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x3 아시아컵] 한국 3x3의 새 역사 쓴 배길태 감독 “말도 안 되게 키워드가 정말 통했네요”

한국 3x3의 아시아컵 도전이 막을 내렸다. 사상 최초로 3x3 아시아컵 4강 진출에 성공한 데 이어 준우승을 차지하며 새 역사를 썼다.
지난 해부터 한국 남자 3x3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배길태 감독은 이번 아시아컵에서 역대 가장 많이 목이 쉬었다. 그만큼 정열적으로 대표팀을 지도했던 것.
본지와 통화에서 배 감독은 첫 마디로 “우리 선수들 정말 리스펙한다”는 말로 고생한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주영과 김승우(이상 연세대), 이동근(고려대), 구민교(성균관대) 등 대학 최고의 선수들로 팀을 꾸려 처음으로 국제대회에 나선 대표팀은 ‘국제대회 경험 부족’이라는 우려가 무색케 할 정도로 첫 경기부터 탄탄한 조직력을 선보이며 승승장구했다.
배 감독은 “싱가포르에 오기 전 프라임리그에서 우리가 준비한 걸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있었다. 그런데 베트남과 퀼리파잉드로우 첫 경기를 하고 나서 우리가 준비해온 걸 보여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상대 팀에 맞추기 보다는 우리 걸 먼저 하고자 했다. 강하게 압박 수비 하는 부분에 대해 공을 들였었다. 선수들이 사람을 압박하는 게 아니라 공을 압박하더라. 그거에 재미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거 잘 하면 되겠구나 싶었다. 퀼리파잉 드로우를 통과한 뒤 선수들에게 우리의 목표는 7경기라고 이야기했다. 자신있었다”고 대회를 돌아봤다.
이어 “중국 전도 중국 전이지만 메인드로우 싱가포르와 경기와 8강 전 필리핀과의 경기를 분수령으로 언급하고 싶다. 싱가포르의 압박 수비는 우리의 몇 배 이상으로 차원이 달랐다. 가장 큰 고비는 필리핀 전이었다. 선수들의 발이 안 떨어지더라. 일본과 싱가포르 전에 모든 걸 다 쏟아부어서 체력적으로 회복이 안 됐다. 또, 메인드로우까지 계속해서 야간 경기를 하다가 낮 경기를 한 여파도 있었다. 선수들 모두가 탈진할 지경이었다. 다행히 그걸 이겨내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어느 팀과도 해볼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사고칠 줄은 몰랐다(웃음)”고 덧붙였다.
지난 해 트라이아웃부터 세 차례에 걸친 강화훈련 등의 과정을 돌이켜본 배 감독은 “우리가 국내에서 딱 20일 운동했다. 인제 전지훈련 때 코스모 팀과 연습경기를 치를 당시만 해도 이게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고민이 많았고 그것 때문에 밤잠도 못 이뤘다(웃음)”며 “개인적으로는 연습경기 때 깨지면서 얻은 것이 많았다. 작년에는 국내에서 훈련할 때 70차례 정도 훈련했는데 딱 한번 졌었다. 그러나 올해는 40번 연습경기를 하면서 7~8경기를 졌다. 지면서 선수들이 느낀 점들이 많았던 것 같다. 팀 파울 규정도 훈련 때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쉽게 개선이 안 됐는데, 연습경기 때 몇 차례 패배를 통해 ‘아 이러면 안 되겠구나’ 하는 걸 몸소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배길태 감독의 소통 능력과 리더십도 크게 한 몫을 했다. 배 감독은 '들개', ‘말도 안 되게’라는 예상치 못한 단어들로 선수단을 하나로 묶었다.

이번 대회에서 숱한 돌발변수도 극복해낸 대표팀이다. 이주영의 부상으로 3명 뿐인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아시아 2위 중국을 상대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기적적인 결승 진출을 이뤄냈다.
배 감독은 “(이)주영이가 입술이 터지는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3명으로 중국과의 4강 전을 치러야 했다. 사실 일본과의 3~4위 전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경기 플랜을 바꿔 초반에 힘을 아끼면서 기회를 엿봤다. 분명 한 차례 기회는 올 거라 생각했다. 그 기회가 오면 물어 뜯자고 얘기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이뤄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스 이주영은 필리핀과 8강 전에서 입술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는 와중에도 투혼을 불사르며 끝까지 대표팀과 함께 했다. 배 감독은 이주영이 부상에도 불구하고 결승전에 뛰게 된 일화도 전했다.

긴 여정을 마친 배 감독은 선수들의 이름을 한 명씩 언급하며 “(이)동근이에게 주장으로서 보컬 리더 역할을 해달라고 했는데 처음에는 어렵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면서 뻘쭘해하더라. 그래서 너 하고 싶은 거 편할 대로 하면 된다고 얘기했다. 다행히 편하게 팀원들을 잘 이끌어줬다. 주영이는 우리 팀에서 공을 가장 많이 다루는 선수이다. 동생들을 서포트해주고 때로는 팀이 필요로 할 때 에이스 역할도 해줬다. (김)승우도 본연의 역할인 스나이퍼로서 모습을 보여줬고 또, (구)민교는 먼저 나서서 본인이 궂은일을 하겠다며 자처했다. 선수들의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할지 정말 고민이 많았는데 각자 알아서 자기 역할을 찾아줬다. 한국에서부터 준비한 걸 너무나도 예쁘게 잘 표현해줬다. 나는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지만 관리자일 뿐이다. 선수들이 너무나도 대견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변방에 머물러있던 한국 3x3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아시안게임 3x3 최초의 금메달을 향해 결성된 대표팀은 전초전 격인 아시아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안게임 금메달 전망도 훤히 밝혔다.
이번 대회 준우승의 기쁨을 뒤로하고 대표팀의 최종 목표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정조준한 배 감독은 “이제 시작이다. 우리의 목표는 아시아컵이 아닌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아시아컵) 과정의 일부분일 뿐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자신감 하나만 갖고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한국에서 3x3 대표팀을 응원해준 많은 팬들이 있다. 어쨌든 앞으로 3x3가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려면 대표팀이 선봉장 역할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첫 단추를 아시아컵에서 잘 뀄다고 생각하고 여세를 몰아서 꼭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남은 여정도 열심히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사진_FIBA 제공, 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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