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2연승과 3연승 사이의 김효주 읽기

방민준 2026. 4. 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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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 아람코 챔피언십
2026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아람코 챔피언십에 출전한 김효주 프로가 최종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골프한국] 연승은 축복이지만, 그 축복은 종종 가장 섬세한 시험으로 변한다. 김효주가 LPGA투어 포티넷 파운더스컵과 포드 챔피언십 2연승 뒤 3연승 문턱인 아람코챔피언십에 섰을 때, 그녀가 마주한 것은 상대 선수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골프에서 연승은 단순한 성적의 축적이 아니다. 그것은 기대, 시선, 그리고 보이지 않는 무게의 누적이다.



 



첫 번째 우승은 갈증에서 나온다. 두 번째 우승은 자신감에서 나온다. 그러나 세 번째 우승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이때부터 선수는 더 이상 '쫓는 자'가 아니라 '쫓기는 자'가 된다. 모든 샷에 질문이 따라붙는다. "이걸 또 해낼 수 있을까?"



 



이 지점에서 마음은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 그 하나는 욕심이다. 역사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 자신의 이름을 더 높이 새기고 싶은 욕망. 이런 욕심은 집중을 날카롭게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스윙을 경직시킨다.



 



또 하나는 부담이다. 연승이 길어질수록 '잃을 것'이 많아진다. 실패는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흐름의 단절로 느껴진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안전하게, 더 보수적으로 플레이하려는 유혹이 생긴다. 그러나 골프는 역설적으로, 지키려 할수록 무너지는 경기다.



 



여기에 미묘한 '양보의 심리'도 존재한다. 프로 선수는 냉정한 승부사이지만 동시에 같은 길을 걷는 동료들이다. 1주일에 4~5일 얼굴을 보며 함께 보내야 한다. 가족보다 많은 시간을 동료들과 지내는 셈이다. 혼자 계속 우승을 독식하는 상황이라면 의식하든 않든 마음 깊은 곳에서 이런 속삭임이 일어날 수 있다. "이쯤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다른 동료에게도 기회가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이 감정은 명확한 생각이 아니라, 샷 하나의 미세한 망설임으로 나타난다. 퍼트 하나의 길이를 1cm 더 남기게 만드는, 그 정도의 아주 작은 틈으로 스며든다.



 



또 다른 흐름은 '내려놓음의 유혹'이다. 연승의 과정은 에너지 소모가 크다. 집중의 끈을 계속 팽팽하게 유지하는 것은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니다. 스트레스가 축적된다. 그래서 어느 순간, 마음은 이렇게 속삭인다. "조금 쉬어도 괜찮다." "이 흐름을 잠시 놓아도 된다." 이것은 나약함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자연스러운 균형 회복의 본능이다.



 



하지만 골프는 냉정하다. 마음의 미세한 흔들림은 그대로 결과로 번역된다. 집중이 100에서 98로만 떨어져도 공은 페어웨이를 벗어나고, 퍼트는 홀을 스치고 지나간다. 연승이 끊어지는 순간은 대개 큰 실수 때문이 아니라, 이런 보이지 않는 2%의 이완에서 시작된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결국 3연승의 문턱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어떤 마음으로 공 앞에 서느냐'의 문제다. 욕심을 다스리면서도 열망을 잃지 않는 것, 부담을 느끼면서도 자유를 유지하는 것, 내려놓되 포기하지 않는 것. 이 상반된 감정들을 동시에 품는 균형, 그 위에 서 있을 때만 연승은 이어진다.



 



김효주는 6일 라스베이거스 인근 섀도우크리크GC에서 끝난 아람코챔피언십에서 4오버파로 공동 13위에 그쳤다. 우승은 최종합계 7언더파를 친 미국의 로렌 코글린에게 돌아갔고 매번 우승경쟁을 펼치는 세계랭킹 2위 넬리코다는 2언더파로 레오나 매과이어(아일랜드)와 함께 공동2위에 만족해야 했다.



 



골프는 늘 같은 스윙을 반복하는 듯 보이지만 매 순간 전혀 다른 마음으로 공 앞에 선다. 그래서 연승은 기술의 연속이 아니라 마음의 연속성이다. 그리고 때로는, 연승이 멈추는 순간조차도 다음 더 큰 도약을 위한 숨 고르기일 뿐이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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