이란을 통해 페르시아만으로 나가는 남부 물류 루트에 크게 의존해 왔다. 이란의 불안정은 곧 이들 국가의 수출·수입 구조 전체를 흔드는 변수다.

이러한 공급망 불안은 중동에서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IMEC를 통해 물류·에너지 허브로 도약할 기회를 모색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 관계도 유지하는 균형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더 크다. 홍해 항로 불안으로 수에즈 운하 통과 선박이 60% 이상 감소했고, 이집트는 9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파괴한 뒤 글로벌 공급망 질서를 재편하는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을 구상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이란 이스파한 지역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공습 당해 불길과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로이터]

전쟁 뒤 ‘진짜 승부’…IMEC로 중동 묶는 美, 한국도 변수

이번 전쟁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중국의 전략적 입지와 그 여파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영향이다. 중국은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일대일로를 통해 중동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며 이란을 핵심 거점으로 활용해 왔다. 막대한 투자와 에너지 협력을 바탕으로 이란을 육상·해상 물류의 연결 축으로 편입시켰지만, 이번 군사 충돌로 해당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중국이 미국과의 직접 충돌을 감수하기 어려운 만큼 군사적 개입 대신 제한적 지원에 그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전략적 선택지가 제약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동 내 군사 개입 부담을 줄이는 대신,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을 IMEC로 연결해 경제적 이해관계로 묶는 구조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경제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 질서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미국은 중동에서의 직접 개입을 줄이고 아시아로 전략 초점을 이동할 여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중국의 일대일로와 글로벌 공급망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을 본격화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에도 적지 않은 함의를 갖는다. 인도와 유럽 간 FTA 확대와 IMEC 구축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기존 중국 중심 생산·수출 구조에 의존해온 기업들은 공급망 재편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인도를 거점으로 한 저비용 생산과 중동·유럽을 잇는 직통 물류망이 현실화되면, 한국 기업의 유럽 수출 경쟁 구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이번 전쟁으로 물리적 피해가 발생하면서 IMEC 추진에 역풍이 불가피하지만, 호르무즈 봉쇄 위협이 현실화되며 기존 해상로 리스크가 확인된 만큼 역설적으로 IMEC의 전략적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군사 요충지 확보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물류망과 에너지망, 데이터망 등 경제 인프라를 통제하는 것이 전략의 중심으로 이동했고, 이번 전쟁 역시 군사와 경제 전략이 결합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이란을 통제하는 동시에 중동의 지정학적 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가 분명하지만, 개입이 심화될수록 인도-태평양 전선에서 전력이 분산되는 부담도 커질 수 있다”며 “전쟁이 협상으로 수습되면 IMEC가 동력을 얻고 인도 중심 공급망이 부각될 수 있지만,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중동 전체의 물류·에너지 허브 기능이 흔들리면서 각국이 제3의 공급망을 찾는 흐름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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