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응급실 수용이 해답? 처치 불가 땐 기다릴 뿐···뺑뺑이 강제 지정으로 해결 못해”[인터뷰]
“인력 부족 최대 문제···강제 땐 사법적 부담도 커
지역 내 이송병원 결정위원회, 타 병원 상황 공유
지역별 정보 공유 체계 구축해 부담 나눠져야”

‘응급실 뺑뺑이’(응급실 미수용)가 사회적 현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다. 지침상으로는 환자 수용능력을 확인한 뒤 이송해야 했지만, 이전에는 구급대원과 병원 모두 이를 엄격히 따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19로 호흡기 환자를 수용할 음압격리병상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늘면서, 사전에 수용능력을 확인하는 문화가 생겼다.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용수 교수(광주응급의료지원단장)는 “‘응급실 뺑뺑이’라고 다 같은 ‘뺑뺑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치료할 병원을 도저히 찾지 못해서 사망하는 극도의 희귀 사례를 해결할 것인지, 대학병원과 2차 병원 사이에서 ‘핑퐁’이 벌어지는 ‘그레이존’(회색지대) 환자를 해결할 것인지에 따라 해법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광주의 응급의료 협의체는 희귀 케이스 대응에 더해 의료기관 간 협력을 통해 ‘그레이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달 30일 광주 전남대병원에서 조 교수를 만나 응급실 뺑뺑이의 원인과 해법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코로나19 이전엔 구급대원이 병원에 환자를 이송하면 대부분을 응급실에서 수용했다. 환자 입장에서는 일단 병원에 들어가서 처치를 받을 수 있으니 더 나은 측면이 있지 않나.
“그렇진 않다. 예를 들어 기관지 내 출혈이 있는 객혈 환자는 기관지 내시경으로 출혈 지점을 찾고 지혈하는 시술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만약 기관지내시경이 안되는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으면, 처치를 해줄 게 없다. 내시경 되는 병원으로 전원하기 위해 대기할 뿐이다. 수용 능력을 확인하게 된 이후에는 병원 안에 들어온 환자들이 더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지금의 ‘응급실 뺑뺑이’는 원래 응급실 안에서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하던 환자들이 병원 밖에서 정체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치료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몇 시간씩 떠돌다 사망하는 사례가 보도되면서, 광역응급상황실이 ‘우선수용병원’으로 환자를 강제 지정해 이송하는 등 의무적으로 환자를 수용하도록 하는 해법이 시도되고 있다. 국회 논의중인 응급의료법 개정안도 구급대원의 수용 여부 확인 절차를 없애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실에서 문제가 되는 사례들 중 대부분은 KTAS 2등급(매우 긴급·3차병원 응급실 수용 요망)과 3등급(긴급·2차 병원 수용 가능)에 걸려있는 회색지대의 환자들이다. 3차 병원에 전화하면 2차 병원에 가라고 하고, 2차 병원에 전화하면 이 정도 환자는 3차에서 치료가능하다고 답하는 환자들이 구급대원들이 주로 경험하는 사례다. 그렇다고 모든 환자를 3차 병원으로 배정할 수도 없지 않나. 강제 지정으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또한 환자를 받는 의사 입장에서도 자발적으로 책임지고 치료하려는 것과 강제로 받으라고 해서 받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해법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뺑뺑이’의 원인 중 하나는 절대적인 자원 부족이다. 대학병원에서 교수 이탈이 이어지고, 기피과가 늘면서 최종 배후진료 인력이 부족해졌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 사법 리스크로 인한 진료 기피 문제도 정부와 국회가 풀어야 할 과제다.
또 다른 원인은 의료기관 간 정보 소통 부족이다. 치료가 까다로운 환자를 수용하면 모든 책임을 개인과 개별 병원이 져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의료진이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환자는 대학병원으로만 쏠려 포화상태가 된다.
그런데 FLT(지역 내 이송병원 결정위원회) 같은 시스템에서는 다른 병원의 상황이 어떠한지 알 수 있다. 의료진 여럿이 함께 환자 치료를 상의해 결정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그럼 성공적인 소통 시스템을 만들어서 전국에 일괄 적용하면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할 수 있지 않나. 지역별 특성이 반영된 이송지침과 체계가 필요하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역마다 의료기관과 인력 상황이 다르다. 광주는 의·정갈등 기간에 대학병원에 있던 소화기내과 교수들이 2차 병원이나 타 지역으로 많이 나갔다. 그래서 야간 내시경이 가능한 인력이 매우 적다. 응급의료기관은 21곳이나 되지만 3차 병원은 두 곳 뿐이다.
시범사업이 광주, 전남, 전북에서 시행 중인데 이 세 곳만 놓고봐도 의료자원이나 지형 특성이 다 다르다. 의료기관과 의사 수가 많은 서울과 지역의 상황이 다르기에 지역별 지침이 필요하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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