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인사이드]⑥ '기술력·R&D'로 무장한 K-ODM

국내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들이 K뷰티의 판을 설계하는 주체로 올라섰다. 단순 위탁 생산 파트너 지위를 벗어나 제품 기획부터 제형 개발, 브랜딩, 글로벌 인허가 대응까지 전 밸류체인을 장악하며 K뷰티 생태계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12.3% 증가한 114억3000만달러(약 16조64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년 연속 100억달러를 돌파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수출'까지...R&D에 매출 5% 쏟아부어
K-ODM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제품 개발과 생산, 인허가 대응을 일괄 지원하는 통합 서비스 구조에 있다.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인디 브랜드라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ODM 기업의 검증된 기술과 생산 인프라를 활용해 곧바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다. 실제로 2023년 기준 한국 화장품 수출액의 63%를 중소기업 제품이 차지할 만큼 인디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K뷰티를 일시적 문화 현상이 아닌, 기술과 데이터를 내재화한 '제조 혁신'의 결과물이라고 평가한다. 경쟁력의 원천은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에 있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업계 평균(2~3%)을 크게 웃도는 매출의 5% 안팎을 매년 R&D에 쏟아붓고 있다. 지난해 한국콜마는 매출액의 1543억원(5.6%), 코스맥스는 1367억원(5.7%)을 연구개발 비용으로 집행했다.
기술 고도화의 성과는 세계 시장에서 수치로 입증된다. 100여건의 자외선 차단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콜마는 자외선 차단 성분을 수분 제형에서도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기술을 확보하며 사용감과 기능성을 동시에 개선했다. 끈적임과 백탁 현상을 줄인 이 기술은 조선미녀의 맑은쌀 선크림, 라운드랩 자작나무 선크림 등에 적용하며 미국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이어 최근 5년간 누적 판매량 1억개를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속도가 생명…'초단기 상용화'와 '유연 생산'
글로벌 경쟁사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K-ODM만의 강점은 특유의 속도와 유연성이다. 국내 ODM사들은 전용 플랫폼을 통해 제품 출시 기간(리드타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며 시장의 트렌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브랜드 인큐베이팅 서비스 플래닛147과 관계사 라운드랩스의 자체 플랫폼을 통해 1~3개월이 소요되던 제품 기획 과정을 단 30초로 줄였다. 여기에 AI 기반 '콜마패키지닷컴'을 결합해 패키지 소싱 기간마저 한 달 이내로 줄이는 등 제품 상용화 시기를 앞당겼다.
높아지는 글로벌 규제, 'K-인프라'로 정면 돌파
갈수록 깐깐해지는 글로벌 규제 장벽을 넘는 데에도 ODM의 기술력은 필수적이다. 미국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MoCRA) 시행과 유럽의 성분 규제 강화 등 각국의 수출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 ODM사들은 인디 브랜드들을 대신해 식품의약국(FDA) 일반의약품(OTC) 인증 대응 및 대체 원료 솔루션을 선제적으로 제공하며 고객사의 리스크 관리 비용을 덜어주고 있다.
글로벌 인프라 확장도 공격적이다. 코스맥스는 중국 상하이에 스마트팩토리를 건설 중이며, 올해 인도 영업법인 가동과 함께 이탈리아 케미노바 지분 51%를 인수해 유럽 거점까지 확보했다. 한국콜마 또한 올해 초부터 미국 펜실베이니아 제2공장에 자외선차단제 OTC 라인을 가동하며 글로벌 현지 생산 체계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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