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어쨌든 막는다”…LG 마무리 유영찬의 책임감

이석무 2026. 4. 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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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변수 등 불완전한 출발 속 5SV 구원 1위
완벽한 내용 아니지만 위기마다 등판 승리 지켜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LG트윈스의 마무리 투수 유영찬이 시즌 초반부터 숨가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몸 상태 역시 100%라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팀의 뒷문을 책임지는 역할에는 흔들림이 없다. 불완전한 출발 속에서도 존재감은 더 뚜렷하다.

지난 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히어로즈전은 현재 유영찬이 처한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단적으로 보여준 경기였다.

LG트윈스 마무리 투수 유영찬이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LG트윈스
LG는 9회말까지 6-1로 여유있게 앞섰다. 전날 등판했던 유영찬은 점수차가 5점이나 앞서자 마음을 놓고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런데 경기를 마무리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좌완 함덕주가 난타를 당했다. 안타와 볼넷으로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하더니 이형종에게 만루홈런까지 허용했다. 순식간에 한 점 차까지 쫓기는 신세가 됐다.

결국 마무리 유영찬이 부랴부랴 준비해 마운드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출발은 불안했다. 연속 볼넷으로 무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그래도 무너지지 않았다. 안치홍을 상대로 병살타를 유도해 급한 불을 껐다. 이어 마지막 타자 최주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끝냈다. 결과는 무실점 터프 세이브. 과정은 험난했지만, 결론은 완벽했다.

사실 유영찬은 완벽한 상황이 아니다. 원래 시나리오는 정규시즌 개막 시점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까지 강행군을 소화한 만큼 휴식도 필요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대체 선수로 합류하면서 준비 루틴이 틀어졌다. 비시즌 일정은 더 촉박해졌다. 회복과 실전 감각을 동시에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이 더해졌다. 팔꿈치 수술을 받고 복귀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회복 시간을 갖지 못한 여파도 있다.

그래서인지 유영찬은 승리를 지키고도 표정이 밝지 않았다. 자신이 자신이 아직 100%가 아님을 인정했다. 그는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온 상태는 아니다”며 “직구 구속 역시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팀은 가장 중요한 순간마다 유영찬를 호출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경험이다.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투수. 리드를 지켜내는 능력은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됐다. 본인도 구속보다는 결과에 집중한다. 지금 몸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투구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유영찬은 마운드에 올라오자마자 볼넷 2개를 내준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그는 “볼넷을 주고 싶은 투수는 없다”며 “결과가 아쉽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막아내는 게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흔들리던 순간, 포수 이주헌의 조언을 듣고 큰 도움이 됐다. 유영찬은 “(이)주헌이가 어깨가 빨리 열린다고 말해줬다”며 “그 얘기를 듣고 투구를 수정했다. 그 이후 안정감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짧은 커뮤니케이션이 흐름을 되돌린 셈이다.

유영찬은 시즌 초반임에도 이미 많은 경기에 나섰다. 팀이 치른 8경기 중 5경기에 나왔다. 세이브 부문 단독 1위다. 연투도 벌써 두 차례나 된다. 시즌 초번 컨디션이 완전하지 않은 투수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는 이를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전 등판을 통해 감각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구속에 대한 부담도 내려놓았다. 억지로 끌어올리기보다 현재 상태에 맞는 투구를 선택하겠다는 접근이다.

유영찬은 “경기에 나가는 것이 투수에게 가장 중요하다”며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도 “9회에 위기를 맞아 쫓기는 상황이었지만 영찬이가 잘 마무리해주면서 오늘 경기를 승리로 지킬 수 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LG 입장에서 유영찬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그의 역할은 승패와 직결된다. 완벽하지 않아도,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팀에는 더 중요하다. 그가 버티지 못하면 팀은 그대로 무너진다. 화려함보다 내실, 완벽함보다 책임감이 앞서는 투구다.

마무리 투수의 가치는 눈에 보이는 단순한 구속이나 컨디션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승리를 지키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시즌 초반, 유영찬은 그 본질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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