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 키우기’ 느긋한 염경엽 왜?

심진용 기자 2026. 4. 6. 06: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성공한 빅보이 딱 한명 봤다…편하게 경험 쌓는게 먼저”
이재원 I LG 제공

1-4로 끌려가던 4일 고척 키움전, 염경엽 LG 감독은 8회초 2사 만루 기회에서 오지환을 빼고 ‘빅보이’ 이재원을 대타로 투입했다.

전날까지 7타석에 나가 안타 하나도 때리지 못했던 이재원 카드에는 두 가지 노림수가 깔려 있었다. 염 감독은 5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오)지환이가 일단 좋지 않았다. 그리고 (이)재원이가 타석에 들어가면 상대 투수(박윤성)가 엄청 스트레스를 받을 거로 생각했다. 재원이가 나오면 우리 팬들이 그 누구보다도 크게 환호를 하지 않느냐. 거기에 홈런을 칠 수 있는 파워가 있다. 초구 볼이 되면 쉽게 못 들어오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결과와 무관하게, 이재원의 장타 능력 그 자체가 상대에게 크게 위압이 된 다는 것이었다.

염 감독의 계산은 멋지게 맞아떨어졌다. 이재원이 4구 연속 볼을 골라 밀어내기로 추격점을 올렸고, 이어진 2사 만루에서 박해민이 2타점 동점 적시타를 때렸다. 후속 홍창기까지 내야안타로 경기를 뒤집었고, LG는 5-4 역전승을 올렸다. 8회초 무사 1·2루 기회를 병살로 날릴 뻔했지만, 상대 투수의 제구 난조와 맞물려 이재원의 대타 투입이 ‘신의 한 수’가 됐다.

물론 LG가 이재원에게 바라는 건 ‘위압감’ 그 이상의 결과물이다. 염 감독은 그러나 서두르지 않는다. 지금 당장 중심타선으로, 선발로 내보내는 건 오히려 독이라고 생각한다. 현역 시절부터 눈으로 확인한 수많은 실패사례 때문이다.

염 감독은 “지난 35년 동안 파워 히터, 빅보이를 무수히도 봤지만 제대로 큰 선수는 딱 한 사람 봤다. 박병호다. 그것도 7년이 걸렸다”면서 “(박)병호가 프로 초창기 어떤 고생을 했는지 LG 시절부터 코치로 프런트로 같이 생활하면서 내가 봤지 않으냐”고 했다.

염 감독은 “재원이는 아직 풀타임 시즌을 뛰어본 경험도 없다. 2023년에 좀 더 경험을 해야 했는데 그때는 몸이 아팠다. 2023시즌에 해야 할 걸 올해 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군 제대 후 누구보다 많은 기회를 받고 있지만, 아직은 보다 편안한 상황에서 경험부터 쌓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염 감독은 “내 자식을 싸움터에 내보내는 데 얻어맞을 자리에 계속 보내는 건 부모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선발로 나가더라도, 아마 전반기까지는 재원이가 좀 더 편하게 공격을 할 수 있는 투수에 맞춰서 출장할 거다. 그런 과정을 보면서 그다음 과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염 감독은 “지금까지 실패한 과정들을 너무 많이 봐왔다. 그래서 다르게 하는 것이다. 구단도, 현장도 재원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은 누구보다 크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확률 높게 기용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염 감독이 그런 이재원에게 특별히 요구하는 것은 없다. 다만 한 가지, ‘디테일’에 좀 더 신경 쓰기를 바란다. 염 감독은 “힘으로 하는 건 (프로 와서) 8년 동안 충분히 해봤으니까, 디테일을 채우면서 거기에 파워를 접목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 확률이 올라간다. 타격 코치하고 그런 디테일을 채우는 훈련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염 감독은 KBO리그에 파워 피처만큼이나 어쩌면 그 이상으로 파워 히터를 키우기 어렵다고 했다. 외국 선수들과 비교해 한국 등 아시아 선수들은 체격이 크면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염 감독은 “그래서 훈련에도 디테일이 필요하고, 더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재원은 이날도 벤치에서 대기한다.

고척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