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술자격 개편] ① 기술사 응시 경력자격 9→7년 단축…16년 만에 대대적 개편

신보훈 2026. 4. 6.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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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사 취득자 평균연령 44.9세
AI 기술변화 빠른데…현장 고령화 심화

그래픽: 김기봉 기자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기술사ㆍ기능장 등 국가기술자격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요건이 2010년 이후 16년 만에 개편된다. 관련학과 졸업 학위와 함께 최대 9년의 현장 경력이 있어야 시험에 응시할 수 있던 조건을 각 2∼4년씩 완화해 청년과 비전공자들의 응시 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일 임영미 고용정책실장 주재로 ‘국가자격 제도발전 포럼’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응시자격 개편 방안을 공개했다고 5일 밝혔다.

개편안의 핵심은 국가기술자격 응시자격 완화 및 다양화다. 예컨대 현행 기술 분야 최상급 자격증인 기술사 시험을 응시하려면 대학 관련학과 졸업 후 6년의 현장 경력이 필요한데, 이 기간이 3년으로 줄어든다. 관련학위가 없는 경우 9년의 경력이 필요하지만, 앞으로는 7년만 채우면 된다. 기사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은 경력자격이 현행 4년에서 2년으로 준다.

최고급 숙련 기술을 증명하는 기능장 자격 또한 경력조건이 현행 9년에서 7년으로 개편된다. 산업기사를 보유한 경우 3년만 채우면(기존 5년)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관련학위나 경력이 없어도 기사나 산업기사 이론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도 추진한다. 이른바 ‘문과생’을 기술 인력으로 흡수하려는 장치다. 현재도 경력만 채우면 관련 자격시험 응시 기회가 주어지지만, 비전공자는 취업 자체가 어려워 경력을 쌓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 문제를 보완한 것이다.

응시자격 완화는 국가기술자격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오는 6월부터 적용한다. 응시자격 다양화는 내년까지 법률 개정과 시범사업을 통해 현장에 정착시킨다는 목표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은 “자격증이 청년들에게 취업을 위한 ‘기회의 사다리’가 되어야지, ‘넘을 수 없는 벽’이 돼서는 안 된다”며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산업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국가기술자격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기술사 취득자 평균연령 44.9세...현장 실무와 응시자격 ‘괴리’

“양산형 기술자만 더 배출” 우려도
“기술자에 대한 권한ㆍ보상이 근본적 해결책”

정부가 국가기술자격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이유는 숙련 기술자들의 고령화 및 현장 실무와의 괴리 때문이다. 기술사ㆍ기능장의 경력요건(9년)은 산업기사(2년)ㆍ기사(4년) 대비 과다해 취득자 연령이 40대 중반까지 높아졌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또한 청년들의 도전 기회를 차단해 각 산업 기술직군이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반영됐다.

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기술사 취득자의 평균연령은 44.9세다. 기술사 취득자 1596명 중 20대는 0.6%인 9명에 불과했고, 50세 이상은 484명으로 30.3%를 차지했다. 직전연도 50세 이상 취득자 비율은 28.3%였는데, 2%포인트(p) 높아졌다.

응시요건이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역량과 무관하게 너무 벽이 높다는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응시자격을 충족하려면 적잖은 시간을 투자하고, 시험 준비만을 위한 학습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승 대림대 메카트로닉스과 교수는 “국가기술자격 시험 응시에 학력이나 과도한 경력 요건이 요구돼 실제 능력을 갖춘 청년이나 구직자의 도전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며 “제도적 장벽 때문에 자격 취득 기회를 얻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다양한 응시자격 경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한슬애 기자

국가기술자격 제도는 1974년 국가기술자격법이 제정되면서 7등급 체계로 시작됐다. 당시엔 엄격한 응시자격과 7단계에 걸친 순차적 자격 획득 구조로 기술사를 획득하려면 최소 20년 이상이 필요했다. 이 같은 조건은 5차례에 걸친 개편으로 응시자격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손질됐다. 가장 최근 개편 시점은 2010년이다. 필요경력을 소폭 하향했지만, 이 기준도 무려 16년이 지속되면서 완화의 필요성이 절실해진 것이다.

반면 검정 종목은 시대 흐름을 반영해 증감했다. 2010년 510여 개였던 종목 수는 유사종목 통ㆍ폐합을 통해 2012년 460여 개로 줄었고, 현재는 다시 540여 개로 증가했다. AIㆍ바이오ㆍ스마트공장 등 신기술 종목이 대거 신설된 영향이다. 이 중 건설 관련 검정 종목은 건축구조ㆍ건축시공기술사, 배관기능장, 건축ㆍ토목기사 등 70여 개에 이른다.

노동부 관계자는 “AI와 함께 기술 융복합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청년 기술사ㆍ기능장의 조기 진입은 신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해당 산업의 전체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면서도 “이번 제도 개편 방향은 과도한 시험 응시자격을 완화하고 비전공자의 자격 취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지, 시험 난이도를 조정하거나 자격증을 쉽게 취득하게 하려는 방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제도 개편에 대해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술사ㆍ기능장은 최상위 기술 자격증인 만큼 충분한 현장 경험과 훈련이 필요한데, 이를 완화하면 해당 자격증 위상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영남권 대학의 한 건축학부 교수는 “건축사 시험만 해도 과거 5년의 경력기간이 3년으로 줄었지만, 그 대신 5년제 건축학과에서 전문적 학습을 받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있었다”며 “응시자격을 완화해 양산형 기술사를 배출한다고 해서 현장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기술사ㆍ기능장에게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이에 따른 보상체계를 확립하는 게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기술사 단체 한 관계자는 “청년들이 기술사 취득을 외면하고, 기술사가 고령화하는 것은 현장에서 주어지는 실질적 권한과 보상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변호사ㆍ변리사 등 전문자격증과 달리 국가기술자격증은 어렵게 취득해도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기술인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 및 책임을 부여하고, 이에 따른 보상 체계를 확립할 방안이 더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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