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통으로 다 빠져나가면 어떡하냐”…흔들리는 이공계 경쟁력
공부량 3분의 1인데…표준점수 격차 줄고 불이익 없어
대학 “미적분 다시 가르쳐”…수학기초·인재 경쟁력 ↓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학 영역 선택과목에서 확률과 통계(확통)를 선택하는 수험생이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하는 학생 수를 크게 웃돌 전망이다. 이른바 ‘확통런’ 현상으로 학습량이 2~3배 가량 많은 미적분 대신 확률과 통계를 선택해 국어나 탐구 과목 공부량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이 같은 확통런 현상으로 자연계 대학 신입생에게 미적분을 처음부터 새로 가르쳐야 하는 일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인재 경재력 저하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6일 메가스터디교육에 따르면 지난달 치러진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확통을 선택한 수험생 비율이 전체 수학 영역 응시자의 49.5%에 달했다. 지난해 3월 학력평가와 비교하면 확통을 선택한 비율이 19.5%포인트 급증했다. 반면 미적분 선택 비율은 같은 기간 68.0%에서 48.3%로 무려 19.7% 포인트가 줄었다.
이 같은 확통런 추세는 앞서 수능 응시자 수에서도 잘 나타난다. 2025학년도 수능에서 확통을 선택한 학생은 17만3215명으로 미적분을 택학 19만6198명 대비 적었지만, 2026학년도 수능에서는 확통을 택한 학생이 26만4355명으로 미적분을 택한 19만3395명을 뛰어넘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2025학년도부터 확통 응시자 또한 서울대를 제외한 대부분 상위권 자연계 대학 지원이 가능해지며, 자연계 수험생을 중심으로 학습 부담이 적은 확통을 대거 선택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대는 식품영양학과, 의류학과, 간호학과를 제외한 자연계 전체학과에서 미적분과 기하를 필수로 지정했다.
여타 대학은 전공별로 미적분이나 기하를 필수 지정했다. 종로학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174개 대학 중 자연계 학과 일부에 미적분이나 기하를 필수로 지정한 대학은 7개에 달했다. 가천대는 클라우드공학과를, 경북대는 모바일공학과를, 전북대는 수학교육과를, 제주대는 수학교육과를, 충남대는 수학과·수학교육과·정보통계학과 등 3개 학과를, 충북대는 수학과·수학교육과·정보통계학과 등 3개 학과를, 전남대는 기계공학과 등 21개 학과를 각각 미적분이나 기하 필수로 지정했다.
이와 함께 자연계열에서 홍익대와 동국대 일부 학과를 제외하고서는 미적분이나 기하 선택시 별도 가산점을 제공하지 않는다. 확통 선택시 대입 전형에서 불이익이 거의 없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2025학년도 수능부터 수학 영역 선택 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가 줄어든 것 또한 확통런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시험의 난도가 높아 평균 점수가 낮아지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상승하고, 반대로 시험 난도가 낮아 평균점수가 높아지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하락한다. 수능 수학 영역에서 미적분과 확통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2024학년도 11점에 달했지만 이후 격차가 좁혀져 2025학년도 5점, 2026학년도 2점으로 각각 줄었다.
실제 2024학년도 수능 수학에서 1등급 컷인 표준점수 133점 기준, 확통을 택한 수험생의 원점수는 94점이었지만 미적분을 택한 수험생 원점수는 81점에 그쳤다. 반면 2026학년도 수능에서는 1등급 컷인 표준점수 128점 기준 확통을 택한 수험생 원점수는 88점을, 미적분을 택한 수험생 원점수는 85점을 각각 기록해 점수 차이가 3점 밖에 나지 않았다. 2년 전만 해도 확통을 택한 학생과 미적분을 택한 학생의 원점수가 같을 경우 표준점수에서 13점 가량 차이가 났지만, 지난해에는 확통 선택 학생이 미적분 선택 학생 대비 한 문제만 더 맞추면 비슷한 표준점수를 받게 되는 셈이다.
실제 학원가에서도 확통런 현상은 쉽게 관찰된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확실히 지난해부터 확통을 택하는 학생이 늘고 있으며 올해에는 학생 절반 이상이 확통을 선택하고 있다”며 “미적분 공부량이 확통 대비 3배 가량 많다 보니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다만 최상위권 학생은 여전히 수학 선택과목에서 미적분을 고집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택과목별 표준점사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미적분의 표준점수가 높은데다 자연계 논술전형 시 미적분이 포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의대의 경우 미적분이나 기하가 필수인 대학이 서울대와 울산대 등 17군데에 달하는 데다 순천향대와 강원대는 해당 과목 선택시 무려 10%의 가산점을 부여한다.
일각에서는 올해 수능에서 ‘확통런’이 무조건 유리하다 보기 힘들다는 분석을 제기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 수능을 공교육 범위 안에서 적정 난이도로 출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변별력 확보 과정에서 선택과목별 난도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평가원이 확통으로의 쏠림을 의식해 난도를 조정할 경우 수학 선택과목에서 최고점 기준 표준점수 격차가 또 다시 벌어질 수 있다.
주요 대학이 자연계 신입생을 대상으로 고교 수준을 미적분을 가르치는 등 학습역량 저하 현실을 감안하면, 확통런이 고등교육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학습역량 저하는 2028학년도 부터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2028학년도부터 수능 수학에서 자연계와 인문계 구별이 33년만에 사실상 폐지되며, 이에 따라 사실상 수능 수학에서 미적분과 기하가 시험범위에서 사라진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공계 진학생들의 수학 실력이 예전과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며 2026학년도부터 이미 학생들 사이에서는 ‘문과 수학’으로의 쏠림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 같은 수능 시험 개편이 ‘이공계 집중육성정책’과 부합하는지 여부를 비롯해 각 대학의 대응책 마련 등 다양한 정책적 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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