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에 굿즈 한아름…불교가 ‘힙’해진 이유 [HeralDeep-취향의 발견]
‘힙한 불교’ 종교보다 놀이·문화 인식
국제불교박람회에 25만 관람객 몰려
출가자·신자 감소…포교 효과 미지수
![뉴진스님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 사거리에서 2024년 5월 열린 부처님오신날 연등행사 때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파티 DJ를 맡아 공연하고 있다. [뉴시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6/ned/20260406114806303ojvj.jpg)
사전 예매가 열리자마자 클릭이 쇄도하고 조기에 매진된다. 행사장 앞에는 한시라도 빨리 입장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모인 사람들로 장사진을 친다. 유명 가수의 콘서트 현장이 아니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가 열리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풍경이다.
천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불교가 최근 부쩍 달라졌다. ‘힙한 불교’를 표방하며 이전의 올드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은 이미지로 변모하고 있다. 불교 행사에서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틀고 파티를 하는 모습은 낯설기도 하지만 MZ(밀레니얼+Z)세대를 사로잡는 데에는 성공했다. 전통을 고수하던 불교가 왜 변화를 택했는지, 젊은 세대는 왜 불교에 열광하게 됐는지 들여다보려 한다.
‘뉴진스님’이 쏘아올린 ‘힙한 불교’
‘힙한 불교’의 신호탄은 ‘뉴진스님’이 쏘아올렸다. 2023년부터 일진스님 캐릭터로 활동하던 개그맨 윤성호는 같은 해 11월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에서 ‘뉴진스님’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뉴진(NEW進)은 영어의 ‘뉴(NEW)’와 한자 ‘진(進)’을 결합해 ‘하루하루 새롭게 나아간다’는 뜻을 담은 이름이다. 이 법명은 당시 인기가 있었던 걸그룹 뉴진스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2023년 5월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 사거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연등 행사 때 EDM 파티 디제이(DJ)를 맡으면서 주목을 받은 그는 디지털 싱글 앨범 ‘부처핸섬’과 ‘극락왕생’을 잇따라 발매했다.
뉴진스님이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된 것은 2024년 4월 열린 ‘2024 서울국제불교박람회’ 때였다. 그는 박람회 중 ‘EDM 불경 리믹스 DJ 네트워킹 파티’에 출연해 ‘극락도 락(樂)이다’라는 제목으로 디제잉 공연을 했다. 승복을 입고 헤드셋을 쓴 채 “이 또한 지나가리”, “극락왕생”, “부처핸썹”을 외치는 모습은 한국 불교 역사에서 전례가 없던 파격적인 사건이었다.
엄숙한 사찰 분위기와 강렬한 비트의 반전 결합은 MZ세대로부터 “클럽보다 재밌다”, “번뇌가 사라진다”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디제잉 영상은 소셜미디어(SNS)를 장악했다. 이는 불교가 대중에게 주목받고, 불교의 이미지를 ‘젊은 불교’, ‘힙한 불교’로 바꾸는 데 크게 기여했다. 뉴진스님은 국내뿐 아니라 대만, 홍콩 등 해외에서도 초청받아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조계종에서도 열린 마음으로 이를 환영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그를 직접 만나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불교, 젊은 불교를 알리는데 뉴진스님이 역할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며 헤드셋과 염주를 선물했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해탈컴퍼니가 선보인 굿즈. [국제불교박람회 제공]](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6/ned/20260406114806528jfbj.jpg)
MZ 사로잡은 ‘재미’와 ‘굿즈’
이후 불교는 MZ세대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5일 막을 내린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종교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인파가 쇄도했다. 박람회를 기획·운영하는 마인드디자인에 따르면, 지난해 박람회에는 나흘간 20만명이 다녀갔다. 이는 2023년 방문자 수 7만명의 약 3배, 2024년 10만명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30대 이하 젊은 세대의 방문이 크게 늘었다. 2023년 23.3%에 불과하던 10~30대 비율은 2024년 70.1%, 2025년 77.7%로 급증했다.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열린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도 열기가 뜨거웠다.
박람회 운영 사무국에 따르면, 올해 사전 예매 관람객은 5만7948명으로 지난해 4만2763명보다 35.5%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주최 측은 실제 올해 박람회 관람객 수가 지난해 20만명에서 25% 증가한 25만명 이상이라고 추산했다. 이 역시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주말에는 박람회에 사람이 몰려 사전 등록 외에 현장 등록 관람객은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MZ세대는 왜 이렇게 불교에 열광하는 걸까? 먼저 ‘재미’다. 엄숙함을 내려놓고 대중적으로 소통하기 시작한 불교는 신선함과 독특함으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밈(meme)’의 대상이 됐다.
뉴진스님의 EDM 디제잉에서 비롯된 “이 또한 지나가리”는 시험이 망했을 때, 야근할 때 같은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외치는 밈으로 승화했다. “부처 핸즈 업(Buddha Hands Up)”은 ‘풋 유어 핸즈 업(Put your hands up)’과 ‘부처’을 결합한 언어유희다. 불교 행사에서 스님과 대중이 함께 손을 흔드는 모습에서 파생돼 손을 드는 다양한 모습에 사용됐다.
“번뇌 컷”은 번뇌를 단칼에 잘라버린다는 의미로, 일상을 벗어나 생각을 정리하거나 삭발하는 것부터 유혹을 이겨내고 구매를 참는 것까지 여러 상황에 등장한다. 여기서 나아가 욕망이나 번뇌를 끊어내고 해탈의 상태에 이른 사람에게 “당신은 이미 부처입니다”라고 말하는 밈도 있다.
과거의 투박한 기념품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굿즈’도 젊은 층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며 불교의 흥행을 견인했다.
“깨닫다!”라고 적힌 티셔츠나 번뇌를 닦아낸다는 의미의 ‘번뇌 타월’ 등 위트 있는 굿즈들은 박람회와 팝업스토어에서 완판을 기록했다. 박람회 관람객들은 “다양한 체험 부스 및 굿즈가 잘 되어 있다”, “신선함과 다채로움이 있어서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한 불교의 ‘공(空)’ 사상과 선명상은 치열한 경쟁과 자극적인 콘텐츠에 지친 청년들에게 위로가 되고 있다. 바쁜 일상에 잠시 쉬어가며 자신의 마음을 챙기라는 불교의 가르침이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2일 열린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입구가 참관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6/ned/20260406114806811kcgz.jpg)
신자 수 감소·고령화 속 돌파구 모색
불교에서는 MZ세대의 관심과 ‘힙한 불교’로의 변화를 적극 환영하고 있다. 종교 교리가 온라인 밈으로 이용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말이다.
올해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선 아예 MZ세대를 겨냥해 불교를 ‘놀이’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관람객은 현장에서 지급되는 코인으로 ‘공 뽑기’를 할 수 있고, 봉은사 일주문에선 ‘반야심경 공파티’를 연다. 불교의 대표 경전인 ‘반야심경’이 전하는 공 사상을 힙합과 DJ 파티로 풀어내는 파격적 시도라 할 만하다. 무대에서 유명 아티스트와 스님이 함께 반야심경을 낭송하면 관람객은 그 리듬 속에서 ‘공’을 체험하는 행사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성원스님은 “올해는 핫(hot)한 박람회를 넘어 ‘소 핫(so hot)’한 박람회가 될 것”이라며 “불교 사상을 국민들이 더욱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랜 세월 엄숙·근엄·진지한 모습을 견지해 온 불교가 최근 이처럼 개방적으로 변화한 배경에는 사실 복잡한 내부적인 사정이 있다. ‘신자 수 감소’와 ‘교세 위축’이라는 뼈아픈 현실 때문이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5년 종교인식조사: 종교인구 현황과 종교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불교 인구의 비율은 16%로 나타났다. 이는 개신교 2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이지만, 2000년대 1위에서 2010년대 2위로 밀려난 후 완만한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개신교와 천주교(11%)가 2019년 이후 꾸준한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불교는 2023년 17%에서 2024년 16%로 줄어든 후 반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27일 한국갤럽이 공개한 종교인식조사에서는 2025년 기준 한국인이 믿는 종교는 개신교 18%, 불교 16%로 집계됐다. 불교인 비율은 2004년 24%에서 2024년 15%까지 축소세가 완연하지만, 개신교인 비율은 2022년 15%에서 2025년 18%로 해마다 1%포인트씩 회복하며 역대 고점(21%)에 다가서고 있다.
다른 종교도 마찬가지지만, ‘탈종교화’와 ‘인구 고령화’도 불교의 근심거리 중 하나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최근 1년간 종교별 이탈률을 보면, 불교가 9%로 개신교(8%), 천주교(7%)보다 다소 높았다.
또 불교 신자의 44%는 60세 이상으로 개신교(43%)보다 약간 높은 데 반해, 30대 이하 신자 비중은 18%로 개신교(21%)와 3%포인트 차이가 있었다. 불교의 근간이 되는 출가자 수 역시 급감하는 모습이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지난헤 발표한 회원종단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체 사찰 수는 4590곳(약 31%), 스님은 1만3734명(약 39%)이 감소했다. 종단을 지지할 신도와 운영할 인력 모두 줄어드는 위기 상황에서 ‘힙한 불교’는 젊은 층을 미래의 잠재적 신도로 포섭하기 위한 ‘돌파구’이자 ‘고육지책’이었던 셈이다.
종교보다 ‘문화’…신자 유입 효과는 미지수
불교가 동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젊은 이미지로 혁신을 꾀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있지만, 일각에서는 종교의 본질을 퇴색시키고 세속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MZ세대를 포교의 주요 대상으로 삼고 맞춤형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들이 불교를 종교로 택해 신자가 유입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젊은 세대의 대부분은 무종교로 나타났다. 18~29세는 응답자의 72%가 종교가 없다고 답했으며, 30대에서도 무종교 비율이 64%에 달했다. 불교에 대한 호감도는 54.4점으로 전년 대비 3.1점 상승했고, 주요 종교 중 가장 높았다. 그럼에도 직접 절에 나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난해 서울국제불교박람회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무종교 비율이 52.1%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그냥 박람회를 즐기러 온 사람이 많았던 셈이다.
‘느슨한 연결’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는 특정 종교에 귀속돼 의무를 다하기보다는 필요할 때만 즐기는 ‘라이프스타일’로 종교를 대한다. 이들에게 불교는 신앙이라기보다 명상, 웰니스(Wellness)와 같은 ‘문화’인 셈이다.
이에 대해 조계종에서는 종교를 떠나 많은 국민들이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는 입장이다.
불교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이 앞으로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지만, 미래에라도 이런 관심들이 불교 신자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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