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야 하는’ 알카라스와 ‘뺏으려는’ 시너[박준용 인앤아웃]

박준용 테니스 칼럼니스트(loveis5517@naver.com), ENA 스포츠 테니스 해설위원, 아레테컴퍼니(주) 대표 2026. 4. 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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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니크 신네르(오른쪽)가 지난해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니토 ATP 파이널스 2025에서 우승한 뒤 카를로스 알카라스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야닉 시너(이탈리아, 2위)가 ‘5번째 그랜드슬램’이라고 불리는 BNP파리바오픈과 마이애미오픈을 연달아 제패하며 남자 선수로는 2017년 로저 페더러(스위스) 이후 무려 9년 만에 ‘선샤인 더블(Sunshine Double)’을 달성했습니다. 그는 무실세트로 ‘선샤인 더블’을 달성한 최초의 남자 선수라는 대기록도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압도적인 성적에도 불구하고 그의 랭킹은 여전히 ‘세계 2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처럼 완벽한 경기력으로 코트를 지배하고 있는 시너가 ‘세계 1위’에 오르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52주 누적 시스템의 벽, ‘포인트 방어’의 매커니즘

남자프로테니스(ATP) 랭킹은 ‘52주 누적 시스템’입니다. 매주 선수의 랭킹은 직전 1년(52주) 동안 출전한 대회 중 성적이 가장 좋은 상위 19개 대회의 포인트를 합산해 결정됩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독특한 개념이 바로 ‘포인트 방어’입니다. 만약 어느 선수가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 우승해 1000점을 얻었다면 올해 다시 우승해도 총점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지난해 점수가 소멸되고 올해 점수가 새로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즉, 랭킹을 올리기 위해서는 지난해보다 더 나은 성적을 거둬야만 ‘플러스’ 점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마이애미오픈 우승을 확정한 얀니크 신네르. 게티이미지코리아

시너의 발목 잡은 ‘과거의 공백’

시너가 이번 선샤인 더블에서 2000점(각 대회 1000점)이라는 막대한 포인트를 쓸어 담았음에도 1위에 오르지 못한 결정적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의 ‘과거 공백’에 있습니다.

지난해 시너는 2024년 금지 약물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 3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받고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두 대회 우승으로 세계 2위 자리를 유지하는데 성공했지만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 1위)가 지난 1년간 그랜드슬램과 1000시리즈 대회 등에서 쌓은 랭킹 포인트를 단숨에 추월하기에는 누적 점수가 부족했던 셈입니다.

‘클레이코트 시즌’이 시너에게 세계 1위 탈환 기회?

이제 ATP 투어는 ‘클레이코트 시즌’에 돌입합니다.

시너는 클레이코트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보유하고 있는 26개의 타이틀 중 클레이코트 대회에서 획득한 것은 겨우 한 차례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4년 전인 우막대회에서였습니다.

라이벌 알카라스는 총 26차례 우승 중 11차례를 클레이코트에서 달성할 정도로 ‘흙’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너가 클레이코트 시즌에서 세계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 이유 역시 ‘랭킹 시스템’에 있습니다.

지난해 시너는 클레이코트 시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습니다. 몬테카를로마스터스에서부터 롤랑가로스까지 시너가 방어해야할 랭킹 포인트는 1950점에 불과합니다.

특히, 지난해 불참했던 몬테카를로마스터스에서는 1회전 통과만으로도 랭킹 포인트가 쌓이기 시작해 우승 시 1000점을 고스란히 챙길 수 있습니다.

반면, 세계 1위 알카라스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지난해 알카라스는 몬테카를로마스터스, 로마마스터스, 롤랑가로스에서 정상에 오르고 바르셀로나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무려 4330점을 쓸어 담았습니다.

문제는 올해입니다. 알카라스는 지난해와 똑같이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야만 현재 점수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한 대회라도 4강이나 8강에서 탈락할 경우 지난해 쌓은 랭킹 포인트가 증발하게 됩니다.

알카라스가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완벽함’을 재현해야 하는 심리적 압박감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몬테카를로 마스터스를 앞두고 스페인 무르시아에서 훈련 중인 카를로스 알카라스. 게티이미지코리아

몬테카를로에서 뒤집힐까? 세계 1위 탈환 시나리오

당장 이번주에 열리는 몬테카를로마스터스 결과에 따라 시너가 세계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현재 시너와 알카라스의 랭킹 포인트 격차는 190점입니다.

만약, 시너가 우승하면 알카라스의 성적과 관계없이 세계 1위에 등극하게 됩니다. 시너가 결승에 진출하고 알카라스가 결승 진출에 실패하면 역시 시너가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시너가 4강에 오르고 알카라스가 8강 문턱을 넘지 못하면 역시 시너가 세계 1위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결국, 이번 클레이코트 시즌은 ‘지켜야 하는’ 알카라스와 ‘뺏으려는’ 시너의 치열한 한 판 승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포인트 방어 부담이 적은 시너가 클레이코트 시즌에서 지난해 11월 이후 약 5개월 만에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참고로 시너는 지난 2024년 6월 이탈리아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 1위에 오른바 있습니다.

<박준용 테니스 칼럼니스트(loveis5517@naver.com), ENA 스포츠 테니스 해설위원, 아레테컴퍼니(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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