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산업 주총 리뷰]⑤ VIP운용, '우호적 행동주의' 벗고 압박 수위 높일까

박민규 기자 2026. 4. 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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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 / 사진=VIP운용

코스닥 상장사인 대원산업과의 표 대결에서 패배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VIP자산운용의 후속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우호적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만큼, 일단 소통으로 풀어 나간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원산업 측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대화의 진전은커녕 물꼬를 트는 것조차 힘든 실정이다.

자본시장에선 대원산업이 사실상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진단이 나온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 지분이 2025년 말 기준 62.95%로 압도적인 회사이기 때문에 온건책으로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결국 VIP운용이 적극적 주주 행동에 나설지가 관건이다. 이 경우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권을 행사해 법적 조치의 초석을 마련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장부 등에서 이사회의 주주 충실의무 위배 정황이 확인될 경우 주주 대표 소송을 필두로 다양한 민·형사 사건으로 확전시킬 수 있다. VIP운용은 대원산업에 주주 서한을 보낸 등 이미 과거와는 다른 주주 행동을 펼쳤다.
대화조차 어렵다

앞서 VIP운용은 지난달 대원산업의 집중투표제 배제 등 의안 상정 계획에 '경고장'을 날리고, 대원산업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나 ▲2025년도 현금 배당(총 50억원, 지배 주주 순이익의 6.5% 수준) ▲2인 이상의 이사 선임 시 집중 투표제 배제를 포함해 회사 측 안이 모두 통과됐으며, 이들 안건은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 70% 이상이라는 압도적인 찬성률을 기록했다.

VIP운용은 이에 대해 대원산업의 지배 주주 지분율이 60% 이상인 만큼 당장 승리할 것을 기대하진 않았으며, 주주 행동은 이제 시작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지속적으로 대화를 시도해 나갈 방침"이라며 여전히 온건책을 고수하고 있다.

VIP운용 관계자는 "(주주 서한과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는) 상장사가 이래선(현금 배당 집중 투표 제도 배제를 통한 소액 주주의 이사회 참여 차단, 저조한 주주 환원율) 안된다고 경고한 차원"이라며 "대원산업 저평가의 원인인 과도한 수준의 특수관계자 거래를 줄이고 주주 환원을 확대해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도록 설득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접촉부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주주 서한은 물론 주총 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사회 면담을 요청하고 있지만, 대원산업이 일절 응답하지 않고 있다는 게 VIP운용의 전언이다.

이런 와중 대원산업에서는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VIP운용은) 주총에서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했고, 당사의 의견도 (주총) 의장이 소명했다"며 "이후 (VIP운용의) 추가적 면담 요청은 없었다"고 언급했다. 화해 무드가 조성되긴커녕 오히려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장부 열람권, '묘수' 부상…"주주 충실 의무 지켰나"

시장에서는 VIP운용의 현 기조로는 대원산업의 변화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60% 이상이 오너가 지분이면 사실 상장 자체가 의문인 기업"이라며 "세제 혜택도 이유 중 하나이나, 3세까지 (지분이나 경영권이) 아직 넘어간 게 아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상장사 지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우호적 행동주의로 변화할 수 있는 기업이 아니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가운데 주주의 압박 수단 중 특히 장부 열람권 행사가 묘수로 지목된다. 앞선 관계자는 "장부 열람권 행사를 통해 상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적용되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와 관련한 법적 문제 소지를 제기할 수 있다"고 짚었다.

대원산업의 장부나 이사회 의사록에서 오너가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의 전횡, 이사회가 이를 묵인한 사실 등을 발견한다면 상법에 의거해 민·형사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주주에 대한 손해 배상은 물론 이사 해임도 청구할 수 있으며,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업무상 배임 및 횡령 고발도 가능하다.

이미 시장에서는 대원산업의 저PBR(주가 순자산 비율) 이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주가 누르기 방지법'의 전형적 사례로 회자될 만하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장부 열람권이 법적 조치로 이어질 경우 대원산업은 타 행동주의 펀드나 주주 연대로부터 추가적인 법적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같은 맥락에서 장부 열람권을 행사한 선례도 있다. 우호적 행동주의를 지향하는 또 다른 PEF 쿼드자산운용이 주주 서한을 외면한 대양전기공업에 올 초 장부 및 이사회 의사록 열람을 청구했다.

통상 3% 이상 지분을 6개월 전부터 소유해 온 주주라면 장부 열람권을 행사할 수 있다. 상장사엔 지분율 0.1%라는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VIP운용은 대원산업 지분 2.99%를 보유해 이미 자격을 갖췄다.
VIP운용 지분율 미미해 실행은 '미지수'

다만 후속 법적 조치를 의도한 장부 열람권 행사는 장기전을 각오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스럽다. 상법 개정안이 올해부터 시행된 만큼,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위반에 대한 판례는 아직 없다. 최초 사례를 만들기까지는 수많은 자원 투입과 시행착오가 따른다.

VIP운용의 투자 성향을 고려해도 대원산업을 상대로 주주 행동을 본격화할 공산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VIP운용은 일반적으로 5% 이상의 지분 투자를 해 왔는데, 대원산업은 3%가 채 되지 않는 지분을 들고 있다. 대원산업 지분 가치는 지난 1일 시가 총액(2558억원) 기준 76억원에 불과하기도 하다. VIP운용이 굴리는 10조원 규모의 포트폴리오에서 1%도 안되는 수준이다.

아울러 소송은 차치해도 장부 열람권 행사부터 전격적 주주 행동이기 때문에 우호적 행동주의와는 상충된다. 시장 관계자는 "VIP운용이 주주 제안이나 가처분 신청과 진배없는 공격적 주주 행동을 실행으로 옮길지는 미지수"라고 언급했다.

다만 VIP운용의 스텝이 공개 주주 서한 등 '쉐이밍(Shaming)'에 그치더라도 어느 정도 유의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의 문제점을 환기하는 효과가 있어서다. 시장 관계자는 "지배 구조가 나쁜 기업과 관련 정책적 요소들을 자꾸 환기시키면,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 등 전횡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지속 주시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VIP운용 관계자는 "투자자가 기업과 대화하는 것은 수탁자의 정당한 의무이며, 기업 역시 주주와 대화를 회피하지 말고 의견이나 우려 사항을 경영 전략에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주주는 1년에 한 번 주총장에서 의견을 전달하면 되는 게 아니냐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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