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사람"…북일고 50년 이끈 '한화 3대 인재경영'

조재범 기자 2026. 4. 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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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회장, 북일고 행사 참석으로 인재경영 행보
고 김종희 회장 ‘사업보국’·'인재 육성' 의지로 설립
김승연 회장이 지난 4일 북일고 개교 5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출처=한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충남 천안에 위치한 북일고등학교 개교 50주년 행사에 직접 참석하면서, 한화그룹 창업주 고(故) 김종희 회장으로부터 이어져 온 한화의 인재 양성 철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 회장은 학교 관계자와 재학생, 교직원, 동문 등 약 1300명이 참석한 행사에 함께하며 재학생들을 격려하고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승연 회장은 행사에 앞서 북일학원 설립자인 김종희 회장 동상을 찾아 참배하고 기념사를 통해 "현암께서 남긴 숭고한 '불꽃'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지난 5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단순한 기념행사 참석 이상의 의미로 보고 있다. 북일고 50년의 역사를 돌아보는 자리에 김 회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룹 경영의 핵심 가치 가운데 하나인 인재경영 기조를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행보라는 평가다.

북일고는 한화그룹 창업주가 설립한 학교법인 천안북일학원을 모태로 출발한 교육기관으로 한화의 '사업보국'과 '인재 육성' 철학을 상징해 온 곳이다. 

◆공장 부지를 학교로…창업주 김종희 회장의 '인재보국' 첫 삽

북일고는 한화그룹 창업주 현암 고 김종희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서 출발했다. 김종희 회장은 유능한 인재들에게 배움의 길을 터주기 위해 1968년 백암문화재단을 설립했고, 당초 4년제 대학 설립을 구상했다. 하지만 당시 문교부의 대학 설립 억제 정책에 부딪혀 고등학교 설립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1975년으로 5월 학교법인 천안북일학원 설립 허가를 받았고, 그 해 11월 천안북일고등학교 설립 인가를 취득했다. 이후 1976년 3월 마침내 제1회 입학식과 함께 정식 개교식을 열고 첫 신입생을 맞이했다. 

현재 북일고가 자리한 부지는 본래 김종희 회장이 공장을 짓기  매입했던 땅이었지만 공장 부지를 두정동으로 옮기는 결정을 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길러내는 요람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당시 북일고의 시설과 교사 대우는 파격 그 자체였다. 수세식 화장실조차 드물던 시절에 교실 바닥에는 인조 대리석을 깔았고, 중앙집중식 보일러와 수세식 양변기를 완비했다. 

우수 교사 유치를 위해 중앙일간지에 초빙 광고를 내고, 연간 600%의 보너스 지급과 우수 교사 해외연수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학생들에 대한 학업 및 생활 관리도 철저했다. 그 결과 1979년 배출된 1회 졸업생 463명 중 98%가 대입 예비고사에 합격하는 기염을 토했다. 학업뿐만 아니라 1977년 창단된 야구부는 창단 3년 만인 1980년 봉황대기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단숨에 전국구 명문고로 자리매김했다.

반세기 동안 2만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해 왔고 기업이 설립한 교육기관이지만 임직원 자녀 특별전형을 두지 않고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해 왔다는 점도 북일고의 특징으로 꼽힌다.

◆김승연 회장의 뚝심…'신용과 의리' 기반 캠퍼스 확장
김승연 회장이 지난해 6월 한화토탈에너지스 연구소에서 연구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는 모습.[출처=한화]

1981년 그룹 경영의 바통을 이어받은 29세의 젊은 총수 김승연 회장은 그해 8월 북일학원 제2대 이사장으로 취임하며 선대의 '인재보국' 철학을 계승·발전시켰다. 

김승연 회장의 인재경영 기조는 그룹의 핵심 가치인 '신용과 의리'를 바탕으로 한다. 한 번 인연을 맺은 인재는 끝까지 믿고 육성하며, 그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고의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의 이러한 철학은 북일학원의 확장하는 결단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1994년 천안 북일고를 방문한 김 회장은 "천안 북일고 일대에 첨단교육을 지향하는 종합캠퍼스화 계획을 마련하라"고 전격 지시했다. 이를 계기로 북일학원은 인근 10만평 부지에 유치원부터 중학교, 여고를 신설하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게 된다.

이에 1997년 북일여고를 개교하며 여성 인재 육성 확대로 이어졌다. 김 회장의 혁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글로벌 역량을 갖춘 리더를 육성해야 한다고 판단, 2009년 천안북일고를 '북일고등학교'로 변경하고 같은 해 7월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로 지정받아 제2의 도약을 시작했다.

글로벌 리더 육성을 위해 도입된 국제과는 김 회장의 글로벌 인재경영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물이다. 외국인 교사들과의 수업, 해외 리더십 교류, 개인별 맞춤 카운슬링 등 미국 주요 명문 대학이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최고 수준의 커리큘럼을 운영했다.

기업 차원에서도 인재 육성 투자는 계속됐다. 김 회장의 강력한 신념 아래 한화그룹은 2011년부터 국내 최고 권위의 고등학생 과학경진대회인 '한화 사이언스 챌린지(Hanwha Science Challenge)'를 개최해 오고 있다. 

이는 '한국의 젊은 노벨상'을 지향하며 국가의 우수 과학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고 육성하려는 김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프로젝트다. 한화가 영위하는 태양광, 우주항공, 방산 등 첨단 산업의 근간이 결국 기초 과학 인재에 있다는 혜안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실패 두려워 말라"…김동관 부회장, 인재 투자·환경 조성 박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2023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방문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출처=한화]

2대에 걸친 행보에 재계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에게 향한다. 김동관 부회장은 현재 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경영 전면에 나서며 전문성과 책임경영을 앞세우는 방식으로 인재경영을 진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세인트폴 고등학교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하며 일찍이 글로벌 감각을 익힌 김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어느 누구보다 잘 안다. 한화오션 인수 후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고, 미국 해군성 장관과 직접 면담하며 방산 외교를 펼치는 그의 행보가 이를 대변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직급 체계를 간소화하고, 유연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며, 철저한 성과 중심의 보상을 통해 젊은 기술 인재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원천기술 개발에 도전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것이 김동관식 인재경영의 핵심이다.

인재에 대한 투자도 과감히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한화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신규 채용 규모를 상반기 대비 1400여명 늘린 3500여명으로 확대한 바 있다. 상반기에는 2100여 명을 채용한 데 이어, 하반기까지 합산하면 총 5600여명을 뽑는 등 인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는 단기 성과보다 미래 경쟁력을 중시하는 리더십이 자리 잡으면서, 한화가 글로벌 방산·조선·우주 산업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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