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대신 만난 아이슬란드의 '3가지 로망'

이은지 2026. 4. 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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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우면서도 뜨겁다. 아이슬란드에는 상반된 두 온도가 공존한다.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이 멀어지는 곳, 싱벨리르 국립공원

불과 얼음의 땅

태양은 호흡하고 대지의 심장은 뛴다. 오로지 오로라만 보고 떠난 여행이었다. 태양의 입자가 지구의 대기와 부딪히며 그려 내는 영롱한 숨결을 보기 위해서. 딱 하나 바란 여행이었건만 아이슬란드의 날씨는 유난히 변덕스러웠다. 금방이라도 머리 위로 빛의 장막이 드리울 것 같다가도 순식간에 빗방울이 쏟아졌다. 몇 번의 허탕 끝에 마지못해 오로라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자, 미처 몰랐던 아이슬란드의 또 다른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남부 투어 중 만난 파란 지붕. 뒤로 보이는 빙하의 색과 어우러진다

아이슬란드라는 국호에는 여러 설이 있는데, 노르웨이에서 건너온 바이킹들이 얼음으로 뒤덮인 모습을 보고 '얼음의 땅'이라 부르기 시작했다는 게 그중 하나다. 하지만 얼음만으로는 아이슬란드를 완벽히 정의할 수 없다. 아직도 마그마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화산 활동이 이어지는 '불의 땅'이기도 하니까. 아이슬란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발을 딛고 있는 땅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아이슬란드는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이 서로 멀어지는 경계에 위치하는데, 이 벌어진 틈을 마그마가 채우면서 새로운 지각이 계속 형성되는 중이다. 그 덕에 발아래로는 간헐천이 솟구치고 고개를 들면 새하얀 빙하가 세상을 덮는 이질적이고도 극적인 풍경이 연출된다. 영화 <인터스텔라>와 같이 다른 행성을 배경으로 하는 수많은 SF 영화들이 이곳에서 탄생하는 이유다.

녹은 빙산 조각이 떠내려 오는 다이아몬드 해변

Glacier
내 손에 빙하 한 조각

직접 빙하를 만져 볼 수 있다니! 아침부터 마음이 들떴다. 북극과 가까운 아이슬란드는 국토의 약 10%가 빙하로 덮여 있다. 빙하를 흔히 '바다 위에 떠다니는 얼음 덩어리'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만화 <둘리> 주제곡에서도 등장하지 않는가), 사실 빙하는 눈이 오랜 시간 쌓여 압축된 거대한 얼음층을 뜻한다. 빙하에서 떨어져 나와 바다에 떠다니는 조각들은 엄밀히 말하자면 '빙산의 일각'할 때의 바로 그 '빙산'이다. 빙하가 빙산이 되는 과정을 그려 볼 수 있는 곳, 남동부에 위치한 요쿨살론(Jökulsárlón)으로 향했다.

요쿨살론에서 보트를 타면 빙산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요쿨살론은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빙하호수로, 기후 변화로 약 80년 전 브레이다메르쿠르요쿨(Breiðamerkurjökull) 빙하가 녹은 물이 모여 형성됐다. 이곳에서는 빙하가 녹아내리고 빙산이 떨어져 나오는 역동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호수 위를 떠다니던 빙산들은 시간이 지나 더 작게 부서져 다이아몬드 해변으로 떠밀려 오는데,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검은 모래 해변과 투명한 얼음이 극적인 대비를 연출하며 불과 얼음이 공존하는 아이슬란드 특유의 풍경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실리카와 미네랄 함유량이 높아 푸른 빛을 띠는 블루라군

수륙양용 보트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에서 만난 빙산들은 각기 다른 빛을 품고 있었다. 오래 압축되어 공기가 거의 없을수록 푸른 빛을 띠고, 공기를 많이 머금을수록 하얗게 보인다고. 그중 검은 줄무늬를 가진 빙산들이 많은데, 이를 통해서 빙하가 만들어지는 동안 몇 번의 화산 폭발이 있었는지 추측할 수도 있다. 건물 2층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빙산을 올려다보며 감탄하자 가이드가 내 상체만 한 묵직한 얼음 조각을 건넸다. 하얀색과 푸른색이 오묘하게 섞인 빙하는 딱 보이는 것만큼 차가웠다.

Geysir
이토록 뜨거운 지구

발밑에서 뜨거운 물이 솟구쳤다. 불그스름하면서도 노란빛을 띠는 진흙탕을 걸을 때마다 곳곳에서 지뢰처럼 물이 펄펄 끓어올랐다. 게이시르(Geysir)는 아이슬란드의 화산 활동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마그마로 데워진 지하의 뜨거운 물이 압력에 의해 지면 위로 솟아오르는 현상인 간헐천을 뜻하는 영단어(geyser)도 이곳에서 유래했다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게이시르 지열 지대를 걷다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굉음과 함께 거대한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약 7~10분 간격으로 최대 30m의 물기둥을 쏘아 올리는 스트로쿠르(Strokkur)였다. 겁도 없이 가까이 간 탓일까. 중력을 거스르는 물의 포효를 카메라로 담아내겠다는 다짐까지 순식간에 쫄딱 젖어 버렸다. 만약 스트로쿠르의 모습을 제대로 담고 싶다면 조금 멀리 떨어져서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그 순간을 기다리시길. 뭐, 한 번쯤 물벼락을 맞아 보는 것도 사실, 나쁘지 않다.

발 아래 뜨거운 물이 펄펄 끓는 게이시르 지열 지대. 7~10분 간격으로 최대 30m까지 솟구치는 스트로쿠르가 유명하다

지열이 풍부한 아이슬란드에서 온천은 생활이자 문화다. 곳곳의 공공 수영장에도 온천탕이 있을 만큼 아이슬란드 사람들의 일상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대표 온천인 블루라군(Blue Lagoon) 온천수에 몸을 담그자 나도 모르게 "아, 좋다." 혼잣말이 나왔다.

사실 블루라군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인근 지열 발전소에서 전력 공급을 위해 사용된 온수를 활용해 1992년 개발한 웰빙 휴양지라고. 실리카와 미네랄이 풍부해 푸른빛을 띠는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담근 채로 바에서 맥주 한 잔 하거나 머드팩을 해도 좋다. 피부에 좋다고 머리까지 푹 담그는 건 비추. 그랬다가는 어느새 빗자루가 된 머릿결을 마주하게 될 테니까.

Landform
지금도 2cm씩 멀어지는 중

아이슬란드의 자연 지형을 관찰하기에 가장 최적의 장소는 싱벨리르(Thingvellir) 국립공원과 스나이펠스네스(Snæfellsnes) 반도다. 싱벨리르 국립공원은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의 균열이 드러나는 곳으로 대륙판이 벌어지는 모습을 육지에서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장소다. 지금도 매년 2cm씩 두 판이 서로 멀어지는 중인데, 거대한 협곡처럼 벌어진 틈을 걷다 보면 얼마나 많은 세월이 쌓여 만들어진 곳인지 쉽게 가늠이 되지 않는다. 또 930년에 세계 최초의 의회인 알싱기(Alquingi)가 결성된 곳으로, 아이슬란드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역사적 가치도 높다.

거대한 폭포수가 쏟아져 내리는 굴포스 폭포. 방수되는 옷은 필수다

이어 '황금 폭포'라는 뜻을 가진 굴포스(Gullfoss) 폭포로 향했다. 총 32m의 높이에서 2단으로 폭포수가 쏟아져 내리는데, 맑은 날에는 햇빛과 물안개가 만나 무지개를 만들어 낸다. 위에서 바라보면 강물이 거대한 틈새로 사라지는 듯한데, 이 덕분에 숨겨진 보물 등 다양한 전설도 전해져 온다. 아무리 화창한 날에도 차가운 물보라가 공중에 흩뿌려지니 방수되는 옷이나 우비는 필수다.

광활하게 펼쳐진 싱벨리르 국립공원. 시간이 많다면 여유롭게 둘러보는 게 좋다

'아이슬란드 축소판'이라 불리는 스나이펠스네스 반도 여행도 빼놓을 수 없다. 서쪽 북대서양으로 길게 뻗은 좁은 반도로 빙하로 덮인 화산 스나이펠스요쿨(Snæfellsjökull)과 현무암 절벽을 포함해 아이슬란드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자연경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활화산부터 빙하까지, 아이슬란드에서는 지구가 살아 숨 쉬는 다양한 증거가 눈으로 보였다.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케리드(Kerid) 분화구. 푸른 호수와 붉은 흙이 쨍한 색감을 연출한다

▶Travel Info

AIRLINE 현재 한국 출발 직항편이 없어 경유해야 한다. 아이슬란드항공이 유럽이나 북미 주요 도시에서 직항편을 운영하며, 뉴욕에서 레이캬비크까지 비행시간은 약 6시간 정도다.

VISA 한국인은 최대 90일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

TIME GAP 한국보다 9시간 느리다.

CURRENCY 화폐 단위는 아이슬란드 크로나. 공산품을 대부분 수입하기 때문에 유럽에서도 물가가 높은 나라로 손꼽힌다. 식사 및 식료품 등은 체감상 한국의 2~3배 정도.

LANGUAGE 공용어는 아이슬란드어이며 관광지에서는 대부분 영어로 소통 가능하다.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의 거리

WEATHER '날씨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15분만 기다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차가운 북극과 온화한 대서양의 대기가 만나면서 날씨 변화가 잦아 일기예보를 자주 확인해야 한다. 평균 기온은 여름 11도, 겨울엔 0도로 예상외로(?) 극한의 추위는 없다.

시내에 위치한 4성급 호텔 포스호텔 레이캬비크. 물가가 비싸 이곳에서 조식을 든든하게 먹었다

HOTEL 국토 면적이 그리 크지 않아(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 뚜벅이 여행자라면 수도인 레이캬비크에 숙소를 두고 매일 다른 데이투어로 여행해도 좋다. 포스호텔 레이캬비크(Fosshotel Reykjavik)는 시내에서도 규모가 큰 4성급 호텔로, 공항과 주요 관광지 접근성이 좋다.

DAY TOUR 현지 여행 플랫폼 '가이드 투 아이슬란드(Guide to Iceland)'를 통해 마음대로 여행을 골라 담을 수 있다. 원하는 숙소, 액티비티 등을 선택하면 나만의 패키지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항공권만 따로 결제하면 된다.

POPULATION 인구는 약 39만명으로 유럽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다. 인구의 약 2/3가 레이캬비크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레이캬비크의 랜드마크 할그림스키르캬 교회.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높은 교회 건물로 74.5m에 달한다

ACTIVITY 빙하와 화산 지형 덕분에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빙하 하이킹, 얼음동굴 탐험, 스노클링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싱벨리르 국립공원에서는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 사이에서 프리다이빙을 즐기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데 낮은 수온 때문에 드라이수트 착용이 필수다.

WHEN TO GO 어떤 체험을 하고 싶은지가 제일 중요하다. 오로라 관측, 빙산 하이킹, 얼음동굴 탐험과 같은 겨울 액티비티는 11~3월이 최적이다. 다만 궂은 날씨 덕에 투어가 취소되거나 도로가 폐쇄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요쿨살론 보트 투어는 5~10월 운영하며, 날씨가 다소 따뜻해지는 여름엔 산란을 위해 이곳을 찾는 퍼핀(바닷새)을 볼 수 있다. 고원지대 하이킹과 캠핑 등도 대표적인 여름 액티비티다.

아이슬란드 남부 투어에서는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해안 절경을 만날 수 있다

글·사진 이은지 에디터 곽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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