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실패한 ‘의정부·양주·동두천 통합’ 왜 다시 등장했나
양주서 발기인 대회⋯60일 전 ‘지각 출범’ 논란
청사·명칭 난제 여전⋯시장 후보 ‘줄 세우기’ 우려

지방선거를 60일 앞두고 의정부·양주·동두천 행정통합론이 기습적으로 재점화됐다. 17년 전 지역 갈등으로 무산됐던 실패 모델이 왜 이 시점에 다시 등장했는지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6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4일 의·양·동 통합 범시민연대는 양주섬유종합지원센터에서 발기인 대회를 열고 통합 운동 재개를 선언했다. 이날 행사에는 18대 국회의원 시절 통합을 주도했던 김성수 전 의원이 상임대표로 전면에 나섰다.
김 대표는 지난 2009년 당시 정부의 행정구역 개편에 맞춰 3개 시 통합을 강력히 추진했다. 그러나 양주시의 반대와 시청사 소재지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을 극복하지 못해 실패로 끝났다. 17년 만에 다시 깃발을 든 범시민연대는 '100만 특례시'와 '역사 공동체 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지역 정가는 시점의 부적절함을 꼬집는다. 6월 3일 지방선거까지 남은 기간은 두 달 남짓이다. 행정 절차상 이번 선거 내 통합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선거 국면에서 거대 담론을 선점해 각 시의 시장 후보들에게 공약 압박을 가하려는 포석으로 분석한다.
김 대표는 "의·양·동은 본래 하나의 생활공동체였다"며 시민 주도의 통합을 강조했다. 송인호 양주 공동대표도 단절된 역사를 바로잡자고 호소했다. 홍정덕 교수는 역사적 정통성 회복을 당위성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회의론은 만만치 않다. 과거 실패 원인이었던 예민한 갈등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점이 여전히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 정가는 '올드보이'의 귀환에 주목한다. 과거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실질적인 타협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이번에도 선거용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날 대회에서는 시청사 위치나 시 명칭 등 난제에 대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았다. 해법 없는 비전 나열은 시민을 향한 '희망고문'이라는 지적이다.
범시민연대는 오는 25일 오후 2시 양주별산대놀이마당에서 시민토론회를 연다. 각 분야 전문가와 시민들이 참여해 통합시의 청사진을 논의할 방침이다. 하지만 선거 직전 토론회가 특정 후보 '줄 세우기'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통합은 정치적 수단이 아닌 시민 삶의 문제"라며 "과거 실패를 반복하는 급조된 논의는 지역 갈등만 재점화할 뿐이다"라고 경고했다.
/양주=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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