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유니크 베뉴] ‘지역 매력’ 품은 회의 공간 … 장소, 콘텐츠가 되다
도시의 문화·역사·건축적 자산 관광 콘텐츠로
한국관광공사, 2017년 부터 전국 52곳 지정 운영
서울 노들섬, 공연·전시·문화행사 등 이벤트
고양 현대 모터스튜디오, 자동차 전시·체험
강원 하슬라아트월드, 동해 배경 전시 문화 행사
제주 본태박물관, 전통+현대예술·건축미 조화
행사 참여 통해 도시 이미지 각인·재방문 유도

‘유니크 베뉴’라는 말이 낯선 개념은 아니다. 이미 여러 문화시설과 관광공간이 유니크 베뉴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다만 한동안 조용히 제도가 이어져 오면서 대중적 관심에서는 조금 멀어져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최근 관광 트렌드가 장소 자체의 경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유니크 베뉴가 다시 관광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코리아 유니크 베뉴는 2017년 처음 도입된 이후 단계적으로 확대돼 현재 전국 52곳이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문화시설과 역사공간, 공연장 등 지역의 개성을 담은 장소들이 국제회의와 기업행사, 문화 이벤트가 열리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회의장이 아닌 ‘경험의 공간’
유니크 베뉴는 단순히 행사 장소의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회의와 행사가 이루어지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의 컨벤션센터가 효율성과 수용 규모를 중심으로 설계된 공간이라면, 유니크 베뉴는 공간이 가진 이야기와 분위기, 경험 가치를 중심으로 선택된다.
전통적인 행사장은 대규모 인원을 수용하고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간 자체에서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유니크 베뉴는 장소가 가진 역사성과 문화적 배경, 건축적 특징을 통해 행사에 독특한 의미를 부여한다.
미술관에서 열리는 기업행사는 단순한 제품 설명회를 넘어 문화적 경험으로 확장되고, 공연장에서 진행되는 국제포럼은 공간의 분위기와 결합되며 행사 자체의 품격을 높인다. 역사유적에서 열리는 이벤트 역시 공간의 시간성과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참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이처럼 유니크 베뉴는 단순한 기능적 공간이 아니라, 행사의 메시지와 이미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유니크 베뉴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MICE 산업의 구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기존의 컨벤션센터 중심에서 벗어나 경험 중심 행사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MICE는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Exhibition)를 아우르는 산업으로, 관광과 밀접하게 연결된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기존 MICE 산업은 대형 컨벤션센터와 호텔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각 도시들은 차별화된 행사 유치 전략을 고민하게 됐다. 단순히 시설 규모나 접근성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전략이 유니크 베뉴다. 도시의 문화와 역사, 건축적 자산을 활용해 행사 자체를 하나의 관광 콘텐츠로 만드는 방식이다. 특히 기업행사나 국제회의에서는 참가자 경험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면서 행사 장소 선택 기준도 변화하고 있다. 행사 주최자들은 참가자들이 어디에서 회의를 했는지 기억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코리아 유니크 베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2017년부터 문화시설과 관광공간 가운데 행사 개최에 적합한 장소를 선정해 코리아 유니크 베뉴로 지정하고 있다.
이 사업은 단계적으로 확대돼 현재 전국 52곳이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해 강원, 영남, 충청, 호남 등 전국 각 지역에 분포돼 있으며 문화시설과 공연장, 미술관, 역사유적, 복합문화공간 등 다양한 유형의 공간이 포함돼 있다. 선정된 베뉴는 일정 기간 자격을 유지하면서 홍보와 마케팅, 행사 유치 지원, 컨설팅 등을 제공받는다.
코리아 유니크 베뉴는 공간의 성격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국제회의와 대형 행사가 가능한 대형 문화시설형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GS칼텍스 예울마루 등 공연장이나 대형 문화시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 지역 문화와 주민 참여 프로그램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형이다. 지역성과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공간으로 노들섬이나 10년후 그라운드 같은 타입이다.
마지막으로, 역사유적이나 자연경관을 활용한 문화유산형 공간이다. 본태박물관이나 청남대 등 전통과 자연환경을 활용한 사례다. 이처럼 다양한 유형의 구성은 유니크 베뉴가 단순한 행사장이 아니라 지역 자산을 활용한 관광 전략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코리아 유니크 베뉴는 전국에 분포하며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서울의 노들섬은 공연과 전시, 문화행사가 어우러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공간이다. 한강대교 중간에 위치한 타원형 모양의 땅으로 ‘백로가 놀던 돌’이라는 뜻의 ‘노돌’에서 이름이 유래한 것으로 알려진다. 가깝지만 다가가기 어려운 잊힌 섬이었다가 2019년 음악을 매개로 한 복합문화기지로 새롭게 태어나면서 자연과 쉼, 문화가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은 자동차 전시와 체험이 결합된 공간으로, 기업 행사와 브랜드 이벤트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대표적인 사례다. 2017년 개관이래 1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다녀간 국내 최대 체험형 자동차 테마파크로,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삶의 동반자로 거듭난 자동차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공간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유니크 베뉴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부산 영화의전당은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대형 문화행사의 중심지로, 도시의 문화적 이미지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아시아 최대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가 매년 개최되는 장소로 대형 야외공간과 독특한 건축 구조는 다양한 이벤트를 가능하게 한다.
제주 본태박물관은 전통과 현대 예술이 결합된 공간으로, 자연환경과 건축미가 어우러져 특별한 행사 경험을 제공한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박물관은 관광지로서의 매력과 행사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동시에 갖춘 사례다.

유니크 베뉴는 단순히 행사 공간을 다양화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관광의 흐름 자체를 바꾸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기존 관광이 명소 방문 중심이었다면 유니크 베뉴는 행사 참여를 통해 자연스럽게 관광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든다. 국제회의나 기업행사를 위해 방문한 참가자들은 행사 일정 외에도 지역 관광지를 방문하고 음식과 문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숙박과 식음료, 교통 등 다양한 분야로 소비가 확산되며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특히 MICE 관광객은 일반 관광객보다 체류 기간이 길고 소비 수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경제적 효과가 일반 관광객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유니크 베뉴는 도시 브랜드를 강화하는 역할도 한다. 특정 공간에서 열린 행사 경험은 참가자들에게 도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향후 재방문이나 추가 관광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지역 고유의 문화와 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니크 베뉴는 지속가능한 관광 모델로도 평가된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면서도 새로운 관광 수요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니크 베뉴는 관광과 MICE 산업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며 도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회의장이 관광이 되고, 공간이 콘텐츠가 되는 흐름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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