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당제약 '먹는 위고비 제네릭'…FDA 벽 넘을 수 있나 [이우상의 딥바이오]
추가 임상으로 신약 허가 받으면 3~7년 독점권
삼천당제약이 개발 중인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의 허가 전략을 둘러싸고 시장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회사는 제네릭 '505(j)' 허가 경로를 통해 연내 미국 시장 진입까지 노려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엄격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으로 미뤄 추가 임상이나 별도 허가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논란의 핵심은 삼천당제약의 약이 노보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 기반 먹는 당뇨약(리벨서스)과 먹는 비만약(위고비필)의 제네릭으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다.
위장 흡수 돕는 SNAC 없이도 제네릭 인정 받을 수 있을까…FDA 판단이 핵심 변수
업계는 먹는 세마글루타이드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흡수 촉진제 ‘SNAC’을 포함한 먹는(경구) 제형 특허를 기반으로 2030년 전후까지 제네릭 진입이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천당제약은 자사가 개발 중인 먹는 당뇨약과 비만약이 별도의 임상 없이 제네릭 505(j) 경로로 연내 시장 출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흡수를 촉진하는 SNAC 대신 자사의 S-PASS라는 별도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제형 특허를 회피했기 때문에 조기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15조원이란 매출을 자신하는 것도 오리지널약 외에 다른 제네릭이 없는 ‘독점적인’ 지위를 노리겠다는 계산에서다.
하지만 FDA의 제네릭 승인 기준을 고려하면 상황이 단순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FDA는 제네릭 의약품을 기존 허가 의약품과 동일한 활성성분, 제형, 투여경로, 용량, 라벨을 갖추고 생물학적 동등성(bioequivalence)이 입증된 의약품으로 정의한다. 즉, 제네릭은 ‘유사한 약’이 아니라 ‘동일한 약’이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전제다.
특히 제형 구성과 관련해 일부 부형제 변경은 허용하지만 약물의 흡수나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달라질 경우에는 제네릭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 규제 원칙이다. 실제로 FDA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별도의 임상시험이 필요한 경우 이는 제네릭(ANDA) 경로를 넘어서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SNAC은 위 상피세포의 경세포 투과성(transcellular permeability)을 일시적으로 높여 세마글루타이드의 위내 흡수를 가능하게 해준다. FDA는 SNAC을 활성성분(API)으로 분류하지는 않지만, 흡수 메커니즘을 결정하는 기능성 부형제로 판단하고 별도의 독성 및 약리학적 평가를 수행했다. FDA가 SNAC을 단순한 보조 성분이 아니라 제품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취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펩타이드 의약품 개발 전문가는 “먹는 세마글루타이드에서 SNAC이 흡수 메커니즘의 핵심을 담당하므로 SNAC을 완전히 다른 물질(바이오폴리머)로 교체하는 것은 제네릭의 동일성 요건을 근본적으로 훼손한 것에 해당할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 강화된 리벨서스 제네릭 가이드라인에 대응했나
삼천당제약은 지난해 7월 먹는 당뇨약 ‘리벨서스’ 제네릭에 대한 생동성 시험(BE study)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회사 주가가 급등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본격적으로 집중됐다.
앞서 삼천당제약은 같은 해 4월 기업설명회(IR)에서 FDA의 리벨서스 제네릭 가이드라인(PSG)을 근거로 제네릭 개발 전략을 제시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제네릭 허가를 위해 ‘옵션1’과 ‘옵션2’ 두 가지 경로를 제시하고 있는데, 회사는 이 중 옵션2를 선택해 허가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삼천당제약은 옵션1이 SNAC 사용을 전제로 하는 반면, 옵션2는 SNAC에 대한 명시적 요구 없이 각 용량(3㎎·7㎎·14㎎)에서 생물학적 동등성을 입증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근거로 SNAC을 사용하지 않는 제형으로도 제네릭 개발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문제는 FDA가 지난해 10월 리벨서스 제네릭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한 데 있다. 전문가들은 가이드라인이 과거에 비해 엄격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새 가이드라인에선 옵션1과 옵션2의 내용이 모두 바뀌었다. 우선 삼천당제약이 선택했던 옵션2는 SNAC의 사용을 전제로 개발하는 방향으로 탈바꿈했다.

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옵션2는 흡수 촉진제인 살카프로자트 나트륨(SNAC)이 함께 제형화돼 세마글루타이드의 흡수를 돕는다는 점을 전제로 설계됐다. 시험 제품은 기준 의약품(RLD)과 성분 구성이 질적으로 동일하고, 함량 또한 정량적으로 비슷해야 하며, 특히 SNAC 함량은 ±10% 범위 내에서 유지해야 한다는 단서조항까지 붙었다.
또한 해당 가이드라인은 세마글루타이드뿐 아니라 SNAC에 대한 용출 시험까지 요구하고 있으며, 전체 부형제 구성 역시 ±10% 이내로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신 생동성시험은 고용량에서 오리지널약과 유사함을 보일 경우 저용량은 생략(waiver)해주는 단서가 포함됐다. 이를 두고 업계는 옵션2가 사실상 SNAC 기반 제형을 전제로 한 간소화된 제네릭 개발 경로로 설계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허 우회를 위해 SNAC를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삼천당제약은 선택할 수 없는 경로다.
삼천당제약에 남은 선택지는 옵션1이다. 회사가 앞서 준용했던 기존 가이드라인과 마찬가지로 옵션1에는 SNAC 사용에 대한 명시적 요구가 없다.
다만 그 대신 임상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옵션1은 14㎎·9㎎·7㎎·4㎎ 단회 투여와 3㎎·1.5㎎ 반복 투여 등 총 6개 용량 및 투여 조건에서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생물학적 동등성(BE)을 입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기존 가이드라인이 14㎎·7㎎ 단회 투여와 3㎎ 반복 투여 등 3개 시험만을 권고했던 것과 비교하면 요건이 대폭 강화된 것이다.
국내 한 바이오의약품 전문가는 “개정된 가이드라인을 따르려면 최소 3개 이상의 생동성 시험을 추가로 수행해야 한다”며 “FDA가 요구하는 생동성 기준 자체가 SNAC 기반 흡수 메커니즘을 전제로 하고 있어, 이를 사용하지 않는 제형으로는 다양한 투약 환경에서 동일한 약동학 수치를 재현하기가 훨씬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다만 옵션1이 SNAC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경로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SNAC 사용을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문구가 없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시각과, 구조적으로는 여전히 SNAC 기반 제형을 전제로 한 기준이라는 반론이 맞서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국내 바이오시밀러 개발 전문가는 “시험지에 ‘SNAC을 써라’는 말이 없다고 해서, ‘안 써도 합격시켜주겠다’는 뜻은 아니다”며 “SNAC을 빼는 순간 그건 제네릭이 아니라 ‘새로운 약’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체내 안전성이 완전히 검증됐다고 보기 어려운 S-Pass가 쓰인 약물을 깐깐한 FDA가 임상 없이 제네릭으로 인정해주긴 어렵지 않겠냐”고 했다.
전달 방식·제형 달라질 때 별도 신약으로 분류되기도
실제 규제 사례를 보면 동일한 활성성분을 사용하더라도 전달 방식이나 제형이 달라질 때 별도의 신약(NDA)으로 판단된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세마글루타이드 역시 주사제와 경구제(먹는약)가 각각 별도의 신약허가를 받았다. 동일 성분임에도 불구하고 흡수 경로와 제형이 달라지면서 별개 임상을 통해 독립적인 신약으로 평가됐다.
항암제 독소루비신도 마찬가지다. 기존 주사제와 달리 리포솜 제형으로 개발된 ‘도실’(Doxil)은 약물 전달 방식이 달라졌다는 이유로 별도의 신약으로 승인받았다.
한편, 수면유도제 졸피뎀은 즉방형에서 서방형 제제로 변경하면서 기존 데이터를 일부 활용하고 추가 임상을 거치는 ‘505(b)(2)’ 경로로 승인됐다. 파킨슨병 치료제 도네페질 또한 먹는약에서 경피 패치로 전환하면서 같은 방식으로 허가받았다. FDA 기준 505(b)(2)는 기존 의약품 데이터를 일부 활용하면서 제형 변경이나 전달 방식 개선이 있는 경우 적용하는 경로로, 상당수 개량신약이 이 경로를 통해 허가받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 역시 삼천당제약 또한 이 경로를 따르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다른 전문가는 “505(b)(2) 경로를 통할 경우 FDA가 추가 임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시간과 비용이 더 들 수 있지만 장점도 존재한다”며 “이미 생성된 실제 의료 데이터(RWD)를 쓸 수 있는 데다 허가 후엔 신약으로 인정받는 만큼 3~7년 시장 독점권 확보가 가능해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삼천당제약 관계자는 “추가 임상 없이 제네릭으로 출시할 수 있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계약을 맺은 파트너사가 계약에 앞서 모두 검토한 사항”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천당제약 혹은 비공개 파트너사가 FDA와 함께 제네릭 허가(ANDA) 미팅을 해봐야 확실한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6년 4월 3일 08시 38분 게재됐습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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