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건 쉬운데 버리긴 불편”… 폐기물 시장 파고든 ‘같다’ [변인호의 스타트업 픽]

변인호 기자 2026. 4. 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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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하거나 새 가구를 들일 때면 우리는 침대·책상·쇼파·냉장고 같은 대형폐기물을 배출 신고한다. 이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신고 방식과 품목 분류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원목 침대상판을 나무 합판으로 분류해야 하는지 등 이용자는 자신이 버리려는 물건이 어떤 항목인지 신청부터 헷갈린다. 그렇게 버린 폐기물의 수거 과정도 불투명하다. 오래된 전기밥솥 같은 소형가전은 폐기물 스티커를 붙여 내놓고 뒤돌자마자 사라지는 일도 흔하다. 

이 틈을 파고든 스타트업이 '같다'다. 같다는 같다는 2018년 설립된 환경 분야 스타트업으로 폐기물 플랫폼 '빼기'를 운영하고 있다.

빼기는 이용자가 대형폐기물 배출 신청과 결제, 수거, 운반, 재활용 거래까지의 모든 과정을 한 플랫폼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구청에서 폐기물 배출 신고를 받지 않고 빼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올해 기준 전국 지자체 80곳과 협업하고 있다.

대형폐기물을 혼자 버리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내려드림' 서비스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로 사업 범위도 넓히고 있다. IT조선은 고재성 같다 대표를 만나 공공 서비스 성격이 강한 사업에 뛰어든 배경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고재성 같다 대표이사. / 같다

폐기물 데이터의 매력

고재성 같다 대표는 톰슨로이터 계열 데이터베이스 사업부와 프론테오 한국지사에서 일하며 10년 넘게 데이터 산업에 종사해 왔다. 이 시기 쌓은 데이터베이스 사업과 영업, 마케팅, 플랫폼 기획 경험이 지금의 빼기를 만든 밑바탕이 됐다.

고 대표가 폐기물 시장에 주목한 출발점은 생활 속 불편이었다. 자취할 당시 직접 폐기물을 버려보니 물건을 사는 경험과 버리는 경험의 간극이 너무 컸다. 그는 "폐기물을 버리는 행위 자체가 물건을 구매했던 경험과 너무 상반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물건을 구매할 때는 정보도 많고 간편한데 버리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버리는 과정과 폐기물 시장이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데이터 사업 종사자답게 데이터를 활용하면 많은 부분을 더 편리하게 바꿀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그리고 관련 서비스가 있으리라고 생각해 찾아봤지만 관련 사업을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블루오션이었던 것이다.

고재성 대표는 "버리는 시장은 왜 아직도 20~30년 전 방식 그대로 일까에 흥미가 생겼다"며 "데이터를 관리하면 더 편리하고 간편하게 배출하고 처리할 수 있는데 아무도 그런 체계(프레임워크)를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공 서비스에서 사업 모델 만들기

같다는 현재 빼기 서비스를 크게 두 갈래로 운영하고 있다. 하나는 지자체와 협약해 기존 폐기물 배출 행정 서비스를 민간이 대신 운영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사업이다. 다른 하나는 대형폐기물을 내려주거나 운반하고, 거래와 재활용까지 연결하는 온라인 투 오프라인(O2O) 서비스다. 단순히 시스템만 납품하는 게 아니라 운영과 관리까지 민간기업인 같다가 담당한다.

고 대표는 "빼기는 민간기업이 공공재 성격의 사업을 운영하는 곳이다"라며 "대부분 서비스를 납품하고 운영은 지자체가 알아서 하는 방식이라면 같다의 빼기는 운영부터 관리까지 전부 다 같다가 하는 조금 특이한 형태의 플랫폼이다"라고 말했다.
빼기 이미지. / 같다

빼기는 공공 서비스 사업이지만 수익도 나고 있다. 수익률이 다른 사업보다 낮은 것은 맞지만 시장 자체가 크기 때문이다. 고 대표는 건설폐기물, 대형폐기물, 생활폐기물 재활용 등 주력 영역 세 가지에 지자체를 통해 거래되는 규모를 더하면 규모가 연간 5조원쯤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시장 확보가 어렵지만 빼기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전국 230개 지자체 중 40%쯤에 달하는 80곳이 빼기를 사용한다. 인구 기준으로는 한국인 절반 이상이 빼기 서비스가 도입된 지자체에 거주한다.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빼기를 많이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 덕에 같다는 올해 1분기 손익분기점(BEP)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 대표는 "2018년 같다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잘 버틴 덕에 올해 비로소 손익분기를 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목표는 환경 분야 첫 유니콘

고재성 같다 대표가 그리는 다음 단계는 '버리기 슈퍼앱'이다. 빼기 안에 헌옷 수거, 가전 수거, 가구 교환, 건설폐기물 중개, 폐차, 폐식용유 처리 등 각종 폐기물 처리 서비스를 하나로 모으겠다는 것이다. 그는 빼기 안에 관련 서비스가 모이면 버려지는 물품과 자원화할 수 있는 것들이 교환되는 형태의 슈퍼앱을 구상하고 있다.

같다는 버리기 슈퍼앱 전략의 연장선으로 오프라인 확장도 준비하고 있다. 고물상 리모델링이 대표 사례다. 고 대표는 고물상이 지저분한 폐품을 모아놓은 곳이 아니라 생활권역 내 1차 자원 선별 거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매장의 외형을 정비하고 전사자원관리(ERP) 같은 소프트웨어를 적용하면 자원을 순환하는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재성 대표는 "한국에서 최초로 환경 분야 유니콘 기업이 나올 때가 됐다"며 "다른 영역은 유니콘이 하나씩 있는데 환경 분야에는 유니콘이 없으니 같다가 의미 있는 하나의 꼭짓점을 찍어놓고 싶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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