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집 초읽기?... 독일 남성, 사전허가 없이 3개월 이상 해외체류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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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군 당국이 징병제 재도입에 대비, 해외에 3개월 이상 장기 체류하는 성인 남성에게 사전허가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법을 개정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비상사태 발생 시 장기 해외 체류자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지만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조항을 3개월 넘게 숨긴 셈이어서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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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로 3달 뒤에야 뒤늦게 알려져
"거주 이전 자유 침해하는데 설명 없었다"

독일 군 당국이 징병제 재도입에 대비, 해외에 3개월 이상 장기 체류하는 성인 남성에게 사전허가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법을 개정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비상사태 발생 시 장기 해외 체류자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지만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조항을 3개월 넘게 숨긴 셈이어서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독일 일간 벨트에 따르면 올 1월 개정된 병역법에 따라 17~45세 남성이 3개월 이상 해외에 머물려면 모병 기관인 연방군 경력센터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해당 조항은 냉전 시절부터 있었지만 2011년 징병제가 완전 폐지되면서 사문화된 상태였다.
개정 이전 법률에는 ‘독일 영토가 무력으로 공격받거나 연방 의회 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독일에 대한 외부 위협이 고조됐다’고 판단하는 예외적 상황에만 이 조항을 적용하도록 했다. 올 1월 병역법 개정 과정에서 이를 ‘평시’에도 적용하도록 단서 조항을 슬쩍 바꾼 사실은 최근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룬트샤우가 보도하기 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러 숨겼나

‘러시아의 2029년 나토 침공설’ 등에 대비해 올 초 개정된 병역법은 군복무 자원자가 목표치에 미달할 경우, 법률 개정을 거쳐 징병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18만 명 수준인 연방군 병력을 2035년까지 26만 명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18세가 되는 남성은 군복무 의사와 능력을 묻는 설문조사에 응해야 하고 내년부터는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에 반발한 청소년들은 법안 통과를 앞둔 지난해 12월 전국적으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에는 적용 대상이 18세에 그치는 줄 알았던 이 법의 파급력이 ‘45세 미만까지’ 미치는 것으로 드러나자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벨트는 “뒤늦게 알려진 사실은 부활절 연휴를 맞은 독일의 평온을 산산조각 냈다”며 “이 조항은 해외 유학부터 새 직장이나 안식년 휴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획을 세우는 수백만 명의 독일 남성들에게 잠재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독일의 병역법 개정에서 주목받지 않았던 조항 하나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독일 국방부는 해당 사실을 인정했다. 국방부 대변인은 “연방군은 비상사태에 대비해 누가 해외에 장기 체류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해당 조항 효력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국민들의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아직 징병제로 전환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 장기 체류 시 사전허가를 받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국방부는 새 병역법 시행 이후 사전허가 신청을 몇 건 접수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대변인은 “사전 신고 위반 시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향후 몇 주 안에 규정을 더욱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이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조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한 야당의 비판도 거세다. 녹색당의 사라 난니 안보정책 대변인은 벨트에 “시민들은 자신에게 신고 의무가 있는지, 있다면 구체적으로 그 의무가 어떤 것인지 알길 원한다”며 “국방부의 신속한 설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베를린= 정승임 특파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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