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학렬 유한양행 전무 "표적단백질분해제 개발, K바이오텍 두 곳과 협업 논의"
[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폐암 2차치료제 '렉라자'로 매출 2조원대 대형 제약사로 자리매김한 유한양행(000100)이 표적단백질분해제(TPD)로 눈길을 돌렸다. 유한양행은 TPD 관련 인력을 확보했고 기존 협력관계 외에도 두 곳의 새로운 국내 바이오텍과 연계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유한양행의 TPD 연구개발 전략의 키맨은 올 1월 신규 영입한 조학렬 뉴모달리티(new modality) 본부장(전무)이다. 조 전무는 최근 바이오 업계 연구개발(R&D) 실무진이 모여 교류하는 강남혁신신약살롱에 연자로 섰다. 이데일리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콘텐츠 팜이데일리는 유한양행의 TPD 전략을 정리했다.

미국서 30년 만에 귀국한 과학자
조학렬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뉴모달리티 부문장은 경북대학교 유전공학 학사 졸업 후 1996년 미국으로 건너가 밴더빌트 대학교 의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조 부문장은 박사학위 취득 후 연구원 및 연구교수로 미국 하버드대학교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예일대학교에서 활동했다.
그가 산업계로 적을 옮긴 것은 2015년이다. 먼저 조 부문장은 에이지오스에서 프리드라이히 운동실조증이라는 유전성 신경퇴행질환에 대한 신약개발 업무를 맡았다. 이 과정에서 차세대 모달리티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2020년 TPD 관련 선구 기업인 카이메라테라퓨틱스에 합류해 플랫폼생물학 분야 이사로 5년 반 재직했다.
조 부문장은 올 1월 유한양행에 입사하면서 약 30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최영기 유한양행 연구소장(전무)과 인연에 따른 귀국이었다. 두 사람은 미국 보스턴에서부터 교류하던 사이로 최 연구소장은 조 부문장 보다 앞서 2024년 6월 유한양행에 합류했다. 의약화학 전문가인 최 연구소장이 유한양행에서 TPD 분야를 탐색하며 생물학 전문가인 조 부문장에 합류를 타진했다.
유한양행은 조 부문장 영입과 함께 중앙연구소 내 신규 조직인 뉴 모달리티 부문을 만들며 TPD 중심의 신규 모달리티 연구개발 계획을 알렸다. TPD 전략 수립의 총책을 맡은 조 부문장은 "전통제약사인 유한양행 안에서 마치 바이오텍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새로운 부문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이메라에서 5년 반 축적한 경험
카이메라테라퓨틱스는 미국 보스턴 소재 바이오텍으로 2016년에 설립됐다. 이 회사는 작년 6월 길리어드사와 총규모 1조1200억원, 선급금 1280억원의 기술이전 옵션이 붙은 전략적 협력관계를 체결해 주목받았다. 대상이 된 프로그램은 유방암 등 고형암 대상 CDK2 타깃 분자접착제분해제(MGD)다.
조 부문장은 2020년 카이메라테라퓨틱스에 합류해 5년 반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TPD 개발 노하우를 쌓았다. 카이메라가 집중한 연구개발은 △차세대 타겟단백질분해제를 위한 신규 E3 발굴 △CDK2 타깃 분자접착제분해제(MGD) △면역·염증질환(I&I) 타깃 세포기반 고속대량스크리닝(HTS) △면역·염증질환 타깃 세포외 타겟단백질분해제(eTPD)였다.
카이메라테라퓨틱스는 조 부문장 합류 초기에 항암제와 면역염증질환 연구개발(R&D)의 비중이 6대 4였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며 2022년~2023년에는 중요도를 4대 6으로 반전했다.
2024년~2027년에는 면역염증질환에 가장 집중해 비중을 8로 설정했고 질병에 구애받지 않는 접근법에 2의 비중을 뒀다. 이처럼 카이메라테라퓨틱스의 시행착오를 5년 반 동안 직접 함께한 조 부문장은 TPD 개발 주요 사항으로 △라이갠더빌리티(Ligandability, 단백질 표적이 소분자 리간드와 높은 친화도로 결합할 수 있는 접근성) △익스프레션(Expression, 발현) △데그레데이션(Degradation, 분해)을 꼽았다. 조 부문장은 라이간드에 잘 붙는다고 해도 접합부위가 어디냐에 따라 분해능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타깃 설정이 성공에 중요한 관건"이라며 "약물이 개발되지 않은 언드러그드(undrugged) 타깃, 허가 받은 약물이 존재해 유전적·임상적 경로가 검증된 타깃 또는 임상적·상업적 가치창출 기회가 큰 타깃을 처음부터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좋아 보이는 타깃은 당연히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아 보인다"며 "이미 허가받고 잘 팔리는 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투(Me Too) 약물을 많이들 개발한다"고 말했다.
조 부문장이 꼽은 주목할만한 글로벌 회사 가운데 저분자물질 TPD 개발사는 카이메라테라퓨틱스와 아르비나스(Arvinas), 생물학물질 개발사는 에피바이올로직스다. 그가 글로벌 R&D 현장에서 축적한 지식과 노하우는 모두 유한양행에 이식될 전망이다.
유한양행…지금은 베스트인클래스, 미래는 퍼스트인클래스
조 부문장은 "모든 신약개발사의 나아갈 길은 '계열 내 최초'이나 현재 유한양행이 할 수 있는 것은 '계열 내 최고' 전략"이라며 "이는 자금의 문제보다는 사람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 "반드시 국내 바이오기업과 협업이 필요하다"면서 "TPD, eTPD는 내부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분자접착제분해제(MGD)와 차세대 접근유도제(TPC)는 협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한양행은 현재 바이오텍 2개사와 협력을 논의하고 있고 밝혔다. 기존에 협력관계를 구축했던 유빅스테라퓨틱스, 사이러스테라퓨틱스와는 별개의 회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임정요 (kaylal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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