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영국 정원 일기

송태섭 기자 2026. 4. 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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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역만리 낯선 곳에서 정원사로 살아간다" 당최 상상이 잘 안되는 그림이다.

좀처럼 마음 붙일 곳 없던 그곳에서 집 뒤편의 작은 정원으로부터 위로를 얻은 저자는, 영국 왕립원예학회 정원사 과정을 밟은 뒤 야생화 씨앗을 붙인 전단지를 돌리며 홀로서기에 나섰다.

저자는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을 따라 정원사의 일상을 잔잔하게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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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정원 일기

김민호 지음

판미동/308쪽

1만8천원

"이역만리 낯선 곳에서 정원사로 살아간다" 당최 상상이 잘 안되는 그림이다. 그런데 저자는 바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15년 전 아내와 함께 영국으로 이주했다. 좀처럼 마음 붙일 곳 없던 그곳에서 집 뒤편의 작은 정원으로부터 위로를 얻은 저자는, 영국 왕립원예학회 정원사 과정을 밟은 뒤 야생화 씨앗을 붙인 전단지를 돌리며 홀로서기에 나섰다. 이 책은 그렇게 시작 된 정원사의 열두 달 기록이다.

저자는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을 따라 정원사의 일상을 잔잔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저자가 고른 '이 달의 식물'이 각각의 이야기를 이끌어 준다. 4월 '클레마티스'는 런던 주택가 담장들에 묻어 있는 저마다 다른 정원의 기억들을 펼쳐 보이고, 8월 '무화과나무'는 가지를 타고 올라가 열매를 따 먹는 아이들의 웃음과 함께 여름의 소박한 기쁨을 전한다. 10월 '시클라멘'은 눈에 띄지 않는 낮은 자리에서 조용히 피어나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일깨우며, 1월 '장미'는 가지를 치며 나무의 시간을 헤아리는 법을 가르쳐 준다. 그리고 이방인으로서 겪는 외로움과 혼란, 그것을 이겨 내고 어엿한 10년 차 정원사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을 꾸밈없이 담았다.

저자가 직접 그리고 찍은 꽃 사진과 손그림까지 실려 있어, 다양한 식물을 접해 보지 못한 독자라도 계절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원의 세계로 들어설 수 있다. 곳곳에 실린 정원 설계 도면은 늘 바깥에서만 바라보던 크고 작은 정원들이 어떻게 모양을 갖춰 가는지, 정원사의 마음으로 새롭게 들여다보는 경험을 선사한다.

"정원의 순간들은 삶에 곱게 쌓이고 눈부신 형태로 어디서든 솟아난다." 느리지만 섬세한 시선으로 정원의 순간들을 포착한 이 책은,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을 자연의 단단한 리듬에 맞추어 바라보게 해 주는 '위안의 에세이'다.

송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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